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농자재지원법’이 지난달 3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의결됐다.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 절차가 남았지만, 가장 어려운 관문인 상임위원회를 통과했기에 그 의미가 크다. 농자재 가격이 급등해 경영 위기에 처했던 농가 입장에선 추석 명절을 앞두고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법 취지가 농해수위 심의 과정에서 다소 변질됐기 때문이다.
필수농자재지원법은 지자체가 시행 중인 필수농자재지원조례에서 비롯됐다. 전국 24개 시군에서 제정·시행 중(7월 기준)인 필수농자재지원조례는 지난 2019년 강원도 인제군의 ‘반값농자재 지원사업’이 모체이다. 인제군의 자체 사업을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도지사 후보들이 강원도 차원으로의 확대를 약속했고,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2023년 도 차원의 반값농자재 지원사업을 시행했다. 각 조례마다 지원 폭은 차이가 있지만 대개 ‘직전 3개년 농자재 평균 가격’보다 인상됐을 경우 ‘인상분의 50%를 현금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농해수위를 통과한 법은 문대림·윤준병·김한규·어기구·이개호·전종덕 의원이 각각 발의한 6개 법안을 병합·심의한 대안이다. 법안소위원회(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서 명칭도 「공급망 위험 대응을 위한 필수농자재 등 지원에 관한 법률」로 변경됐다. 지자체 조례와 비교해 지원 기준에도 차이가 있다.
조례는 농자재의 ‘평균 가격’만을 지원 근거로 삼는 반면 법안은 ‘공급망 위험’으로 농자재 가격이 인상될 경우 지원하는 조건이다. 달리 말하면 농자잿값이 폭등해도 ‘공급망 위험’이라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법적 지원이 안 될 수도 있다.
또한 기준가격과의 차액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만 있는 게 아니다. 법안소위에 참석한 강형석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차액인) 돈을 농업인에게 드리는 건 굉장히 심각한 수준에서 드린다는 것”이라며 상승 폭에 따라 농자잿값 분할 인상, 물량 조절 등의 조치를 시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법안소위에 참석한 의원들조차 농민 기대에 못 미치는 법안이 될까 우려했다. 결국 실효성 있는 시행령을 주문하는 것으로 필수농자재지원법안이 일단락됐지만, 시행령이 얼마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농민들은 그동안 법률 취지에 어긋나는 시행령을 숱하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필수농자재 지원’ 방침을 환영했던 농민들이 부디 실망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