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예산 심의가 시작되면서 정부가 내놓은 확장재정 기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26년 예산안은 바로 인공지능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며 인공지능 시대에 대해 미래 성장과 재정의 지속성을 함께 고려한 전략적 투자인 만큼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했다.
정부는 확장재정 기조로 올해보다 8.1% 증가한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은 바 있다. 침체한 내수를 살리면서 성장과 민생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방향은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자세히 뜯어보아야 한다. 재정은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재명정부는 농정대전환을 이야기하며 국가책임농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농업예산 비중은 여전히 초라하다. 예산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자랑했지만, 농업예산 비중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2.75% 수준이다. 이중삼중의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농민들의 절실한 요구는 제대로 반영하지도 않았다.
지금 농촌 현장은 농자재·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생산비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농가경영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한편, 고령화와 청년층 이탈로 지역소멸 위기가 높아가는 가운데 극심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심화로 농업이 직면한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무엇보다 예산의 확충이 필요하다.
국회의 역할은 분명하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 농업이 국민 경제의 뿌리라는 인식 아래 실질적인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실도 미래도 암울한 상황에서 무기질비료 가격보조 사업과 예비 청년농 지원 예산 등을 반영조차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책임 있게 다뤄야 한다.
농업은 국민의 식탁을 지키는 생명 산업이며, 그 근간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 전체가 영향받는다. 그러기에 농업예산 확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전략적 투자의 의미가 있다. 국회도 정부도 농민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특히 매년 줄어드는 농업예산 비중은 농업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유념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