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연립으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취임했다.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의 탄생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 근소하지만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정책 변화를 이끌기에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취임한 스즈키 노리카즈 농림수산대신은 이시바정권에서 추진해 온 ‘쌀 증산’ 정책에서 ‘수요에 대응한 생산’으로 정책 기조를 바꿨다. 불과 3개월 만에 쌀 생산 조정 기조로 돌아간 것이다. 스즈키 농림수산대신은 현재의 높은 쌀 가격은 유지하면서 ‘쌀 상품권’으로 소비
지난 9월, 뜻있는 연구자들과 충남농업회의소가 함께 일본 구마모토의 집락영농 현장을 방문했다. 일본의 집락영농은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으로 인해 개별 형태의 영농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마을 단위에서 농사를 위탁하거나 공동경작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다. 특히 중산간 지역과 같이 농업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으며, ‘지역의 농지는 지역이 지킨다’는 공감대가 바탕이 돼 있다.구마모토현의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오쿠아소 구사카베 영농법인’은 지역의 수로와 농지를 100년 전 조상들이 닦아온 대로 보전하고, 그 전통을 계승하자는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23일 미일 관세 협상이 합의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일본은 우선 기본 관세율(MFN, 최혜국대우 관세율)을 포함한 상호관세율을 15%로 하고, MFN 세율이 15% 이상인 품목에 대해서는 상호관세와 상관없이 MFN 세율만을 부과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농업 분야와 관련해서는 바이오에탄올·대두·옥수수·비료 등 미국산 농산품의 수입 확대, 쌀 의무수입 물량(미니멈 액세스) 가운데 미국산 쌀 수입 물량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산 농산품 등에 대한 일본 측의 관세 인하는 없는 것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2050 탄소중립 전략이 등장하던 가운데, 일본에서도 2021년 미도리(녹색)식료시스템전략(미도리전략)을 발표했다. 미도리전략은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머무르지 않고 환경부하를 줄이는 실천과 그 구체적 목표로 제시된 유기농업 확대(2050년 유기농업면적 25%)를 위한 노력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농정의 중심에 있다.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3년 미도리전략 추진대책이 마련됐는데, 핵심은 세 가지다. 우선 지역 단위(광역·기초지자체 및 협의체)에서 환경부하 저감, 온실가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례적 쌀 부족 사태와 그에 따른 가격 급등은 일본 농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과제로 부상했다. 식량안보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지난 7월 20일 참의원 선거에서는 식량문제를 둘러싼 각 정당의 농정 공약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지난 4월에 각의에서 결정된 새로운 ‘식료·농업·농촌 기본계획’을 통해 식량 안전 보장과 생산 기반 강화를 천명한 가운데, 여야 각 당은 이번 선거에서 저마다의 해법을 제시하며 농심과 민심을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각 정당의 주요 농정 공약을 살펴봄으로써
일본에서 집락(마을)영농은 ‘집락을 단위로, 농업생산과정의 전부 혹은 일부가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 공동적, 통일적으로 이뤄지는 영농’을 말한다. 농업용 기계를 공동소유만하거나 재배협정 혹은 용·배수 관리만 하는 조직은 제외한다. 집락영농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부터 등장해 집락을 단위로 한 영농 실천을 뜻하는 용어로써 사용돼왔다. 집락영농이 농업백서에 등장한 것은 1989년 농업생산조직 가운데 집락을 단위로 한 생산의 조직화 차원에서였고, 이후 1998년에 지역 농정의 축으로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돼 가면서 농업백서에 재
최근 일본의 심각한 쌀 가격 폭등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에토 타쿠 농림수산대신이 한 지역 강연에서 “저는 쌀을 구입한 적이 없습니다. 솔직히 지원자들이 주신 쌀이 너무 많아서 팔아야 할 정도입니다”라고 말해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임명권자로서 대단히 죄송하고, 깊은 사죄를 드린다”라고 밝혔다. 쌀 가격이 높고, 마트에서도 자유롭게 쌀을 구매할 수 없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불안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다.작년 여름부터 이어온 쌀
지난달 30일, 일본에서는 농민들에 의한 ‘레이와의 백성 잇키(봉기)’가 도쿄를 비롯해 14개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도쿄에서는 아오야마 도심 한가운데에 전국에서 올라온 30대의 트랙터와 농민·시민 약 4500명이 모였다. “먹거리와 농업을 지키자”, “모든 농민에게 소득보상을”, “시민들에게 안심하고 먹거리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생활을”이라는 구호 아래 먹거리와 농업, 미래의 아이들을 지키려는 연대의 고리를 넓히기 위한 급박함으로 3개월간 준비해 마련된 것이다.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 여름부터 쌀 부족 문제와 가격급등이 심각해지
일본 정부는 앞으로 모든 보조사업에 있어 환경부하 저감 노력을 실천하는 농업인에게만 보조금을 지불한다는 계획이다. 2021년 농림수산성은 농식품 분야의 탄소중립 실현과 지속가능한 푸드시스템 구축을 위해 ‘녹색 식료시스템 전략’을 수립하면서, 정책 수단의 그린(Green)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정부 정책의 지원대상을 지속가능한 농림수산식품업을 실천하는 자에게 집중하고, 농림수산성의 모든 보조금 지급과 환경부하 경감을 통합한 크로스 컴플라이언스(Cross Compliance, 교차준수)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일본 농림수산성 농산국 농업환경대책과에서는 ‘유기농업을 둘러싼 사정’을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부터 민간 주도의 유기농업운동이 시작됐지만, 정부의 무관심으로 2006년에야 비로소 `유기농업 추진에 관한 법률’을 마련한 바 있다.유기농업 동향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유기농업 실천 면적의 증가다. 2022년 현재 일본의 유기농업 실천 면적은 3만300ha로, 2012년 이후 매년 증가했다. 이에 반해 유기농산물 인증 농가는 2023년 3945호로, 유기인증의 비싼 비용과 번거로움 등을 이유로 2011년 한 차
최근 일본에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농업노동력 감소와 고령화 상황에서의 농업노동력 확보, 그리고 장애인의 농업 분야 취업 기회 확대를 통한 경제적 자립과 사회 참여 촉진 등을 목적으로 농업과 복지를 연계한 ‘농복연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농복연계는 농업·농촌에 있어서는 노동력의 확보와 농지의 유지 및 확대, 지역 공동체의 유지 등에 기여하고, 복지 측면에서는 장애인의 고용 창출과 임금 향상, 자신감 회복, 재활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농복연계는 농업경영체가 장애인을 고용하거나, 장애인 시설 운영 주체
일본에서는 농지 매매와 임대차에 대한 심사를 시정촌 단위 지역에 마련된 농업위원회에서 시행한다.일본의 농업위원회는 농지법에서 정한 농지이용승인 및 이용증진에 대해 허가하는 권한을 가진다. 농지의 이용관계 분쟁에 대한 조정 기능도 가지며, 매년 이뤄지는 농지이용상황 관련 실태조사도 수행한다. 이를 통해 농지의 이용 집적 및 집약화, 유휴농지의 발생방지와 해소, 신규 취농 촉진 등 이용 최적화를 도모하고 있다.실제로 일본에서 귀농을 하려면 1~2년의 기간을 지역 선도 농가 등에서 실습하면서 농사를 잘 짓는지, 농촌 생활에 문제가 없는지
지난 10월 필자는 일본 농촌 지역의 빈집 활용 정책 및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효고현(兵庫県) 고베시(神戸市)와 단바사사야마시(丹波篠山市)에 다녀왔다.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인구이동 변화 등을 배경으로 농촌 지역의 빈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총무성이 조사한 ‘2023년 주택·토지 통계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 수는 2018년 849만호에서 2023년 899만호로 5년간 51만호가 증가했다. 전체 주택 수의 13.8%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10년 뒤인 2033년에는 빈집 비율이 25.9%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일본에선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업이 가진 다면적 기능(공익기능)의 발휘를 위해 2011년부터 환경보전형 농업직접지불(환경보전직불)을 시행해 왔다. 환경보전직불은 농업생산에서 발생하는 환경부하를 줄이는 실천에 대해 직불금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다면적기능지불, 중산간지역등직접지불과 함께 일본형 직접지불제의 하나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21년 발표된 녹색(미도리)식료시스템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22년 「녹색식료시스템법」이 제정되면서, 환경보전직불은 지구온난화 방지와 동시에 생물다양성 보전에도 효과가 높은 농업생
최근 일본 마트에서 난데없이 쌀이 사라졌다. 일본에서는 이번 사태를 ‘레이와(令和) 쌀 소동’이라고 부른다. 이번 쌀 품귀현상을 1918년의 ‘다이쇼(大正) 쌀 소동’과 1993년의 ‘헤이세이(平成) 쌀 소동’에 빗대어 말한다. 1918년 다이쇼 쌀 소동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시베리아 출병 선언 이후 쌀 부족을 예상한 지주와 유통업자의 투기로 인해 쌀값이 폭등하자 전국 각지에서 폭동이 일어난 사건이다. 1993년 헤이세이 쌀 소동은 기록적인 냉해로 인해 쌀 생산량이 평년의 74% 정도로 급감하면서 발생한 쌀 부족 현상이었
일본의 총무성 국세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2020년 인구는 2015년에 비해 도시에서 1.6% 증가했으나 농촌에서는 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에서는 생산연령인구(15~64세), 소년 인구(14세 이하)가 크게 감소한 가운데, 총인구 대비 고령인구(65세 이상)의 비율은 도시가 25%인 데 비해 농촌에서는 35%를 차지해 농촌의 고령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농촌 지역 유형별 인구 구성 변화를 보면 중산간지역의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농림수산성의 2020년 조사 결과를 2000년과 비교하면, 산
일본의 농민운동가이자 국회의원이었던 아시카 카쿠(足鹿 覺)는 1977년 출판한 라는 책에서 “농민은 자신이 생산한 농축산물에 대한 가격은 자신이 정하지 못하고 값싸게 판매한다. 하지만 농민이 구입하는 농기계 등의 자재는 거의 모두 메이커가 가격을 정해 비싸게 사야 한다”면서 현대사회에서의 농민과 자본의 기본적 모순에 대해 지적한다. 그리고 농산물의 가격 결정에 있어 농민이 참가할 수 있도록 법적 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국제 정세와 극심한 기후변화 등을 배경으로 일본 농정의 헌법이라 불리는「식료·농
일본은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기 위해 2012년부터 청년농업인 육성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해 왔다. 거슬러 올라가면 1994년에 청년취농자에 대한 무이자 취농지원자금을 신설했고, 2008년에는 농업법인 등이 실시하는 연수 비용을 지원하는 농고용사업을 실시했다.2012년에는 청년농업인이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생활비를 지급하는 취농급부금 사업을 대표로 하는 ‘신규취농종합지원사업’이 시작됐다. 이 시기에는 2012년부터 시작된 농지문제와의 관련성 속에서 신규취농 문제를 연계하고자
일본 정부는 농업노동력의 감소와 고령화, 농촌 지역의 과소화와 소멸위기,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농작물 피해,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는 탄소중립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 등 농림수산업이 안고 있는 제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1년 5월 ‘녹색 식료시스템 전략(みどりの食料システム戦略)’을 수립했다. 이 전략은 농림수산업 전반에 걸친 포괄적 내용이지만, 특히 농림수산업에 있어 탄소중립 정책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이 전략에서는 2050년을 목표로 농림수산업 및 식품산업 전 과정에 대한 14개의 중요성과평가지표(K
일본에서는 농업과 농촌이 가지는 다면(多面)적 기능(공익적 기능)을 유지하고 향상시키기 위해 마을에서 이뤄지고 있는 공동활동에 ‘다면적기능지불’이라는 이름의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농업과 농촌은 국토의 보전, 수자원의 함양, 자연환경의 보전, 경관 형성 등 다면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이익은 국민이 널리 향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농촌지역의 과소화와 고령화의 진행으로 마을(집락)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지역에서 공동활동을 통해 유지돼 오던 다면적 기능의 발휘에 지장이 생기고 있다(농림수산성, 2024년도 다면적기능지불교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