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합리적 의심

  • 입력 2025.11.09 18:00
  • 수정 2025.11.09 22:45
  • 기자명 염규현 통일디자인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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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규현 통일디자인연구소 연구원
염규현 통일디자인연구소 연구원

 

우리 국민의 통일 의식에 대한 상반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통일연구원의 조사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통일이 필요치 않다고 응답했는데, 이후 발표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의 조사(10월 26일 공개)에서는 3명 중 2명 이상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중요한 것은 어느 결과가 맞느냐가 아니라 결국 시간이 갈수록 국민의 통일 의식이 더 옅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젊은 세대의 통일 의식이 매우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지겹도록 반복돼왔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의 영향, 남북관계 단절의 지속, 국내 정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이며 ‘통일에 대한 인식이 단기적 변동을 넘어 구조적 변화의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전쟁이 없는 상태의 평화적 공존에 동의하는, 또한 현재 분단 상태의 지속을 선호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연구원이 분석한 통일 의식에 대한 ‘구조적 변화의 국면’은 오래전에 시작됐다. 우리는 이미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에서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로 통일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두 국가론’을 내세운 북한의 탓만도, 그리고 오랜 분단의 세월이 만들어놓은 ‘고착화’만으로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북한이 70년이 넘도록 ‘자력갱생’과 ‘집단주의’를 고수해온 것과 ‘분단의 고착화’란 것 역시 우리의 영향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들의 대북정책, 통일정책을 돌아보자. 남북정상회담의 감동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다가도 정부가 바뀌면, 또 미국의 정부가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았나. 그 과정에서 전 정부의 노력은 모두 부정되고 심지어 처벌의 대상이 돼버리지 않았나. 이런 과정이 반복되며 북한은 물론 우리 국민 역시 우리 정부의 ‘통일 의지’를 의심하게 되고 결국 북한 당국이 ‘역시 지금도 자력갱생’만이 유일한 답이라 판단하게 된 것 아닌가. 우리 국민의 통일 의식이 높아질 이유가 전혀 없다. 덧붙여 남북문제를 정쟁과 지지율 상승의 대상으로만 여겨온 정치권과 여기에 부화뇌동한 학계, 언론계 모두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도 ‘통일은 됐고, 일단 우리가 잘 살고 볼 일이다’를 고급스러운 문장과 표현으로 포장한 전문가들의 말과 글이 가벼운 언론들의 지면을 채운다. 또 사실상 제1언론이 돼버린 유튜브에는 단순히 북한을 조롱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 여기에도 소위 전문가들의 흥분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탈북자들마저 충실히 동원된다. 남북문제의 해법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콘텐츠는 망하기 딱 좋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 통일 의식이 높아진다면 그게 더 연구가 필요한 이상 현상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한중정상회담 등에서도 북한은 그저 관리의 대상으로만 비쳤다. 아니, 우리(한미)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쉬운’ 대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통일은 당장 이뤄질 수 없다. 그리고 그 통일은 남과 북 모든 구성원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기에 더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더 이상 국민이 대북정책을 지지율 상승을 위한, 치적 쌓기를 위한 정부의 ‘쇼’로 인식하지 않게끔 할 수 있는 진정성이 담보돼야 할 것이고, 평화와 통일의 대상을 그럴듯한 언변을 통해 혐오와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어 돈벌이하는 자칭 전문가들이 설 곳이 없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통일문제를 최대한 전문성을 갖고 객관적으로, 그리고 국민들에게 진정 자발적으로 통일 의식을 갖게 해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언론이 필요하다. 분단된 국가에서 통일문제를 온전히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가 인터넷 매체 한 곳이 유일한 지금은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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