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국내 대표적 한지형 마늘 주산지인 경북 의성군의 단촌면 들녘에서 지난 3일 한 농민이 마늘파종기에 씨마늘을 가득 담아 천천히 밀고 있다. 씨마늘을 일렬로 반듯하게 심기 위해 줄까지 띄운 마늘논에서 반가운 가을볕 아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 근처에선 트랙터가 추수가 끝난 논을 갈아엎거나 거름을 뿌리는 모습도 간간이 보인다. 이미 갈아엎어 흙이 마르길 기다리는 논도 부지기수고 씨마늘 파종을 앞두고 2인 1조로 논을 소독하느라 애쓰는 농민들도 한눈에 보인다.예년 같으면 씨마늘 파종이 이미 막바지에 다다랐을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농협의 주인은 누구냐!’ 사과 과수원 방제에 사용하는 스피드스프레이어(SS기)에 현수막을 매달았다.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를 코앞에 둔 시기, 사과 선물세트 택배에 사과잎을 따주고 반사필름을 깔아야 할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였지만 농민들은 모든 농작업을 뒤로 하고 SS기를 몰고 아스팔트로 나왔다. 모자란 일손에 하루하루가 아쉬울 정도였건만 30여명의 농민들은 과수원의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갔어야 할 SS기와 운반차를 끌고 거리로 나섰다.“농협 믿고 약 쳤는데 사과농사 망했다. 동문경농협은 책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물이 바싹 말라버린 저수지 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갈기갈기 갈라져 있었다. 저수지 수문 근처에만 물이 고여 있었고 저수지 상류는 물이 채워져 있을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풀까지 수북이 자라 있었다.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재난사태까지 선포된 강원 강릉시는 하루하루가 물과의 전쟁이었다.3일 현재 강릉시의 주 수원지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3.9%에 그쳤고 하루가 지날수록 저수율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현재 추세라면 3~4주 뒤엔 저수지 물이 아예 고갈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시는 지난달 3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극한 호우’에 의한 제방 붕괴로 시설하우스 수십 동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은 지 꼬박 열흘이 지났다. 침수 피해는 물이 다 빠지고 나서야 선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물에 완전히 잠겼던 멜론은 하우스와 하우스 사이 농로에서 썩어가고 있었고 폭염에 바싹 말라버린 멜론 줄기와 줄기를 잡아주던 끈, 두 번 다시 못쓰게 된 비닐 등은 하우스 내에 방치된 채 그대로였다. 급작스러운 수해의 아픔을 딛고 새로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침수됐던 농자재 및 농작물의 철거가 시급했다. 피해가 워낙 크다 보니 시설 철거를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감자 줄기와 검은 비닐을 모두 걷어낸 두둑 위로 땅속 작물 수확기를 매단 트랙터가 운행을 시작한다. 수확기가 네모반듯했던 두둑의 흙을 넓게 펼치듯 훑고 지나가자 100일 가까이 땅속에 숨어있던 감자가 제 모습을 드러내며 쉴 새 없이 올라온다. 조림용 크기의 작은 감자부터 어른 주먹만 한 감자까지 크기도 제각각이다. 밭 두둑마다 일렬로 줄 세우듯 감자가 수북이 쌓이자 농민들과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노동자 20여명이 컨테이너 상자에 감자를 담느라 분주하다. 한 두둑에 한 명씩 때론 두 명씩 일방석에 앉아 감자에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지난달 27일과 28일 양일 동안 밭에서 마늘을 캐 대를 자른 다음 그대로 말려놓았다. 지난해 9월 23일에 씨마늘을 파종했으니 꼬박 여덟 달 만에 마늘을 캐는 ‘손맛’을 본 것이다. 겨우내 땅속에 있던 마늘의 크기와 굵기를 두 눈으로 확인하니 농사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싶어 일손에 신명이 붙는다.그러나 모처럼 화창한 날씨가 지속돼 건조가 잘 이뤄지나 했더니 본격적인 수확을 앞두고 지나간 비에 마늘이 ‘슬쩍’ 젖었다. 하늘을 원망하고 아쉬워할 새도 없이 대나무로 엮어 만든 삼태기에 흙을 털어낸 햇마늘을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메마른 밭에 물을 흠뻑 주며 두 달 가까이 직접 육묘한 고추 모종을 심는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일 년을 기다려 꼭 이맘때,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고사리를 끊으려 비탈진 밭을 오르내리느라 숨이 찬 여성농민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된다.이른 봄 냉해를 딛고 하얗게 꽃이 핀 사과밭에서 사다리에 올라 꽃 솎기에 나선 농민의 손길은 매우 조심스럽다. 파종하기엔 한참 이르지만 메주콩을 심기 위해 관리기로 두둑을 만드는 농민의 이마엔 땀이 송송 맺힌다.오이 모종을 심기 전 촘촘히 지주대를 설치한 밭에서 줄 작업을 하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화마가 봄을 삼켰다. 우리나라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경북·경남 산불은 농민들과 지역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농가주택은 기둥 하나 없이 폭삭 무너져내렸고, 저장고에 보관하던 사과, 비료 등은 하나도 남김없이 타버렸다. 주불 진화가 완료됐어도 비료 등이 타는 연기는 화재 현장 곳곳에서 피어올랐다. 잔불 진화를 위해 헬기가 수시로 뜨고 내렸고 주민들은 헬기 프로펠러 소리만으로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경운기, 이앙기, 콤바인, 관리기, 지게차 등 농작업과 관련된 모든 기계와 농민들의 주요 이동 수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지금 우리는, 윤석열이 오염시킨 헌법의 숭고한 말과 풍경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치열한 투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며 선서를 한 대통령이 일으킨 12.3 내란 사태로 우리의 선열들이 피땀 흘려 지켜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한순간 군홧발에 짓밟혔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국회가 신속히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결국 대통령 탄핵소추안까지 가결시켰다. 구속된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지만 내란을 옹호하는 세력들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헌정질서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연이틀 폭설 예보에 전날 미리 밭에서 뽑아 일렬로 정리해 놓은 대파가 비닐에 덮여 있다. 그 위로 작게는 서너 평, 크게는 열 평 남짓한 간이 시설하우스가 밭 곳곳에 들어선다. 밤새 한바탕 폭설이 쏟아진 탓에 새하얀 눈밭 위에 그대로 하우스를 설치한다. 대설주의보에 더해 강풍주의보까지 떨어지자 세찬 바람과 함께 폭설이 옆으로 쏟아진다. 하우스 밖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안팎으로 카메라를 잡은 손가락이 얼얼할 정도다. 미처 뽑지 못한 대파는 눈 속에 절반이나 파묻혀 있다.이내 농민들과 외국인노동자들이 하나둘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폭설로 주저앉은 하우스 철골은 엿가락처럼 휘어지거나 부러져 있었다. 겨우내 화훼를 키우는 시설원예 특성상 보온을 위해 이중 삼중으로 커튼을 치듯 설치한 비닐은 갈기갈기 찢어지거나 구멍이 뚫려 물이 줄줄 샜다. 무너져내린 하우스 안에서 철골에 눌려 미처 빼내지 못한 호접란은 생기를 잃은 채 서서히 말라갔다. 농로엔 화분째 빼내 폐기한 화초가 톤백 수십 개에 가득 담겨 수거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딸기, 파프리카, 애플망고 등을 키우는 하우스도 폭삭 주저앉았다. 고설 재배하는 딸기 모종이 한겨울 추위에 시들어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2024년 12월 3일 밤 10시 30분경.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에 국회가 군홧발에 짓밟히고 민주주의가 유린당하는 현장을 밤잠을 설치며 목도한 시민 1만여명이 4일 저녁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퇴진광장을 열자! 시민촛불’ 집회를 열고 ‘내란죄 윤석열의 퇴진’을 강하게 촉구했다.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과 촛불을 든 시민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하고 중대한 헌정질서 파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단풍이 곱게 물든 백운산 자락 해발 500미터에 자리 잡은 한 농막에 두 농민이 앉아 있다. 이들 앞엔 이날 아침 수확한 떫은감이 20kg 컨테이너 상자와 원형 바구니에 수북이 담겨 곳곳에 놓여 있다. 한 농민이 떫은감 하나를 꺼내 꼭지 부분을 다듬기 시작한다. 감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껍질을 깎아내는 손길이 거침이 없다. 이들 모습 뒤론 전날 밤 작업을 마친 감타래가 고운 빛깔을 드러내며 농막 처마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보통 감 깎는 기계를 사용해 곶감을 만드는데 우린 전부 손으로 해. 감 깎는 것까지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정녕 황금빛으로 물들었어야 할 들녘이었다. 네모반듯하게 경지정리된 논엔 풍년농사를 가늠케 할 정도로 고개 숙인 벼들로 넘실거려야 했다. 그러나 멸구가 창궐했다. 이상기후로 초가을까지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연일 이어졌고 멸구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추수를 앞둔 논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멸구가 영양분을 갉아먹기 시작한 벼는 하얗게 마르며 쓰러졌다. 영글지 못하고 영양분이 빠진 낟알은 쭉정이처럼 푸석거렸다.꼭 멍이 든 것처럼 논 곳곳에 크기도 제각각인 웅덩이가 생겼다. 한 필지 논 전체가 멸구로 인해 하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나락 익기만을 기다렸다. 일년내내. 이윽고 알곡이 익어 고개 숙인 벼들로 황금물결을 이룬 들녘은 보기에도 참 풍요로웠다. 추수가 시작되자 미곡종합처리장(RPC)으론 적재함 가득 벼를 실은 트럭들이 꼬리를 물고 들어갔다. 그러나 RPC 바로 맞은 편에 펼쳐진 들녘에선 ‘수입쌀 반대’, ‘쌀값폭락 저지’, ‘쌀값 보장’ 등의 깃발을 매단 트랙터가 나락을 갈아엎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콤바인으로 수확을 한다 해도 무방할, 추수가 코앞으로 다가온 논이었다.콤바인으로 추수해 톤백에 쏟아내야 할 알곡들이 진흙에 속절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절기상 가을이 온다는 입추건만 꺾이지 않는 폭염의 기세가 무섭다. 차광막을 친 하우스라 해도 살갗이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는 햇볕만 가릴 뿐 한증막 같은 찜통더위는 매한가지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난 7일 전북 순창군 풍산면 두승리의 한 시설하우스. 청상추 수확이 한창인 하우스에 들어서자 이내 얼굴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오전 10시가 좀 지난 시간이지만 한낮의 더위만큼이나 푹푹 찐다. 이른 새벽부터 상추 수확에 나선 길, 반복되는 작업과 가마솥 같은 더위가 맞물리며 농민들의 옷은 이미 땀에 절어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한여름 서울 도심 아스팔트에서 올라온 복사열은 온몸이 달궈질 정도로 뜨거웠다. 그러나 비 오듯 땀을 쏟게 한 한낮의 가마솥 더위도 ‘기후재난 시대, 농민생존권 쟁취와 국가책임농정 실현을 위한 7.4 전국농민대회’ 참석차 상경한 농민들의 성난 분노를 막아서지 못했다.농민대회 시작 전 강원, 경북 지역에서 상경한 농민들은 ‘기후·식량·농업·생명위기 극복! 국가책임농정 실현하라’가 적힌 현수막을 앞세운 채 마포대교 3·4·5차로를 막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의 제지를 뚫고 마포대교 1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일정 간격으로 논둑에 세운 한반도 단일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북녘의 산하에서 흘러 내려온 물을 받아놓은 남녘의 논엔 철원평야의 하늘이 선명하게 투영돼 보인다. 누가 먼저라 할 새 없이 바지춤을 걷고 논으로 스며든 농민들과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회원 수십여 명이 한 손에 모를 들고 선다.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못줄잡이의 신호에 허리를 숙였다 펴기를 여러 번, 대여섯 포기의 모가 일렬로 가지런히 논에 심기고 풍물패의 농악소리가 모내기에 나선 이들의 신명을 돋운다. 어떠한 경계도 없이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아직 여려 살랑이는 바람에도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는 고추 모종을 밭두둑에 심고 흙을 북주는 한 여성농민의 손이 진흙 범벅이다. 손 마디마디마다 엉겨 붙고 허옇게 말라버린 진흙에 일평생 농사로 일궈온 삶을 방증하듯 주름이 갈래갈래 도드라져 선명하다. 그 부르트고 주름진 두 손으로 고추 모종을 세우는 손길이 유난히 조심스럽다. 하여, 검은 비닐로 덮은 두둑과 물기를 머금은 진갈색 흙 사이로 올곧게 서 있는 고추 모종의 연둣빛은 더욱 선연할 따름이다.지난달 29일 충북 제천시 덕산면 신현리 들녘, 논을 메워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홍천군청 앞 광장 전광판에 ‘군정구호’와 ‘군정비전’이 순서를 바꾸며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군민이 주인되는 새로운 홍천’ 그리고 ‘힘차게 도약하는 경제 으뜸도시 홍천’.뜻깊은 구호와 비전이 보이는 전광판 아래 군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든 이들은 송전탑, 양수발전소, 석산 개발, 골프장 건설 등 각종 난개발 논란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마을공동체 파괴가 심각한 홍천 지역의 주민들이었다. 모이고 보니 모든 농촌파괴형 난개발 사업을 망라한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주민들이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