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가을장마를 비롯한 각종 이상기후가 농산물 전 품목 작황을 무너뜨린 가운데 기후재난 국가책임 농정 촉구 및 수입농산물 철폐를 위한 전국 생산자대회가 22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진행됐다. 생산자대회엔 주최 측 추산 500여명의 마늘·양파·배추·사과·배·대파 농민들이 모여 가을장마 농업재해 인정과 기후재난 근본 대책 수립, 무분별한 수입 철폐를 촉구했다.
이날 생산자대회는 전 품목 단체가 모인 첫 집회였던 만큼 품목 각각의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한 목소리로 국가책임 농정으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데 집중했다. 또 가을장마로 정식·파종이 미뤄지고 또 미뤄진 만큼 해당 사안에 대한 대책 마련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드높았다.
대회 시작과 함께 남종우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장은 “한여름 뜨거운 폭염을 견디고 기후재난에 가까운 가을장마를 겪으며 올 한해 우리 농민 모두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벌써 끝나고도 남았을 양파 정식을 농가들은 아직까지 끝마치지 못했고, 수확량 감소 및 수급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라며 “양파 농가들은 무분별한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으로 이미 시장의 10% 이상을 수입산에 내줬고, 올해는 민간수입마저 한 달에 1만톤 이상 확대됐다. 국산 양파 자급률을 100%로 되돌리기 위해 정부 특단의 지원책과 재배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최상은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장 역시 마늘 농가가 겪고 있는 가을장마 피해를 토로했다. 겨울 동해와 봄 냉해, 수확량 감소 등 예견되는 피해 상황을 우려하며 최상은 회장은 “농가 걱정이 한도 끝도 없다. 정부는 선제적 수급 관리를 말로만 하지 말고 필수농자재 지원, 영양제·약제 지원 등 평년 수준의 수확이 이뤄지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훈 (사)전국사과생산자협회장은 기후재난 대책과 더불어 갈수록 강도가 더해지는 수입 압력에 대한 정부의 확실한 입장을 요구했다. 박성훈 회장은 “이상기후에 사과나무는 한 해 두 해 세월이 지나도 회복하지 못할 만큼 큰 피해를 지속해서 떠안고 있다. 40년 농사지으며 겪어보지 못한 재해는 기후재난에 가깝다”라며 “안정적인 생산·공급을 위해 기후위기를 극복할 생산기반 확충은 물론 국가 과수산업 발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미국과 일본 등 외국의 사과 수입 개방 압력에 절대 굴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전국배추생산자협회를 대표해선 이무진 해남군농민회장이 정부의 가격 하락 정책을 전면으로 비판한 뒤 식량안보 차원에서 김치자급률 법제화 및 주요 농산물의 정부 직접 육성·관리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이무진 회장은 “한 달간의 가을장마로 배추가 밭에서 썩어가고 있지만 농정을 책임지는 농식품부 관료들은 해남 배추 재배면적이 너무 많아 걱정했는데 장마로 수급조절이 자연스럽게 진행돼 다행이라 안도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 농민이야 죽건 말건 농산물 가격만 잡으면 된다는 생각은 이재명정부에서도 변함없다”면서 “말끝마다 K푸드 세계화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국내 김치산업은 수입산에 무너지고 있다. 배추·무·마늘·양파·고추·대파 등의 수급도 함께 붕괴하는 만큼 노지채소 생산 지속성을 위해 김치산업을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표자 발언 이후 마늘·양파 생산자들은 가을장마 및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 피해사례를 토로했다. 이어 결의문을 통해 윤석열정부 때와 달라진 것 없는 이재명정부 농정을 규탄하며 △국가책임 농정으로의 즉시 전환 △수입농산물 물가 정책 철회 △주요 농산물 자급률 법제화 △필수농자재지원법 즉시 제정 등을 촉구했다.
한편 500여명의 농민들은 생산자대회를 마친 뒤 숭례문 인근으로 행진해 전국농민대회에 결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