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 무역을 바로잡겠다며 국제 무역질서를 뒤흔든 지 7개월 만에 한미 관세협상이 종료됐다. 우리 정부는 쌀, 소고기 등 민감 품목의 추가 개방은 없다고 농민을 안심시켰고, 지난 14일엔 한미 양국 간 ‘팩트시트’가 공개됐다. 팩트시트는 관세협상 결과를 서로 합의해서 간결하게 정리한 문서다.하지만 팩트시트에 담겨 있는 농업 분야 내용이 결코 안심할 수 없어 문제다. 팩트시트의 농업 관련 사항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미국산 농업생명공학 제품의 규제승인 절차 효율화와 미국 신청 건 지연 해소로, 미국산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려는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망 구축사업은 기후위기 시대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태양광·풍력·수소 등 청정에너지 확대는 필수적이며 정부도 보급 목표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부담을 지는 곳은 늘 농촌이다. 에너지 전환의 명분 뒤에서 농촌이 희생되는 현실을 외면한 채 정책을 추진한다면 지속가능성도 정의로운 전환도 이룰 수 없다.요즘 농촌에서 태양광 패널보다 눈에 많이 띄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송전탑과 송전선로다. 재생에너지가 늘수록 전력은 도시로 더 많이, 더 멀리 보내야 하기에 송전망 확충
지난 10일부터 브라질 벨렝에서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가 개최되고 있다. 1995년 베를린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부터 국제연합(유엔)에 가입된 190여 개국이 매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모이는 자리다. 올해는 2015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한다고 규정한 파리협정 이후 10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당사국총회는 각 나라의 대표들과 전 세계 기후·환경활동가들이 기후위기에 함께 맞서고자 모이는 다국적 회의다. 약 2주간 공식 의제를 채택하기 위해 논의하고, 각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도 5개월이 돼 간다. 남태령에서 농민 트랙터에 연대해준 국민들은 광장의 힘을 모아 내란을 획책한 윤석열을 끌어내고 국민주권 시대를 선언한 이재명정부를 세워냈다. 그리고 내란세력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유일하게 내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여전히 내란 정책과 다를 바 없는 정책으로 일관하는 곳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이야기다. 그러는 사이 권력의 폭거를 힘없는 국민의 연대로 이겨낼 수 있다는 걸 성과로 보여준 남태령 정신은 잊혀 가고 있다.이재명정부에서도 농업 영역에선 여전히 자연재해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2025년 콩 생산량이 17만톤 이상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05년 18만톤 이후 가장 많은 생산량으로,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에 힘입어 논콩 재배면적이 50% 가까이 증가해 온 결과다. 이런 추세라고 한다면 콩의 2027년 목표 식량자급률 43.5% 달성도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0년대에 콩 수매 중단과 가격 하락으로 생산이 급감했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그런데 최근 정부는 기존의 방침과 달리
국회의 예산 심의가 시작되면서 정부가 내놓은 확장재정 기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26년 예산안은 바로 인공지능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며 인공지능 시대에 대해 미래 성장과 재정의 지속성을 함께 고려한 전략적 투자인 만큼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했다.정부는 확장재정 기조로 올해보다 8.1% 증가한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은 바 있다. 침체한 내수를 살리면서 성장과 민생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방향은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예산 심의 과정
농협중앙회 국정감사가 지난달 24일 치러진 가운데,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1억원대 금품수수 의혹과 서울 광진구 중앙농협 김충기 조합장의 전 조합원 대상 5돈짜리 골드바 지급·공짜 해외여행 문제가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일반 사업체라도 논란이 되는 사건들인데 농민조합원이 주인인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에서 벌어진 일이라니 더욱 놀랍고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더구나 농촌은 지금 극심한 기후재난에 기존 농사질서가 다 흐트러져 전후작 모두 망가진 매우 엄중한 상황 아닌가.벼농사만 해도 가을장마로 벼가 쓰러지고 논이 마르질 않아 추수
올해처럼 장마와 폭우가 길게 이어진 해도 드문 것 같다. 나락은 논에서 싹이 트고, 배추는 물러터졌으며, 들깨와 콩은 썩어가며, 수확을 앞둔 과일은 수분 과다로 갈라졌다. 기후재난의 시대임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하는 한 해였다.그런데 시장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 수급 불안으로 물가가 뛰었다는 뉴스가 쏟아지지만, 정작 농민의 지갑은 더 가벼워졌다. 이상기후가 심화할수록 ‘가격은 오르는데 농민은 가난해지는’ 역설이 반복된다.이유는 간단하다. 생산량이 줄면 공급 부족으로 시장가격은 오르게 돼 있다. 이론적으로야 물량이 줄어들었
최근 열기가 뜨거웠던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지 선정 결과가 발표됐다.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된 69개 군 중에서 71%가 이번 시범사업에 신청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고, 이 중 7개 군이 최종 확정됐다.정부가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결정하고, 대상 지역 공모를 접수한 지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충청북도와 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하고 7개 광역자치단체별 한 개의 군이 선정되면서 선정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농어촌기본소득은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 70번, ‘균형성장과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9월 한 달 중 충북 청주의 비 또는 흐린 날씨가 21일이었다. 2025년 가을장마는 수확기 농작물에 대규모 피해를 주고 있다. 벼·배추·들깨·사과·대추 등이 계속되는 비로 수확을 못 해 썩거나 변질되는 피해를 입었다. 수확과 함께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에 농촌과 농민은 가을장마에 망연자실하고 있다.이재명정부는 국민주권시대를 선언했다.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 중심의 새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을 국정철학으로 확정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농정에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약속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재명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폭우와 폭염을 견뎌내고 수확을 앞둔 작물들이 병충해에 시달리고 있다. 한창 햇빛을 받고 자랐어야 할 배추도 무름병으로 평년작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벌써 파종했어야 할 월동 작물을 파종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거의 모든 농작물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정부가 벼 깨씨무늬병을 농업재해로 인정해 피해 벼 전량 매입과 복구비 지원을 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벼 깨씨무늬병을 재해로 인정하라는 현장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고 나서야 나온 결정인 데다, 그동안 농업재해에 보상이 충분히 이뤄진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현장은 예의
국회 국정감사의 막이 올랐다. 올해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국감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농업 분야도 지난 14일 농림축산식품부를 시작으로 28일 예정인 종합감사까지 정부 정책을 검증하는 시간을 갖는다.국감 본연의 기능은 정부의 국정 운영을 점검하면서 감시와 비판을 통해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 국회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권한을 바탕으로 정부 운영을 검증한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도 상당하다. 따라서 농업 분야 국정감사가 ‘면피용’이나 ‘정치 쇼’가 아니라 농정 혁신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이번
‘필수농자재지원법’이 지난달 3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의결됐다.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 절차가 남았지만, 가장 어려운 관문인 상임위원회를 통과했기에 그 의미가 크다. 농자재 가격이 급등해 경영 위기에 처했던 농가 입장에선 추석 명절을 앞두고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법 취지가 농해수위 심의 과정에서 다소 변질됐기 때문이다.필수농자재지원법은 지자체가 시행 중인 필수농자재지원조례에서 비롯됐다. 전국 24개 시군에서 제정·시행 중(7월 기준)인 필수농자재지원조례는 지난
지금 우리의 농업·농촌은 지속가능성의 기로에 서 있다. 농민 평균 연령은 이미 68세를 넘어섰고, 40세 이하 청년농민은 전체의 1% 남짓에 불과하다.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유출은 농업 기반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 후계인력으로서의 청년농 육성은 농정의 핵심 과제일 수밖에 없게 됐고, 이에 정부는 수억원의 청년 창업농 정착지원, 일정 기간 생활자금 지원, 농지은행 임대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유인정책만으로는 안정적인 정착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경영비의 만성적인 부족과 부채상
이재명정부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 방안이 나왔다. 도매시장법인 간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경매 중심에서 벗어나 예약거래 방식을 확대하며 중개수수료(거래금액의 7% 이하)를 인하하는 방안이 제시됐고, 전체 농산물 유통의 50%를 온라인 도매시장이 담당해 유통비용의 10%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런 유통구조 개혁 방안과 더불어 발표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배추·무 등 엽근채소류는 유통비용률이 64.3%에 달했고 월동무(78.1%), 양파(72.4%), 고구마(70.4%) 등 일부 품목은 70%를
2025년 우리사회에는 수많은 재난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3월 안동·의성·청송·영양 등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초대형산불은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삶의 터전인 집과 생계기반인 과수원·축사·농기계 등 수많은 농업시설도 불에 타 잿더미가 되며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남겼다.초대형산불은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187명의 사상자 발생 등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혔고, 그 여파는 지금도 끝나지 않고 있다. 무방비 상태에서 모든 것을 잃은 주민들에 대한 피해대책은 부족함 투성이였다. 이는 정부의 대형재난 대응
그동안 끝 모를 추락을 경험한 쌀값이 최근 반등하게 되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0kg 6만원이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심지어 산지 쌀값도 아닌 소비지 쌀값을 겨냥한 것인데, 추수기를 앞둔 농민으로서는 전혀 수긍하기 어려운 발언이 아닐 수 없다.최근 농업소득이 정체 또는 하락하게 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쌀값 하락에 있었다는 것은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자료를 통해 이미 확인된 내용이다. 2021년 논벼 생산농가의 농업소득이 1200만원을 넘었지만, 2024년에는 6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불과 3년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농촌이 다 비어가지만, 기회의 땅이다. 그 방치된 토지들이 다 태양광 발전 부지들”이라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농촌의 유휴 부지를 태양광 에너지 발전원으로 활용하고, 주민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의 대폭 확대를 주문했다.국가균형성장 전략 관련 토의 중 나온 발언인데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내년까지 ‘햇빛소득 마을’을 100곳으로 늘리겠다고 보고하자 내년에 왜 100개밖에 못 하느냐면서 “마음먹고 하면 수백개도 할 수 있지 않느냐”라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밀 자급률 5% 달성 목표를 세웠으나 실패했다. 이 추세라면 5년 뒤인 2030년 10% 자급률 목표도 기대하기 어렵다. 국산 밀산업 육성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이유다.농식품부는 지난 2020년 국산밀산업육성법 제정 이후 5년 단위(2021~2025년) 법정계획을 세웠다. 이른바 제1차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1차계획)으로 생산부터 유통, 소비시장 확보까지 분야별 추진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1차계획이 밀 자급률을 높일 핵심인 ‘생산과 소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음을 이번 자급률 달성 실패로 확인할 수 있다
강릉지역이 현재 겪고 있는 극심한 물 부족 사태는 기후재난 시대를 경고하는 또 하나의 징후라 할 수 있다. 기록적인 가뭄과 고온으로 강릉 남대천과 오봉저수지가 바닥을 보이고 있어 농업용수는 물론 식수 확보마저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정부가 가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총력을 쏟고 있으나 당분간 지역농민을 포함한 시민들의 고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농업용수 문제는 식수조차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지만, 실제 피해는 심각하다. 대파와 배추 등 농작물이 타들어 가고 있으나, 농민들은 그래도 식수공급이 먼저이니 농업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