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던 과일 사 먹어요” … 농식품바우처 덕에 웃는 사람들

국산 농산물 관심 증가 … 호응 좋아

국내·지역산 과일·채소류 소비 늘었다

과일 몇 개가 끝 … 금액 부족 한계도

  • 입력 2022.08.14 18:00
  • 수정 2022.08.15 06:54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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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지난 9일 김제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본 강강례(83) 할머니가 농식품바우처 카드로 계산한 뒤 영수증을 받으며 밝게 웃고 있다. 강 할머니는 “잘 먹지 못하던 과일을 많이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한승호 기자
지난 9일 김제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본 강강례(83) 할머니가 농식품바우처 카드로 계산한 뒤 영수증을 받으며 밝게 웃고 있다. 강 할머니는 “잘 먹지 못하던 과일을 많이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한승호 기자

전라북도 김제시에 거주하는 강강례(83) 할머니는 지난 9일 김제시 옥산동에 위치한 농협하나로마트를 찾았다. 농식품바우처 카드에 지급된 돈으로 장을 보기 위해서다.

혼자 사는 강 할머니는 농식품바우처 대상자로 매달 4만원 어치의 농축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할머니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과일 매대로 향해 국내산 방울토마토와 무화과를 담았다.

“저번에는 수박을 사다 먹었어요. 무화과를 좋아해서 오늘은 무화과를 샀어요. 다음에는 남은 돈으로 두부랑 콩나물을 살 거예요.” 할머니는 농식품바우처 덕분에 원래 잘 못 먹던 과일을 많이 먹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강강례 할머니가 농식품바우처로 제일 많이 구매하는 품목은 과일·채소·우유 순이다. 먹고 싶은 과일을 몇 개 담으면 금방 소진되는 금액인데도 할머니는 큰 도움을 받고 있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취약계층의 식품비 지출액은 사회 전체 가구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 농경연)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먹거리 취약계층에게서 우유·과일·육류 섭취량이 매우 낮게 나타났고, 이는 건강 및 질병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2년째 농식품바우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제시에서는 현재 6,471가구가 현물지원의 혜택을 받고 있다. 김제의 경우 수혜자의 70~80%가 1~2인가구다. 금액은 1인가구 4만원, 2인가구 5만7,000원으로, 가구 수에 맞춰 차등지원(3인 가구 6만9,000원, 4인가구 8만원···)된다. 예산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50%씩 부담하고 있다.

시범사업 추진 후 실시된 농경연 조사에 따르면 농식품바우처가 먹거리 취약계층의 식습관을 개선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농식품바우처를 활용해 많이 구매한 품목은 과일(35.2%)·채소(20.8%)·계란(10.2%)·우유(8.5%) 순으로, 주요 섭취 부족 품목들의 섭취 빈도가 증가했다. 대다수의 수혜자는 농식품바우처 사업에 대한 만족도와 재참여 의사가 높았고, 국내·지역산 농산물에 대한 관심도도 크게 올라갔다.

하지만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던 건 아니다. 김제시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품목이 별로 없다’거나 ‘살 것이 없다’는 등 여러 불만이 접수됐다. 하지만 국내산 농산물 소비 촉진과 지역 농가를 살리기 위한 농식품바우처의 취지가 홍보되면서 그에 따른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

한편 대상자들은 구매 가능 품목의 확대, 지원금액 증액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농식품바우처가 갖고 있는 한계로 △지원금액의 불충분 △구매 가능 품목 한정 △가맹점 제한 등이 꼽힌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현찬)는 농식품바우처 사용처 확대를 주장하며 생협이나 사회봉사단체를 활용한 농식품 공급체계 다양화를 건의한 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는 “앞으로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을 확대하는 등 취약계층의 식품 선택의 폭을 넓히고,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 현재 사용처뿐 아니라 중소마트나 온라인몰 등으로 구매처를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현장의 전문가들은 줄곧 농식품바우처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부녀 김제시 푸드플랜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경로당 등에서 같이 밥 먹는 게 어려워지면서 집에서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부처별로 여러 바우처 사업이 있지만 결국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건강해야 삶을 유지할 수 있다”며 “농식품바우처는 시민들의 먹거리에 실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금액이 조금 적은 측면이 있다. 물가가 많이 올라서 과일 조금 사고 나면 부족한 느낌도 들어 4만원보단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식품바우처로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국내산 채소·과일·흰 우유·계란’ 네가지 품목에서 시작해 지난해 6월 ‘꿀·잡곡·육류(고기·부속물)’가 추가됐고, 이달 ‘두부류·단순가공채소(깐채소·건조채소·삶은채소)·산양류’가 포함됐다.

두부의 경우 그간 수입콩이 많아 농식품바우처로 구매할 수 있는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지난 1일 새롭게 추가된 품목이다. 김제시는 전국적인 콩 주산지로, 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를 품목에 추가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다. 농식품바우처 본사업 도입시, 국내산 콩으로 만든 두부와 마찬가지로 지역 농산물로 만든 농가공식품들이 확대품목에 추가돼야 한다는 현장의 의견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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