엄마가 돌아가신 그해에는 산소 근처에서 시묘살이라도 살 것 같은 마음이었다. 근처에 들를 일이 있으면 혼자서라도 산소에 들렀다. 하지만 이제는 여름에는 풀도 무섭고, 겨울에는 쌓인 눈이 무서워 이래저래 띄엄띄엄이다. 무엇보다 세월이 한참 지나 또렷했던 슬픔도 곰삭아 형체도 흐물흐물해져 버려서다. 그래도 아버지나 오빠가 가면 나들이 삼아 가끔 따라나선다. 엄마의 음택이 있는 충북 음성군은 아버지의 고향이자 내 본적지다. 큰아버지가 할머니 모시고 오래도록 고향을 지켰으므로 지금은 귀물처럼 되어버린 ‘시골 할머니댁’, ‘시골 큰집’을 향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평생 생명 곳간을 지키며, 지속 가능한 농업을 통해 자연과 환경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고, 농촌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농부들을 이 땅의 진정한 애국자라고 늘 생각해 왔다. 이들 때문에 그나마 우리의 농업과 농촌이 이 정도라도 유지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말로만이 아니라 삶 전체로 이 어려운 농업·농촌·농민 문제를 가슴에 끌어안고 농사지으시는 분들이다. 그래서 난 그들을 늘 마음속으로 지지하고 진정으로 존경한다. 그런 농부들이 우리의 농촌 곳곳에 계시지만, 많지는 않은 것 같다.그런 분 중 한 분이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문영표, 공사)가 가락시장 포장쪽파·마늘·생강·건고추 거래를 팰릿 단위로 통일한다. 지난 2일부터 공식적으로 팰릿 적재 출하를 시행 중이며 12월 4일부터는 비(非)팰릿 출하 물량의 거래를 아예 금지한다.가락시장은 도매권역 시설현대화 사업의 첫 단계로 내년 10월경 채소2동(배추·무·양배추·양파·마늘·파·건고추 등 거래) 준공을 앞두고 있다. 신축 채소2동은 정온시설로 운영돼 지금처럼 출하차량이 진입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출하 방식을 팰릿 적재식으로 통일해둘 필요가 있다.포
명절이라고 오일장에서 옷 한 벌 맞춰 입어본 적은 없지만, 어릴 적 한가위를 맞이하는 마음만큼은 늘 풍요로웠다. 추석을 앞두고는 어른들 못지않게 아이들도 분주했다. 집집마다 부엌 한쪽에 작은 항아리를 마련하고선 어둠이 한참 남은 새벽을 이산 저산으로 휘젓고 다녔다. 상수리나무 군락이 있던 수박바위 주변 산과 밤나무가 많았던 동네 뒷산 무시밭골엔 조그마한 미등을 든 아이들로 산은 이미 잠을 깨고 있었다. 간혹 어른들도 나왔는데 사슴벌레가 숨어 사는 아름드리 상수리나무를 큰 돌로 한 번씩 쿵쿵 울려대면 상수리가 우수수 쏟아지곤 했다.
사립문이 열리고 열예닐곱 살 처녀 윤희가 마당에 들어서더니 부리나케 부엌으로 달려간다.-엄니, 오늘 웃마을로 시집간 작은집 분희 형님 다니러 오는 날 맞지유?-그래. 시방 고개 너머 어딘가 오고 있을 거야. 누가 마중이래두 나가 봐야 할 것인디….-그러면 지가 마중 다녀 올게유.폴짝폴짝 뛰며 동구 밖으로 나가고 있는 윤희가, 이런 노래를 흥얼거린다면 제 격이다. 형님 온다 형님 온다 / 분고개로 형님 온다 / 형님 마중 누가 갈까 형님 동생 내가 가지…. 시집 간 새색시가 처음으로 친정에 다니러 온다. 이십 리 길을 걸어, 이윽고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전라북도 김제시에 거주하는 강강례(83) 할머니는 지난 9일 김제시 옥산동에 위치한 농협하나로마트를 찾았다. 농식품바우처 카드에 지급된 돈으로 장을 보기 위해서다.혼자 사는 강 할머니는 농식품바우처 대상자로 매달 4만원 어치의 농축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할머니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과일 매대로 향해 국내산 방울토마토와 무화과를 담았다.“저번에는 수박을 사다 먹었어요. 무화과를 좋아해서 오늘은 무화과를 샀어요. 다음에는 남은 돈으로 두부랑 콩나물을 살 거예요.” 할머니는 농식품바우처 덕분에 원래 잘 못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전라북도 농식품인력개발원이 9일부터 ‘제7기 전북 농업마이스터대학’ 4학기를 개강했다.전북 농업마이스터대학은 중상급 품목 재배기술을 보유한 도내 농민을 대상으로 최신 고급기술과 경영능력을 갖춘 전문농업경영인을 육성하기 위한 2년 교육과정이다. 현재 본원을 비롯해 전북대캠퍼스와 한국농수산대학캠퍼스에 교육생 254명이 등록한 상태며, 교육 품목은 △수도작 △딸기 △블루베리 △토마토 △고추 △멜론·수박 △한우 △양계 △양돈 △복숭아 △인삼 △친환경채소 △약용작물 △사과 등 모두 14개다.제7기 전북 농업마이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29일 충청북도농업기술원(원장 서형호)이 조재호 농촌진흥청장과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등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조재호 청장과 서형호 원장은 충북농기원 미래농업실에서 충북도의 주요 농업 성과를 확인하는 한편 농촌진흥 핵심사업 현황을 보고받았으며 ‘곤충종자산업연구소’ 등의 충북농기원 연구시설 등을 돌아보며 업무협력 방안을 강구했다.특히 이날 충북농기원은 올해 과수화상병 총력 대응을 통해 지난해 대비 39% 수준으로 피해 면적이 감소한 점과 함께 ‘청풍찰수수’ 등 신품종 육성·판촉, 전국 최초
가짜 농민들이 주변에 많이 생기고, 가짜 농민들이 농업 보조금을 타거나 농업부분에서 걷어 들여야 하는 세금을 회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잔기술들을 쓰는 것을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끼며, 한편으론 거의 변화하지 않는 농업정책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대통령이 바뀌면 정책이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는 기미가 있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중앙정부도 그러하고 지방정부도 그러하다.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농민의 한 사람인 나는, 그저 생색으로 보이는 쥐꼬리만 한 보조금에도 관심이 없고 떼먹을 세금도 없으니 오로지 농산물의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여러 모로 드문 사례. 도시농협이면서 농협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고, 5선 조합장이면서 타성에 젖지 않았다(관련기사: 부산 금정농협, 도시농협의 기준을 세우다). 부리부리한 눈과 괄괄한 목소리로 쉴 새 없이 농업·농촌의 가치에 열변을 토하는, ‘이상한’ 도시농협 5선 조합장을 만나보자. 농업에 애정이 상당한 것 같은데, 농사는 언제부터 지었나.어릴 때부터였다. 아버지 연세가 많은데 작은형이 농사를 물려받아 짓다 군에 가는 바람에 내가 어린 나이에 맡게 됐다. 쌀도 짓고, 수박 밭에 원두막 지어 장사도 하고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의도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씨마늘을 재배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걸림돌은 판로였다. 품질이 좋은 만큼 거래되는 물량엔 적지 않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지만, 생산한 씨마늘 전량을 처분하기가 수월찮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가의도 씨마늘을 전량 약정수매하기 시작한 게 태안유황마늘영농조합법인(대표 이을래, 유황마늘)이다.애당초 가의도 씨마늘의 가치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구입하기 시작한 게 바로 유황마늘 회원들이었다. 개별구매 시절에도 가장 많은 물량을 구입해온 이들이지만, 2010년을 전후해 가의도 씨마늘을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지난 3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처장들이 전남 고흥에 모였다. 누구나 ‘농촌이 힘들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농촌에서 삶을 일궈나가는 이들이 체감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밭을 갈면서 농정을 주시해온 목소리들을 부족한 지면에 옮겨본다. 정리 김한결 기자, 사진 원재정 기자 농촌 현실, 어떠한가고제형 현재 농자재들을 외상으로 가져오고 있어 가을 수확철이 돼야 인상분에 대한 압박을 느낄 것 같다. 농번기라 실제로 체감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평택은 중기제초제 반값지원이 되는데 개인당 6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윤석열정부가 지난달 30일 제1차 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해 ‘물가안정 대책’을 논의한 가운데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같은날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돼지고기와 밀가루 등 ‘밥상물가’ 점검에 나섰다.정황근 장관은 지난달 30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을 만나 농협이 지난달 19일부터 추진 중인 할인행사 상황을 듣고 매장을 둘러보며 농식품 물가안정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정 장관은 “오늘 아침 대통령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물가안정을 강력히 지시했다”면서 “민생안정이 새 정부의 가장 중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2019년 여름부터 2020년 늦봄까지 에 연재된 ‘관지미의 1년’을 기억하십니까.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에 있는 관지미(사당마을)의 1년을 청년 기자가 기록하며 농민의 삶을 들여다보고, 동시에 농업·농촌의 가치를 전파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연재물이었습니다. 당시 내용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관지미에 커다란 시련이 닥쳤던 것도 알고 계실 텐데, 오늘은 그 상황을 갱신하러 오랜만에 관지미를 찾았습니다.사실 엄청나게 오랜만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친숙한 농촌이 된 만큼 안부도 자주 묻고
[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전라남도는 자원봉사를 통해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덜어주고 농가로부터 기부받은 농산물로 취약계층을 돕는 ‘팜(Farm) 나누어드림’ 사업을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해당 사업은 전라남도사회복지협의회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추진했으나, 올해는 나눔 문화 확산과 사업 성과를 높이기 위해 전남도가 지원에 나선다.전남도에 따르면 그동안 이 사업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는 650여명에 달한다. 농촌 봉사활동을 통해 기부받은 양파, 마늘, 구기자, 애플수박 등 농산물 2억3,00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구리농수산물공사가 김성수 사장 연임에 따라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리도매시장의 발전방향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공사가 밝힌 올해 업무 추진계획의 중점은 거래물량 증대에 있다. 구리시장은 2020년에 이어 지난해 8,775억원이라는 개장 이래 최고 거래실적을 기록했다. 이 추세를 이어 올해는 거래금액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거래물량 증대를 위해선 소분·가공센터를 정상운영해 거래시스템을 다양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소포장 활동과 저온시설을 지원하고, 대기업·식자재 공급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도내 주요 농산물의 홍수 출하에 대비해 충청북도(지사 이시종)가 대량 소비처 확보 목적의 ‘농산물 대량소비 상생마케팅 판촉 지원’을 오는 12월까지 추진한다.상생마케팅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의 공동 후원을 통한 판촉행사 추진으로 농가소득 확대와 소비자 소비 심리 유발, 기업 홍보 등 농민·소비자·기업이 더불어 성장하는 마케팅 기법을 의미한다. 충북도가 2018년부터 시행 중인 상생마케팅 사업은 각 도내 각 시·군과 농협 간 협의를 통해 농산물 출하시기와 출하물량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추진되며, 농업과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비료·농약 등 가장 일반적인 농자재를 비롯해 면세유, 인건비까지 농업 생산비 중 가격이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기 어려울 지경인 가운데, 일부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 농가 부담 완화를 위해 자체 지원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우선 충청북도 단양군(군수 류한우)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 농협이 지원하는 무기질비료의 가격 인상분 80% 외에 나머지 20%를 추가 지원한다. 결과적으로 올해 단양군 내에서는 농가별 3개년 평균 무기질비료 사용량의 95%에 한해 가격 인상분 전액이 지원되는 셈이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2월경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보고되기 시작한 꿀벌 실종 현상의 전국 확산이 거의 기정사실화됐다. 꿀 농사는 2년 연속 ‘대흉작’을 겪은 데 이어 올해는 본격 영농을 하기도 전에 농기계가 전부 망가지고 일꾼들이 사라진 상황이다. 양봉 농민들은 물론이고 현장과 밀접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기후위기 시대 양봉산업에 대해 국가의 책임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주문했다.지난달 14일 ‘전국 양봉농가 월동 꿀벌 피해 민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한 농촌진흥청(청장 박병홍)은 “전국에 걸쳐 꿀벌 폐사가 발생했으며, 전
남의 닭을 몰래 잡아다 먹는 닭 서리야말로 ‘서리의 하이라이트’라 할만 했다. 그러나 농작물 보다는 훨씬 더 귀하게 여기던 ‘가축’을 훔친다는 점에서, 농촌사회의 관행이나 풍습으로 가벼이 보아 넘기기에는 여러 모로 문제가 있었다.참외 서리나 수박 서리는 들키더라도 그냥저냥 넘어갈 수가 있지만, 닭을 훔치다 발각되는 날엔 최소한 주인에게 시가(時價) 배상은 해 주어야 했다. 그럼에도 ‘돼지 서리’ ‘염소 서리’ ‘소 서리’라는 말은 없어도 ‘닭 서리’라는 말만은 매우 친근하게 들리는 걸 보면, 닭 한두 마리를 몰래 잡아먹는 정도는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