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심각한 쌀 가격 폭등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에토 타쿠 농림수산대신이 한 지역 강연에서 “저는 쌀을 구입한 적이 없습니다. 솔직히 지원자들이 주신 쌀이 너무 많아서 팔아야 할 정도입니다”라고 말해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임명권자로서 대단히 죄송하고, 깊은 사죄를 드린다”라고 밝혔다. 쌀 가격이 높고, 마트에서도 자유롭게 쌀을 구매할 수 없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불안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다.
작년 여름부터 이어온 쌀 소동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농림수산성에서는 전국 슈퍼마켓 약 1000개 매장의 쌀 판매가격을 매주 공표하고 있는데, 지난달 28일부터 5월 4일까지 한 주 동안 5kg 쌀 한 포대의 평균 가격이 4214엔(소비세 포함)으로 전주에 비해 19엔 하락했다. 이는 작년 12월 이후 18주 만에 가격이 내린 것이지만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2배 가까이 비싸다. 심지어 일주일 뒤인 지난 19일 발표한 한 주간(5월 4~11일) 쌀 가격은 4268엔으로 전주보다 오히려 54엔이나 다시 올랐다.
에토 농림수산대신도 “(지금까지) 비축미 31만톤을 풀었지만 가격이 내리질 않는다.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 유통은 어렵다. 비축미를 시장에 많이 푼다고 해서 가격이 내린다고는 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저가의 비축미 유통이 증가하면 쌀 가격은 차차 안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3~4월 31만톤의 비축미를 입찰을 통해 방출했고, 5~7월에 걸쳐 매달 10만톤씩 총 30만톤을 추가로 방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비축미 유통은 그리 원활하지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비축미의 90% 이상을 낙찰받은 JA전농(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이 도매업자에게 판매하는 양을 이전보다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5월 15일까지 JA전농이 낙찰받은 비축미를 도매업자에게 판매한 양은 총 8만2314톤으로 낙찰받은 양의 41% 정도다.
쌀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회 곳곳에서도 영향을 받고 있다. 그중 하나가 학교급식 영역이다. 한 예로 오사카부 가타노시에선 올 2학기부터 급식으로 쌀밥을 제공하는 횟수를 주 3회에서 2회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쌀밥을 주 3회 제공하고, 나머지 2회는 빵을 제공한다. 심지어 상황에 따라 쌀밥 제공 횟수를 주 1회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쌀 가격은 고공행진을 계속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쌀값 인하를 원치 않는 JA전농에 비축미의 대부분을 매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JA전농도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정부 요구대로 비축미 방출은 늘리고, 자신들이 저장하고 있는 일반미의 판매를 줄인다면 결국 시장 공급량이 늘지 않아 가격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쌀 소동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우리나라에선 곧 대선이 치러진다. 국가 식량안보와 국민 먹거리 안전보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정부의 중요한 책무다. 일본이 겪고 있는 이 사태를 우리는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정치가 중요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