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심에서 불과 50km 정도 떨어진 강화도는 섬이면서도 논밭의 면적이 넓은 곳이어서 그 어느 지역보다 물산이 풍부하다. 강화도만의 특징이 도드라지는 순무나 인삼, 사자발쑥 등이 흔할 뿐 아니라, 한강 하류와 바다가 이곳에서 만나기에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웅어’의 시간이 일주일 정도 있기도 하다. 남서해안에서 양식한 것을 가져다 갯벌에 풀어서 두 달 이상 키워 파는 ‘갯벌장어’가 있는가 하면 자연산 망둥어도 있다. 강화산 젓새우는 아주 유명해 김장철이 가까워지면 새우젓을 사러 다니는 인파의 수가 장난이 아
‘정이품송’의 이야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충청북도 보은군을 돌아다니다 보면 결초보은이라는 이름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시장도 예외는 아니라 오일장도 결초보은시장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선다. 역사공부를 열심히 하던 시절과 달리 대학에서까지 사학과가 사라지는 게 지금 현실이니, 실리를 따지자면 대추 산지임을 알려야 하는데도 그렇다.코로나19로 몸살을 앓던 시기, 두해의 봄부터 여름을 거치는 기간 보은군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식생활교육을 할 강사를 양성하는 위탁교육을 했었다. 오후에 시작하는 교육을 위해 오전에는 장에 들러 실습할 재료들
내가 제주를 다녀오는 길은 멀고 험하다. 광주로 나가 비행기를 탄 뒤 자동차를 빌려 타는 보편적인 방법이 있지만, 나는 그렇게 가지 않는다. 3시간을 운전해서 가야 하는 완도항을 통해 배에 자동차를 실어서 가는 어려운 방법을 택해 간다. 지인들을 만나면 건네고 싶은 것들도 챙기고, 가서 읽을 책, 갈아입을 옷 등을 내 차에 잔뜩 실어 가고 싶어서다. 돌아올 때는 제주만의 특별한 식재료들을 사서 챙겨오는 재미가 참 좋고, 내 차라서 운전하고 다니기도 편하다.그렇게 제주엘 가면 누구나 가보는 동문시장이나 제주민속오일장 말고, 현지인들이
장에 일찍 도착한 날은 일행들과 만나기 전 우선 한 바퀴 돌아본다. 그러다 먼저 연락을 하거나 혹은 연락을 받고 장소를 정해 서로 만난다. 홍성장에서도 혼자 먼저 대충 한 바퀴를 돌기로 하고 막 몇 걸음 옮기는데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복숭아를 들고 나온 상인이 인삼 파는 상인에게 칼과 복숭아를 건네는 장면을 본 것이다. 복숭아 주인이 한 마디 던진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일단 먹고 시작하자구!”암, 그래야지.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지. 일행을 만나면 우선 먹고 시작하자고 해야지. 그런 저런 생각을 하는 참에 막 도착한
오일장을 다니면서 느끼는 감정은 참으로 다양하다. 집에서 너무 먼 곳이라 새벽부터 수선을 떨며 갔는데 장이 너무 작아 한 바퀴 도는데 30분도 안 걸려 뭘 써야 할지 여간 실망스럽지 않은 곳들이 있었다. 반면 집에서 한 시간 남짓 달려갔는데 그 장이 너무 마음에 들어 시간이 날 때마다 가보는 장도 있다. 이번에 다녀온 장은 결코 작지 않고, 30도를 넘기는 무더위 속에서도 사람들이 제법 북적거리고 있었지만 다른 오일장들과 다른 뭔가를 찾기는 쉽지 않은 곳이었다. 모든 오일장이 크기를 제외하면 대동소이한 곳이라 그 안에서 뭔가 다른
전남 나주의 영산포오일장은 영산포풍물시장을 중심으로 열린다. 오일장 입구에 작은 안내판이 하나 있는데 영산포가 어떤 곳이었는지 단박에 알 수 있게 해준다. 안내판을 그대로 옮겨 구구한 설명을 대신해본다.“영산포는 천혜의 뱃길이자 수송로였던 영산강을 끼고 있으며 호남선이 1914년 개통되면서 상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1920년 8월 영산동에서 장이 열리기 시작하여 전남 서남부 8개군의 도매시장 역할을 하였고 특히 우시장은 하루에 200~300마리의 소가 거래될 정도로 번성하여 한때는 제주도 말까지 거래될 정도였다. 2003년 5월 지
화천오일장은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오일장 중의 하나다. 지리산에서는 이미 끝난 봄나물들을 더 연장해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즉 화천은 나처럼 남쪽에 사는 사람들에겐 짧아서 아쉬운 봄을 길게 늘려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을 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며 찾는 지리산을 두고라도 일부러 길을 나설만한 곳이다. 화천으로 가는 여행길은 현란한 공연장의 중심에서 정신없이 즐기는 예술과도 같은 느낌으로, 녹색의 산과 계곡들이 가는 내내 환성을 지르게 한다.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즈음해서 화천엘 간다면 산나물축제를 하고 있는 농장 ‘산방환
북쪽 지리산엔 기껏해야 벚꽃 정도 피었거나 땅을 기는 식물들이 꽃망울을 터뜨릴 시기에 청도로 오일장을 만나러 간다. 지나는 길에 세상의 모든 초록을 품은 산들과 세상의 모든 봄꽃들로 화장을 한 거리를 지나며 새삼 봄을 느낀다. 그중 달리는 차를 세우고 싶을 만큼 눈을 끄는 꽃이 있다. 쳐다보면 나른하기 이를 데 없는 벚꽃과는 달리 연두로 시작되는 산빛과 너무 잘 어우러지는 분홍의 복숭아꽃이 바로 그 꽃이다. 반시로 유명한 청도를 기억하고 있는데 곳곳마다 펼쳐지는 복숭아밭들을 보니 청도반시의 시절은 가고 청도복숭아의 시대가 왔나보다
부산 구포역 인근으로 강의를 다닌 적이 있었다. 역에서 1km 정도 떨어져 걸어가도 좋을 거리에 구포시장이 보였는데, 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이 갈 때마다 내 눈에 들어왔었다. 오일장이 서는지 알아보니 3, 8일에 열리는 구포장이 꽤나 유명한 곳이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올해는 유난히 겨울이 길다고 느껴서 그런지 3월의 오일장 투어는 이른 봄맞이라도 가듯 자연스럽게 구포로 정해졌다.구포장의 시작은 400여년 전인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역사가 길어서인지 늘 사람들이 넘쳐난다. 오일장이 서는 날에는 평소의 두 배 가량
북쪽 지리산 뱀사골에서 오일장이 서는 울진 바지게시장엘 가려면 꼬박 4시간을 달려가야 한다. 일행들과 10시에는 만나자 했으니 아침 6시에 출발하기로 마음을 먹고 잠을 청했지만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일어나 밖을 보니 온 세상이 다 눈으로 덮여있다.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나선 시간이 4시를 조금 넘겼다. 차에 올랐으나 엄두가 나지 않아 오늘의 오일장 방문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일어난다. 적설량이 이미 5cm를 넘어선 도로에 길을 내며 눈을 부릅뜨고 아주 천천히, 조심해서 운전을 한다. 통행이
안동시와 인근에는 몇개의 장이 선다. 노랫가락에선 “양반 많다 안동장, 베전 많다 풍산장, 물맛 좋다 예천장, 끗발 좋다 구담장”으로 불린다고 안동 출신의 지인이 알려주었다. 저마다 특징이 도드라져서인지 그에 걸맞는 수식어가 붙은 장들이 호기심을 가지게 한다. 호기심을 더 많이 자극하는 장이 어느 장인지 잠시 망설이다가 그래도 시가지 중앙에 서는 안동장으로 움직였다. 세밑에 양반이 많다고 알려진 안동의 오일장 모습이 많이 궁금해서다.안동오일장은 상설시장인 신시장을 중심으로 서는데,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상설시장은 쇠락해진 모습과
딸아이 첫돌 무렵부터 3~4년간 경기 김포시 사우동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다. 근무지가 서울 신촌이라 출퇴근을 하면서 고생하던 때였다. 오일장에 들락거리는 재미가 없었다면 무료했을 환경이었다. 재건축을 했겠지, 어쩌면 아직 있을 수도 있겠지하는 생각들을 하면서 갔다. 김포의 오일장은 북변동에 위치한다. 내가 살던 아파트까지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선다. 자꾸 예전에 살던 아파트 이야기를 하는 건 그때 딸아이를 데리고 걸어서 산책하듯 다니던 곳이 오일장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공설운동장 옆에 장이 섰었다. 닭을
고령은 문화유산 답사를 위해 들락거리던 곳이다. 고분을 보러 다녔던 기억이 전부인 고령의 오일장은 과연 어떨지 무척 궁금했다. 3만명 남짓의 사람들이 사는 곳의 오일장이 뭐 거기서 거기겠지, 뻔하게 한적하고 작은 장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달랐다. 상설시장을 중심으로 늘어선 장은 대가야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주차장이 여러 곳에 있었지만 주차를 하기 쉽지 않았고 사람도 많아 걸음이 쉽지 않았다. 주말이 장날과 겹치면 떠밀려 다닐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장 보는 사람들이 많은 이
거창군은 ‘거창함’을 브랜드로 키운다. 지역명을 지자체의 브랜드로 쓰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거창의 곳곳에서 생산되는 특산품에는 어김없이 거창한 한우, 거창한 사과, 거창한 국수, 거창한 산양삼 등의 이름이 붙고 심지어 거창한 뉴스라는 이름의 언론매체도 있다. 내가 거창을 가려면 우선 가장 먼저 만나는 곳도 ‘거창한휴게소’다. 휴게소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거창 산물들엔 ‘거창한’이라는 거창군만의 공동 브랜드명이 표기되어 있다. 그렇게 휴게소를 지나 거창으로 빠지는 톨게이트를 나가면 5분 거리에 거창전통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주차를 하기
시장의 꽃은 물건을 팔러 나오는 상인과 물건을 사러 나오는 소비자, 그리고 상인이 들고 나온 물건이 다다. 음식을 하는 사람으로 오일장이나 전통시장을 다녀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이러다 오일장과 전통시장이 곧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다. 오일장이나 시장이 사라진다고 해서 우리가 물건을 살 장소가 없어 먹고 사는데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대형마트나 온라인 마켓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오일장을 다니고 전통시장을 다니다 보면 단순히 다니는 재미를 넘어서는 우리의 농수산업과 유통 등에 대한
지금은 모습이 변했지만, 소나무 숲이 좋았고 넓은 백사장이 아름다웠던 대천해수욕장을 기억한다. 나와 비슷한 또래들은 대천이 보령보다 입에 붙은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이유라면 1995년에 대천시와 보령군을 보령시로 통합을 한 탓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본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해서 얼마나 변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더운 여름에 바다를 보러 가는 것도 아니고 뙤약볕 아래 오일장을 돌아다니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오랜 시간 그곳을 지키고 앉아 장사를 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불평을 할 일은 아니다.보령오일장은 보령시 중앙시장 건
용인에 사는 친구에게 용인오일장을 간다고 하니 웃었다. 재미없는데 뭐하러 오느냐고 했다. 그렇고 그런, 너무 뻔한 시장이라는 얘기였다. 어느 오일장엘 가야 할지 정할 때마다 하는 고민들이 그렇지만 그래도 나는 뚜벅뚜벅 가본다. 가보면 그곳에는 그곳만의 매력도 있고 늘 이야깃거리가 있었다. 오일장은, 거기가 어디든 가보면 아는 재미가 있다. 용인오일장도 그랬다.용인오일장은 경전철로도 다녀올 수 있는 곳이라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주차 걱정 안 하고 가도 좋겠다. 김량장역이나 송담대역에서 내리면 된다. 지리산에서 출발한 나는 중앙동행정
수도권 사람들이 짧은 나들이를 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오일장이 바로 양평오일장인 것 같았다. 경의중앙선 양평역에서 내리면 바로 오일장과 연결되는 큰 장터인 덕이다. 여느 시장들보다 간식을 사서 먹거나 끼니를 때우거나, 아니면 술을 한 잔 하기에 좋은 먹을거리들이 즐비한 장이라 더욱 그렇다.양평은 물 맑은 남한강을 끼고 있어 경관도 제법 수려하다. 가까운 곳에 세미원이라는 이름의 연밭도 함께 가볼 수 있어 좋다. 오일장이 서는 곳은 상설시장인 ‘물 맑은 시장’ 바로 옆이다. 양평군은 서울시민들의 상수원을 끼고 있는 곳이라 서울시와 협력
지리산 뱀사골을 출발해 정선오일장을 찾아가는 길은 정말 멀고도 험하여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지치는 느낌이 들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날을 잡다 보니 하필 일요일이어서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장터 입구부터 발을 들여놓기가 어려울 정도로 방문객이 많았다. 더구나 보통의 시장이라면 이쪽저쪽 양쪽을 다 둘러보면서 다니게 했을 중앙 통로에까지 판매대를 설치해서 더 그랬다. 더 많은 상인들을 만나고 더 다양한 물건들을 만날 수 있는 건 좋았지만 정신이 하나도 없는 곳이 되었다. 앞사람 머리만 보면서 가다보니 좀 더 머물고 싶은 매대가 있어도
강원도 삼척엔 50년 넘게 매일 새벽을 여는 시장이 있다. 동이 트기 전 5시에 열어 10시면 시장을 닫기에 ‘번개’라는 이름이 붙은 시장이다. 그래서 항간엔 도깨비시장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크지 않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시장이다. 전면엔 당일 새벽 경매로 넘어온 해산물들이 즐비한데 모두 다시 살아서 바다로 갈 것만 같다. 해산물가게 뒤편의 골목으로는 따끈한 어묵국물을 파는 가게부터 채소를 파는 가게들도 같이 있다. 새벽을 여는 만큼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도 몇몇 보인다. 아침밥을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임연수만 한 바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