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호 특집] 농자재값 상승에 쓰러지는 농업·농촌 … 다시 일으키려면

[현장좌담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처장

  • 입력 2022.06.26 18:00
  • 수정 2022.12.22 08:58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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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지난 3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처장들이 전남 고흥에 모였다. 누구나 ‘농촌이 힘들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농촌에서 삶을 일궈나가는 이들이 체감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밭을 갈면서 농정을 주시해온 목소리들을 부족한 지면에 옮겨본다.  정리 김한결 기자, 사진 원재정 기자 

농촌 현실, 어떠한가

고제형 사무처장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 

고제형 현재 농자재들을 외상으로 가져오고 있어 가을 수확철이 돼야 인상분에 대한 압박을 느낄 것 같다. 농번기라 실제로 체감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평택은 중기제초제 반값지원이 되는데 개인당 6,000평의 제한이 있어서 그 이상은 농민이 부담해야 한다. 제초제가 보통 1만5,000원인데 7,500원까지 지원을 해준다. 시마다 지원 방식이 다른데, 농사짓기 바빠서 다들 못 챙겨보고 있더라.

김선호 소농들의 피해가 특히 크다. 비료값 비싸다고 10포 쓰던 걸 1포로 줄일 수는 없지 않나. 트랙터·이앙기 등 농기계값도 다 올랐는데, 업체들이 중고가격도 올려 비싸도 다 새것으로 바꾸더라. 결국 다 농가부채로 남고, 농기계 업자들만 돈 벌고 있다. 기름값이 오르자 도에서 183원(L당)을 지원해줬는데 지금은 기름값이 너무 올라 의미가 없어졌다. 외국인노동자들 인건비는 14만원에서 올해 17만원으로 올랐다. 코로나 전에는 8만원이었다.

금시면 성주 샤인머스캣 시설하우스 가설비가 작년에 평당 6만원이었는데, 올해 9만원이 됐다. 지자체 지원단가가 인상분을 따라가지 못한다. 가설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1만7,000평 배추·양배추 재배 농민이 작년에 비료값으로 500만원을 썼는데 올해 1,000만원 들어갔다고 하더라. 여름작물까지 포함하면 1,000만원에서 2,500만원까지 올랐다. 비료값이 150% 인상됐는데 보조받을 수 있는 한도가 적다. 인상분 지원과 함께 면적·품목을 기준으로 개인별 한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건비는 양파가 19만원, 마늘이 20만원 예상된다.

조광남 사무처장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최현석 전라도에서 코로나 이전에 인건비가 7~8만원이었다. 경남·합천으로 넘어오면 더 오른다. 작년에 창녕에서 22만원까지 올랐다. 중소농들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남해의 경우 농협·지자체가 협의해 인건비를 보조한 사례가 있다. 창녕·함양·합천처럼 재배면적이 큰 지역들은 불가능한 측면이 있지만 남해처럼 지자체에서 책임지는 과정을 만들어갈 필요는 있다.

조광남 비료·농자재값 상승은 다 비슷한데 예산에선 인력수급이 안 돼 실질적으로 영농규모를 줄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모두 10동 이하로 규모를 줄이고 있다. 인력이 많이 필요한 메론·수박 재배 농가도 마찬가지다. 2년 전 충남에서 하우스 견적을 받은 게 한 동에 900만원이었는데, 엊그제 1,800만원이 나왔다고 한다. 그새 두 배가 뛴 거다.

정충식 1년에 비료 몇십 포 쓰는 소농들에겐 외상도 안 해준다. 현금으로 구매해야 하는 농민들은 비료값 올라간 부분을 정말 많이 체감하고 있다.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력이 실제 농촌 인력의 75~85%다. 농촌에 인력이 없으니 농민들은 주라는 대로 줄 수밖에 없다. 인건비·농자재·기름값 상승 등에 대한 제안서를 보냈는데 도에서는 고려해보겠다며 한 줄로 답장을 보내왔다. 농업에 대한 의식이 이 정도다.

 

정충식 사무처장전국농민회총연맹
정충식 사무처장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채호진 월동채소만 해선 먹고살기 힘들어 제주도도 이모작을 시작했는데, 비료가 두 배로 들어가 부담이 커졌다. 제주에는 경영체등록도 안 된 임차농이 대부분이라 보조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감귤 시설하우스는 10월부터 불을 때는데 1,000평당 2,000만원의 기름이 들어간다. 기름값이 40%나 올라 고민이 크다. 또 사람이 없어 대농들은 인건비를 올리는 반면 소농은 얻지도 못한다. 귤 딸 때 인부들이 많이 필요한데 걱정이다.

유문철 요소비료가 3배 올랐다. 보조 한도가 넘어가면 100% 자부담이다. 한도까지 따지면 5배 이상 오른 걸로 체감된다. 유가는 면세유를 써도 현재 2,000원이 넘어가는 상황이라 굉장히 절박하다. 농약은 30% 이상 올랐다. 관행농가의 경우 감당하기 힘드나 친환경 농가의 경우 단양이나 괴산 몇 사례를 보면 자재나 농약 부담이 사실 없다. 단양에선 친환경 퇴비를 100% 보조한다. 무농약 150만원·유기농 200만원 유기질 비료 보조도 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만들어낸 사업이다.

 

                                                   

지역에 당면한 농정 현안

유문철 사무처장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고제형 6~7개 시·군에서 진행되고 있던 농민기본소득이 전체 시·군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농촌기본소득도 경기도 전역에 접목될 수 있도록 협의할 생각이다. 민통선 통일경작지는 경기도연맹 차원에서 남북 공동경작 사업이 실제 집행될 때까지 시민들도 참여하는 방식으로 준비해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김선호 4월에 ‘모든 농민에게 120만원’조례를 제출했다. 도에서는 조례를 폐기하면 60만원을 80만원으로 올려주겠다고 했지만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봄이면 가뭄, 여름이면 홍수·태풍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작년에는 기후가 좋아서 쌀 생산이 늘어나니까 가격이 대폭락했다. 악순환이 반복되니 농협·농정과·농민단체가 모여 토론을 했으나 대책이 없다. 고민이 크다.

금시면 올해부터 경북에서 농민수당이 지급됐는데 도가 부담하는 550억원 을 조성하기 위해서 모든 보조사업에 손을 댔다. 벼재배특별지원금·여성문화바우처 등 다 축소했다. 작년에 경북 전체예산은 4.5~6%가 인상됐는데 농업예산은 1.96%만 인상됐다. 심각한 차이다. 농업·농촌예산을 전체예산 인상폭만큼 확보하는 게 1순위다.

 

 금시면 사무처장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금시면 사무처장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정충식 전북은 농업예산이 전체 예산대비 14~15% 정도로 높은 편이나 농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정책은 부족하다. 농민수당을 농가에서 농민에 지급하는 것과 실질적인 액수를 보장받기 위해 6개월 이상 도청 앞에 나락 적재하면서 싸웠다. 전국 시·군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최현석 지방선거를 계기로 농자재값 인상·농민수당 등 농업정책 협약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인은 받았는데 추후에 협의해야 한다. 지자체가 농민단체와 협의해 지역농정에 개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가 지원하는 농업보조금이 실효성이 없다면 차라리 농업융자 등 다른 방식의 예산으로 환원시키는게 어떠냐는 논의도 있었다. 일단 수장이 제대로 들어서야 한다.

조광남 농민수당이 ‘농민당 지급’으로 개편됐으나 금액이 줄었다. 농민당 45만원씩 지급되는데 80만원으로 올리자고 건의했다. 충남은 최저가격보장조례로 소득보전이 됐었는데 최근 생산비가 많이 올라 기존의 조례로는 부족하다는 평이 있다. 조례를 손봐서 지원금액을 높이는 정책을 만들기도 했는데 받아들여질지 암울하다.

최현석 사무처장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채호진 제주의 경우 해상물류비가 해결되지 않으면 소농은 먹고살기 힘들다. 팔레트를 못 채워도 전체 가격을 다 받는다. 다시 가져올 수도 없다. 또 제주도는 평당 1만원을 저리(0.5%)로 대출해주는 농어촌기금이 있는데 농산물가격이 안 나와 상환하지 못 할 때가 많다. 그러면 일반자금으로 전환하는데 농협만 돈 버는 셈이다. 한편 나이 드신 분들이 공익근로를 나가 4대보험에 가입하면 농민수당에서 제외되는 문제도 있다.

유문철 충북도 농업예산은 8%로 전국 꼴찌였는데 7%까지 내려갔다. 10%로 올리는 게 목표다. 직불금의 경우 충북이 현재 38%인데 50%로 올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괴산에선 농민회·군·먹거리연대가 함께 친환경 로컬푸드 매장을 열었고 현재 150 농가 이상을 조직했다. 청주시농민회는 기존 우리밀빵 가공사업을 밀을 직접 재배하는 데까지 확대했다. 단양은 마늘 재난 상황이다. 뿌리썩음병은 농민들 잘못이 아니라 봄냉해가 원인이다. 단양군지부가 생산자협의회와 강력하게 요청해서 재해보험을 인정하겠다고 했다.

 

앞으로의 농정, 어떻게 가야 하나

김선호 사무처장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김선호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식량자급률을 법제화하고, 재해보험 관련한 대책·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분명하게 설정해야 한다.

조광남 「자연재해대책법」상 같은 면적·작목임에도 과수에 지원되는 재해지원비와 일반 재해지원비 차이가 너무 심하다. 열 배 이상 차이나기도 한다. 작목 간 평준화가 중요한 문제다.

금시면 자연재해가 있을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피해보상 기준과 단가가 측정돼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으로 곡물자급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농·기업농 중심의 농업구조를 중소농·가족농 중심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장기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새 정부가 개방농정은 안된다는 농정의 큰 철학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

최현석 농업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높이고 농업예산을 상승·확대해나가야 한다. 소멸해가는 농촌 지역이 너무 많다. 차기 정부는 농업뿐 아니라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 지역들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채호진  사무처장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정충식 정부가 CPTPP뿐 아니라 IPEF에 참여하겠다고 했는데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단순한 경제협력체가 아니다. 농민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고민해볼 문제다.

채호진 국가의 잘못된 정책으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이 죽어가고 그러면 국민도 죽을 수밖에 없다. 농사짓는데 가장 기본적인 수단인 농지가 투기화되면서 농민이 농지를 소유할 수 없다.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고제형 통일트랙터가 시동을 못 걸고 있고 남북농민공동경작 사업이 출발은 했지만 잘 안 되고 있다.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남북농민 교류에서부터 통일의 문이 열렸으면 좋겠다.

유문철 정부는 직불금 5조원 약속을 지켜라. 문재인 정부가 농업예산 5%와 직불금 50% 확대 공약을 지키지 않았는데 새 정부가 해결해주기 바란다. 또 농협중앙회장과 도 지역본부장 직선제에 대한 입장도 밝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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