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수산업 비관세장벽 소환, 팩트시트 피해 체크

  • 입력 2025.11.23 18:00
  • 수정 2025.11.23 18:40
  • 기자명 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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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
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

 

한미정상회담 관세협상에 대한 팩트시트(FACT SHEET)가 지난 14일 발표됐다. 최종 투자양해각서(MOU) 서명 직전의 이 문건은 트럼프 관세 도발의 여파, 일본·유럽연합(EU)·한국, 이른바 동맹국 순 투자 약정 후 관세 인하(25→15%)를 주 내용으로 담고 있다. 

대기업 제조업 관세를 10%(연간 약 125억달러 추정) 덜기 위한 ‘3500억달러(30여년) 대미투자 양허(2000억달러 현금 투자, 1500억달러 조선업투자)’와 ‘미국과 5대 5 수익 배분 및 원리금 회수 후 1대 9 수익 조정’은 전근대 봉신 조약을 연상케 하거니와, 구글을 의식한 듯한 국경 없는 데이터 위치 정보 허용, 한미동맹 현대화 조문화 등은 이렇게까지 물러서 얻는 실익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게 한다. 

무엇보다 농업부문은 협상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관계 당국의 명시에도 불구하고, 농수산업 전반을 또 희생시키는 문구가 등장한 것은 이젠 놀랍지도 않을 지경이다. 아울러 그간 한미 관세협상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아 사문화된 것으로 추정되던 한-미 FTA의 재등장은 새로 해석할 과제로 남게 됐다.

관세 부문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한국의 농수산물 수입이 한-미 FTA에 의해 거의 무관세화(쇠고기 잔여 관세 5%는 2026년 무관세화)됐기 때문일 것이다. 

남은 비관세장벽인 위생검역 해제 등이 미국의 중점 요구라면, 팩트시트는 유전자조작(GMO)제품에 대한 규제 간소화 혹은 신청 적체를 해소할 미국 무역데스크 설치를 문서화 및 법적 효력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위생검역 해제요구란 1993년 수입농산물위험분석(IRA)에 의해 금지된 미국산 사과·배의 수입 허용, GMO 47종 간소화란 감자 등 주요 GMO 식품수입을 겨냥한 것이다. 특히 미국 데스크 설치로 검역을 무력화시키는 것, 미국 육류·치즈 시장접근은 2011년 한-EU FTA에서 EU산 육류 품목의 미국기업 명칭 사용 규제를 목표로 한 것, 즉 지리적 표시(GI) 보호를 무력화하려는 요구다. 

환경보호와 무역투자 왜곡을 거론하며, 이제까지 거의 거론되지 않던 WTO 어업보조금 협정이행요구를 재소환해 사실상 어업용 선박 유류 보조금에 대한 강제 제재를 요구한 것도 놀랍다. 어업보조금이란 ‘과잉어획 어족자원 부정적 영향 보조금’과 ‘IUU(불법) 어업목록 등재어선 보조금’을 지칭하는 것으로 2022∼2025년에 거론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어업선박 유류보조금 제재 파동을 연상시킨다. 

2015년 한국은 미국 IUU 불법 어업지정을 해소했으나, 이번 팩트시트에서 이 조항이 깜짝 소환된 것은 첫째 한-미 FTA의 전반적 비관세장벽 보조금 규제의 각인, 둘째 사실상 동맹 현대화의 한 대상인 일본 다카이치 새 수상의 군국주의화 허용 여지가 아닌가 의심된다. 이 조항이 실제 가동되면 IUU 어업목록에 등재되지 않은 영세 소형 어선의 유류보조금 제재와 어업 파산 및 한일 해양경계 침해까지 우려된다.

이 MOU는 당연 국회 비준 절차 대상이다. 이는 3500억달러 투자(그중 적어도 2000억달러는 정부재정이 동원되는 현금투자), 방위분담금 330억달러 인상 및 국가 간 협정인 한-미 FTA의 각 악성 조항까지 동원되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관례로 보면 통과의례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양해각서는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라는 관계당국 주장까지 나오는 처지에 해당 절차가 별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팩트시트가 무역협상을 넘어 국가의 정치·군사·경제의 전환점을 거는 것이라면, 이 사안을 공론화하는 과정은 당연한 것이다. 농수산업은 납득할 만큼 공론화된 적이 없는데도 이런 정도인데, 다른 산업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적어도 지난번 한-미 FTA 때처럼 농어민들의 피해가 구체적으로 집계, 구제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가선 안 된다.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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