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농업노동력의 감소와 고령화, 농촌 지역의 과소화와 소멸위기,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농작물 피해,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는 탄소중립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 등 농림수산업이 안고 있는 제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1년 5월 ‘녹색 식료시스템 전략(みどりの食料システム戦略)’을 수립했다. 이 전략은 농림수산업 전반에 걸친 포괄적 내용이지만, 특히 농림수산업에 있어 탄소중립 정책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전략에서는 2050년을 목표로 농림수산업 및 식품산업 전 과정에 대한 14개의 중요성과평가지표(KPI)를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농림수산업 분야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2050년까지 화학농약 사용량 50% 저감 △화학비료 사용량 30% 저감 △전체 경지면적에서 차지하는 유기농업 비율 25%로 확대 등의 목표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내용이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녹색 식료시스템 전략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2022년 「환경과 조화로운 식료시스템 확립을 위한 환경부하 저감사업 활동 촉진 등에 관한 법률(녹색 식료 시스템법)」을 제정했다. 법 제3조(기본이념)에서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저하 등 식료시스템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농림어업 및 식품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민에 대한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위해서는 농림수산물 생산의 각 단계에 있어서 환경에 대한 부하를 줄여야 하고, 환경과 조화로운 식료시스템에 대한 농림어업인, 식품산업 관계자, 소비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이들이 연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 법에서는 국가의 책무와 ‘환경부하 저감사업 활동의 촉진 및 기반 확립’을 위한 조치(환경부하 저감사업 활동의 수단으로서의 유기농업 촉진 지원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등도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농림수산성은 이 법에 따라 3개 사업자가 신청한, 환경부하 저감을 위한 ‘기반확립사업 실시계획’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법에서는 환경부하 저감을 위해 노력하는 농림어업인에게 필요한 기계나 자재를 개발·제조하는 업체가 제출한 사업계획을 국가가 인증하고, 인증을 받은 사업자가 설비 투자 등을 할 경우 세제 혜택이나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법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장(도도부현 지사)으로부터 환경부하 저감을 위해 노력하는 농업인으로 인정받은 경우, 농업인이 구입하고자 하는 기계나 장비가 세제 특례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기계인지 아닌지도 확인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기반확립사업 실시계획’으로 인정된 사업은 총 67건이다. 참고로 이번에 인정을 받은 실시계획은 ①시설원예에서의 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연료난방기와 히트펌프를 연동해 제어하고, 히트펌프를 우선적으로 작동시켜 온도제어를 최적화하는 시스템을 보급하는 계획(주식회사 네폰) ②화학농약 사용량 저감을 위해 데이터 기반 자동 비행과 농약 정밀살포가 가능한 농업용 드론 보급 계획(주식회사 나일웤스) ③화학비료 사용 저감을 위해 바이오가스 발전의 부산물로 발생하는 액비 사용 확대 계획(베츠카이 바이오가스발전 주식회사) 등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증가, 병해충 창궐 등으로 농민들은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최근 농산물의 가격 상승도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이 원인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의견이다. 앞으로의 지속가능한 농업경영을 해치는 가장 큰 위협도 기후변화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소중립은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농업분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이를 총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는 상황이다. 컨트롤 타워도 없다. 이제 오는 30일이면 22대 국회가 개원한다. 다음 국회에서는 치밀한 검토를 통해 농림수산업 및 식품산업 관련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강한 기반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