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문영표, 공사)가 신선식품 도매시장 선진화의 결실로 꼽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채소2동이 김장철을 맞아 공간 부족 문제로 결국 ‘난장’이 됐다. 공사에선 지난 5월 양파 성출하기 혼돈을 경험 삼아 △품목별 거래구역 조정 △매잔품 정비 독려 및 단속 강화 △채소2동 3층 공간 활용 등 김장철 성수기 경매장 운영 계획을 마련했지만, 근본적인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이에 지난 19일 밤 경매를 앞두고 채소2동 대아청과 반입장은 물론 서측면에서 가락시장 서1문 인근까지 다발무 하차가 이뤄진 데다 주차장 절반 이상이 박스무와 배추로 채워졌다. 반입장과 주차장 인근에는 하역을 하지 못한 대형트럭들이 줄지어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경매장 바깥 물량을 거래하기 위해 육성경매가 등장한 데 이어 시장 도착이 늦어져 주차장에 내려진 물량의 경우 반강제 수의거래가 이뤄졌는데, 이로 인해 출하자는 물론 중도매인·도매법인까지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대아청과에서 경매장 내 두 줄 경매 시행을 비롯해 고육지책을 벌였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우선 김장 성수기 물량 자체가 워낙 많아 공사가 마련한 김장철 운영 계획이 애초에 ‘대책’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아청과에 따르면 경매장 내부에서 거래 가능한 물량은 배추 기준 10톤 차량 50대가량인데, 지난 19일 반입된 물량은 약 96대에 달했다. 또 무(다발무 포함)의 경우 약 109대가 시장에 들어왔지만 경매장 내에서 거래 가능한 물량은 80~85대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aT 비축물량과 절임배추, 김치공장 물량 등은 3층 공간을 활용해 거래한다는 게 채소2동 공간 부족 문제에 대한 공사의 대표 대책이었지만, 해당 물량의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물건을 3층으로 올리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인 까닭에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지게차로 팰릿당 1톤에 달하는 무·배추를 승강기와 램프를 활용해 3층까지 올리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중도매인이 3층 활용을 꺼리는 이유도 이와 같다.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출하자가 짊어지게 됐다. 시장 도착이 늦어져 경매장 밖, 즉 반입장 혹은 주차장에 하차된 경우 단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매사에 따르면 전날 경매장에 하차해 1만5000원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된 출하자 A씨의 박스무가 19일엔 주차장에서 수의매매 형태로 거래돼 단가가 1만2600원까지 떨어졌다. 경매시스템이 반입장까지만 사용 가능해 이날 주차장에선 경매사를 중도매인들이 둘러싼 뒤 거래가격을 제시하면 경매사가 이를 수기로 기록해 낙찰하는 식의 (수의)거래가 이뤄졌는데, 반입장 인근 경매에선 30여명의 중도매인이 참여한 반면 해당 거래에는 그 인원이 10명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경매사는 이와 관련해 “아무래도 거리가 멀다 보니 참여율이 떨어진다. 단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라며 “출하자에겐 시장 상황을 미리 알리고 양해를 구해 경매 대신 수의거래로 진행하고 있는데 출하자 입장에선 손해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채소2동의 공간 부족은 출하자뿐만 아니라 유통인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도매인 입장에선 물량을 점포로 옮기는 데 시간과 비용이 더 소요되고, 도매법인에선 단가 하락으로 인한 매출 감소, 수기거래 정보를 시스템에 입력하는데 시간과 인력을 쏟아야 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