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국정감사가 지난달 24일 치러진 가운데,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1억원대 금품수수 의혹과 서울 광진구 중앙농협 김충기 조합장의 전 조합원 대상 5돈짜리 골드바 지급·공짜 해외여행 문제가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일반 사업체라도 논란이 되는 사건들인데 농민조합원이 주인인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에서 벌어진 일이라니 더욱 놀랍고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더구나 농촌은 지금 극심한 기후재난에 기존 농사질서가 다 흐트러져 전후작 모두 망가진 매우 엄중한 상황 아닌가.
벼농사만 해도 가을장마로 벼가 쓰러지고 논이 마르질 않아 추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쓰러진 벼를 베는 일은 시간도 더딜 뿐만 아니라 콤바인 고장도 잦아진다. 하루에 끝낼 면적인데도 작업이 지체되다보니 작업비용은 늘어나고, 약속한 작업 날짜까지 차질이 빚어져 들녘에 선 농민들 모두 속이 쓰린 가을날이 이어지고 있다.
비가 자주 내려 쓰러진 벼에 싹이 트는 수발아 현상도 많고, 멀쩡히 서 있는 벼에서도 싹이 트더라는 하소연까지 들린다.
수확 작업의 고난은 둘째치고 농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볏값이다. 1년 농사의 최종 성적은 농협 수매가로 판가름 나는데, 문제는 전국 지역농협 곳곳에서 수매가 결정에 뜸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잠시 주춤하지만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산지쌀값 흐름과 2025년산 쌀 예상생산량을 기준으로 보면 볏값은 예년보다 오르는 게 당연하다. 특히 2025년산 쌀 예상생산량을 측정한 때는 가을장마 이전이기 때문에, 현장에선 실제 생산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기후재난 탓에 농약‧비료 등 생산비가 더 들어갔고 자잿값까지 급등했으니 어느 상황을 견줘봐도 올해 볏값은 올라야 마땅하다. 그래야 농민들이 내년에도 농사지을 수 있다.
전국 곳곳에서 농민조합원들이 농협 수매가 정상화 투쟁을 벌이는 이유다. ‘여주 진상미’로 유명한 경기도 여주 농민들은 ‘정당한 수매가’를 요구하며 지난달 23일 농민대회를 열었고, 전남 영암군농민회는 ‘우선지급금 7만원 이상 지급’을 요구하며 지역농협과 농협군지부 앞에 나락을 쌓고 현수막을 걸었다.
쌀값 폭등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컸던 일본 상황은 어떤가. 지난 8월 19일 일본언론에 따르면 JA 전농 니가타(니가타시의 농협)는 2025년산 ‘개산금(우리의 우선지급금 개념)’을 1등미 60kg 기준 3만엔으로 발표했다. 이는 2024년산 1만7000엔에 비해 76%라는 대폭적인 인상이다. 생산비용 상승, 2025년 폭염 영향에 따른 생산량 감소까지 감안해 결정했다고 한다.
이상기후가 심화되면서 식량주권 확보는 더 미룰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일본농협의 우선지급금 인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협중앙회와 수매가 협상에 소극적인 전국 지역농협의 각성을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