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무너졌다

  • 입력 2025.09.21 18:00
  • 수정 2025.09.21 19:52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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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끝 모를 추락을 경험한 쌀값이 최근 반등하게 되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0kg 6만원이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심지어 산지 쌀값도 아닌 소비지 쌀값을 겨냥한 것인데, 추수기를 앞둔 농민으로서는 전혀 수긍하기 어려운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농업소득이 정체 또는 하락하게 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쌀값 하락에 있었다는 것은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자료를 통해 이미 확인된 내용이다. 2021년 논벼 생산농가의 농업소득이 1200만원을 넘었지만, 2024년에는 6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불과 3년 사이에 농업소득이 반 토막 난 것이다. 2021년 산지 쌀값은 5만5000원을 찍은 이후 내리 하락해서 2022년 4만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2023년 10월에 가까스로 5만2000원을 넘어섰지만, 현 농식품부 장관이 취임한 2023년 12월 이후에는 다시 하락의 과정을 겪었고, 지난해 9월에 4만4000원 아래로 내려갔다. 춤추는 쌀값에 대한 정부의 책무를 요구하는 법안의 처리와 관련해서 “농업 미래를 망치는 농망 4법”이라는 막말이 나왔던 시기였다. 당시에 농식품부 장관이 떨어지는 쌀값에 대해 ‘마지노선’을 이야기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농정을 책임지는 농식품부 장관이 폭락하는 쌀값에 대해서는 함구하다가, 이제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는 쌀값에 대해서 “6만원 심리적 마지노선”을 언급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발언이다. 농식품부 장관은 밥 한 공기 300원도 안 되는 쌀값을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그리 생각할지도 곱씹어 봐야 한다. 만일 소비자들이 그리 생각한다면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이를 설득해 내야 하는 것이 농정당국의 책무다.

쌀값이 가계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던 시기에는 소비자들의 쌀값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쌀값이 가계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은 누구의 마지노선을 말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정확한 현실 진단에 바탕을 두지 않은 정제되지 않은 언어야말로 농민들이 인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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