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물이 바싹 말라버린 저수지 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갈기갈기 갈라져 있었다. 저수지 수문 근처에만 물이 고여 있었고 저수지 상류는 물이 채워져 있을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풀까지 수북이 자라 있었다.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재난사태까지 선포된 강원 강릉시는 하루하루가 물과의 전쟁이었다.
3일 현재 강릉시의 주 수원지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3.9%에 그쳤고 하루가 지날수록 저수율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현재 추세라면 3~4주 뒤엔 저수지 물이 아예 고갈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시는 지난달 31일 저수율이 15%를 밑돌자 수도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제한급수에 돌입했다.
가뭄 해갈을 위해선 비가 절대적이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분간 우천 소식이 없자 시는 고육지책으로 운반 급수를 시작했다. 저수지 둘레를 지나는 2차선 도로는 급수 차량을 위해 일반 차량의 통행이 통제됐다. 소방차와 군대에서 동원된 물탱크 차량, 민간 급수차들은 하루종일 저수지를 오가며 수로와 급수관을 통해 물을 쏟아냈다. 메마른 바닥에 급수차가 쏟아낸 물줄기가 선명했지만 저수지의 담수 용량을 고려할 땐 미봉책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급기야 지난 1일엔 ‘강릉시 농민 농사 포기 선언’이 나왔다. 시민들의 생활용수마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 더 이상 농사를 이어갈 수 없음을 선언한 것이다. 강릉시농민회(준) 김봉래 회장은 “사상 유례없는 가뭄 속에서 농민의 손길로 지켜왔던 논밭이 메말라 가고 강릉시민의 먹거리를 책임져 왔던 우리의 땀과 노력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시와 정부는 농업이 붕괴되지 않도록 즉각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상 최악의 가뭄에 저수지는 메말라가고 농작물은 타들어 갔다. 타들어 가는 농작물을 바라보는 농민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4일 오전 현재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3.5%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가뭄은 현재진행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