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지난달 27일과 28일 양일 동안 밭에서 마늘을 캐 대를 자른 다음 그대로 말려놓았다. 지난해 9월 23일에 씨마늘을 파종했으니 꼬박 여덟 달 만에 마늘을 캐는 ‘손맛’을 본 것이다. 겨우내 땅속에 있던 마늘의 크기와 굵기를 두 눈으로 확인하니 농사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싶어 일손에 신명이 붙는다.
그러나 모처럼 화창한 날씨가 지속돼 건조가 잘 이뤄지나 했더니 본격적인 수확을 앞두고 지나간 비에 마늘이 ‘슬쩍’ 젖었다. 하늘을 원망하고 아쉬워할 새도 없이 대나무로 엮어 만든 삼태기에 흙을 털어낸 햇마늘을 차곡차곡 담는다. 마늘 특유의 알싸한 향이 삼태기 가득 넘칠 즈음 밭 인근에 대놓은 경운기 적재함에 마늘을 쏟아붓는다. 지난 2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봉락리에서 햇마늘 수확에 나선 지도안(80)씨와 가족들이 그려낸 정경이 위와 같다.
830평 밭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삼태기 가득 햇마늘을 담아 경운기 적재함으로 나르니 적재함도 이내 마늘로 수북하다. 그러자 지씨가 경운기 시동을 켜고 비탈진 밭을 거슬러 올라 농가주택 옆에 마련된 시설하우스로 마늘을 옮긴다. 널따랗게 지은 하우스엔 이른 아침부터 작업해 옮겨 놓은 햇마늘이 곳곳에 쌓여 있다. 이 햇마늘을 평탄하게 펼쳐 송풍기 등을 이용해 앞으로 한 달은 더 말려야 온전한 상품인 ‘서산마늘’이 된다고 하니 밭 준비 과정부터 셈하면 ‘마늘은 일 년 농사’라는 말이 헛말이 아님을 다시금 실감한다.
지난해 지씨가 농협에 마늘을 내고 받은 가격은 1kg당 3000원선. 올해는 아직 시세가 정해지지 않았기에 그로서도 ‘작년보단’이란 바람을 담아 어림짐작만 할 뿐이다. 다만 적정한 마늘값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일 년 동안) 들어간 생산비가 얼만디 그런 생각은 않고 값이 조금만 올라도 난리 난 것처럼 하는 건 문제”라며 “농사꾼이 농산물 팔아서 한 잔에 6000~7000원 하는 커피 묵겄나? (농산물) 값을 알면 그럴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농사일로 바쁜 와중에도 짧은 인터뷰에 흔쾌히 응한 그는 적재함이 텅 빈 경운기를 몰고 다시 밭으로 돌아갔다. 그곳엔 하루 인건비만 13~15만원에 달하는 인력사무소 일꾼 대신 아내와 자녀들이 삼태기 가득 햇마늘을 담아 놓고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