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물 부족 사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 입력 2025.09.14 18:00
  • 수정 2025.09.14 20:27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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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지역이 현재 겪고 있는 극심한 물 부족 사태는 기후재난 시대를 경고하는 또 하나의 징후라 할 수 있다. 기록적인 가뭄과 고온으로 강릉 남대천과 오봉저수지가 바닥을 보이고 있어 농업용수는 물론 식수 확보마저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정부가 가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총력을 쏟고 있으나 당분간 지역농민을 포함한 시민들의 고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업용수 문제는 식수조차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지만, 실제 피해는 심각하다. 대파와 배추 등 농작물이 타들어 가고 있으나, 농민들은 그래도 식수공급이 먼저이니 농업용수 공급 주장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지역 농민들에 대한 지원대책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사실 강릉·속초 등 강원도 영동지역은 지형적인 특색이 있다. 바다와 가까운 곳에 설악산과 대관령 등을 품은 태백산맥이 길게 뻗어 있어 경사가 급한 지형이다. 그래서 산에서 내려오는 빗물이 빠르게 바다로 내려가기 때문에 지상 저수지는 물론 지하 저수지의 확보가 필수적인 지역이다.

강릉시는 십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물 부족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이러한 지형적 특성과 기후재난의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땜질식 처방으로 버텨 오다가 결국 올해와 같은 극한의 재난상황을 맞고 말았다.

그래서 최근 인근 속초의 사례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바닷가인 속초시는 설악산이 바로 붙어 있고 급경사로 돼 있다. 산에서 내려오는 빗물이 순식간에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지형인 데다가 대부분의 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자연경관 보전의 이유로 저수지 하나 없는 지역이다. 그래서 비가 조금만 적게 와도 식수공급이 제한되는 열악한 지역이었다. 이에 속초시는 시민들과 함께 10여년 전부터 속초의 유일한 하천인 쌍천 지하에 저수댐을 만들어 물 문제를 해결해 오고 있다.

이제 작금의 강릉 물 부족 사태를 교훈 삼아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시설 확충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전환과 행정적 책임성의 강화, 그리고 식량안보와 연결된 국가적 차원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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