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6만원이 비싸다는 거짓말, 왜?

물량 부족한데 가격은 정상…쌀 수급과 가격의 모순

  • 입력 2025.09.16 15:45
  • 수정 2025.09.16 16:4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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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가 지난 12일 정부양곡 2만5000톤 추가 방출(임도정업체 대여공급 방식)을 발표했다. 지난달 3만톤 대여공급을 포함하면 5만5000톤, 이달 초 가공용 5만톤 공급까지 포함한다면 10만5000톤의 벼를 신곡 수확기 직전에 방출하는 것이다.

농민들은 불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여공급이든 가공용이든 정부양곡 방출은 시장 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데다 수확기 직전의 방출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수년째 저조한 수확기 쌀값에 시달려 온 농민들인 만큼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다.

최근 도정 현장에 벼가 부족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벼가 부족하면 정부가 양곡을 방출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지금의 쌀 수급상황과 가격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수확기 직전 정부양곡 방출이라는 이례적 정책에 저항이 없으려면 이례적 가격폭등이 발생해야 하는데, 지금의 쌀값은 농가소득 측면에서나 소비자 가계부담 측면에서나 ‘정상’ 범주에 해당한다.

9월 중순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추수 시기가 다가온 가운데 지난 15일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 들녘에서 농민들이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며 가을걷이에 나서고 있다. 한승호 기자
9월 중순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추수 시기가 다가온 가운데 지난 15일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 들녘에서 농민들이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며 가을걷이에 나서고 있다. 한승호 기자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소비지쌀값 6만원(20kg)이 소비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며 현재의 쌀값(소비지쌀값 6만1000원대, 산지쌀값 5만5000원대)이 과함을 주장하지만, 이 주장은 근거가 모호하다. 6만원대 소비지쌀값은 2023년 수확기에 한차례 형성된 바 있고 2020~2021년엔 1년 이상이나 무난하게 이어진 가격이다. 2020년 이후의 급격한 농업생산비 폭등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결코 과하다 할 수 없다.

더욱이 5만5000원대의 현재 산지쌀값은 당장 송 장관 직전인 정황근 장관 시절까지 농식품부가 농민들에게 보장하려 했던 최소한의 산지쌀값 5만원보다 불과 5000원이 높으며, 농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위한 ‘공정가격’으로 요구하는 산지쌀값 6만원엔 아직도 5000원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정부양곡을 방출하지 않는다면 현장의 수급불안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2만5000톤 추가 방출 이전 기준으로, 농식품부는 햅쌀 본격 출하기인 10월 중순까지 지역별로 1~2주간의 원료곡 부족이 나타날 것으로 파악했다. 결국 “쌀값이 비싸다”는 농식품부의 이상한 구호는, 농민 반발이 뻔한 양곡 방출 정책에 소비자의 공감이라도 담보하기 위한 방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급상황 대비 부자연스러운 가격은 정책의 산물이다. 송 장관 취임 이래 농식품부는 농산물 가격을 활용한 물가 안정 정책을 적극 주도하고 있다. 농산물의 평시 가격 자체가 과도하게 억제된 만큼 수급불안 시엔 정책에 지금과 같은 모순이 벌어지는 것이다. 참고로 농민들이 요구하는 ‘공정한 산지쌀값’ 6만원은 식당 공깃밥 한 공기 기준 불과 300원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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