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집락(마을)영농은 ‘집락을 단위로, 농업생산과정의 전부 혹은 일부가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 공동적, 통일적으로 이뤄지는 영농’을 말한다. 농업용 기계를 공동소유만하거나 재배협정 혹은 용·배수 관리만 하는 조직은 제외한다. 집락영농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부터 등장해 집락을 단위로 한 영농 실천을 뜻하는 용어로써 사용돼왔다. 집락영농이 농업백서에 등장한 것은 1989년 농업생산조직 가운데 집락을 단위로 한 생산의 조직화 차원에서였고, 이후 1998년에 지역 농정의 축으로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돼 가면서 농업백서에 재등장했다.
집락영농은 2000년대 이후 농촌지역 고령화와 일손 부족 문제 대응책으로 확산됐다. 일본의 기간적 농업종사자(농업이 주업)의 연령 구성은 1995년 총 256만명, 평균 연령 59.6세이던 것이 10년 후인 2005년에는 224만명, 64.2세였고, 2010년에는 205만명, 66.1세(농림업 센서스 조사결과)를 기록하면서 농민의 고령화가 심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을의 다양한 구성원의 능력과 체력에 맞게 역할을 분담(젊은 층은 기계 작업, 베테랑 농가는 관리작업 등)하고, 기계와 농작업을 공동화함으로써 일손문제를 덜고 비용 절감을 통한 소득향상도 꾀하면서 마을의 미래상을 그려가고자 집락영농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일본 정부는 2005년부터 ‘집락영농 실태조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는데, 2025년 2월 현재 집락영농 실천단위 수는 1만3952개로 전년에 비해 46개(0.3%) 감소했다. 2018년 1만5111개를 고점으로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고령화가 주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법인은 5852개(42%)로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하나의 마을로 구성된 집락영농 단위 비율이 71.3%로 가장 높았고, 집락영농을 구성하는 농가 수는 10~19호가 26.6%, 9호 이하가 21.9% 순이었다. 농지현황집적면적(경영경지면적+농사수탁면적)은 10ha 미만이 26.9%로 가장 높았다. 일본 정부는 규모화와 법인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집락영농 자체를 만드는 사업을 진행해 오다, 2025년부터는 지역계획과 연계해 집락영농 간 연대와 합병을 촉진하며 다시 규모화하는 모양새다. 총 20억원 예산의 ‘집락영농 연대촉진사업’은 영농활동이 안정되기까지 최장 3년간 지원한다. 지역계획을 수립한 지역은 우선지원이 이뤄지며, 보조상한액은 1억원이다. 비전 책정과 구체적 실행에 대한 지원으로 수익력 향상을 위한 고수익 작물 시험 재배, 가공품 시제, 판로 개척 등의 경비, 공동이용 기계 등의 도입 비용, 조직 법인화에 필요한 경비(250만원), 집락영농의 실천을 도도부현(보급조직)이나 JA(농협), 시정촌 등 지역의 관계기관이 지원하기 위한 경비가 지급된다. 가장 주목할 것은 실천의 핵심이 되는 인재 확보를 위해 관리자, 청년 등을 고용하는 경비로 연간 100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부분이다.
생각보다 큰 규모가 아닌 일본의 집락영농 실태를 고려하면, 우리의 마을 영농에 대한 논의도 규모 확대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해당 마을의 사정과 필요에 의해 마을의 미래상을 지역 농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그려가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이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준비를 하는 곳에는 실질적으로 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건비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