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의도-태안유황마늘, 티격태격 공생관계

수매가 놓고 불만 충돌하지만

지역상생·종자주권 귀한 모델

  • 입력 2022.07.03 18:00
  • 수정 2022.07.03 19:1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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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달 21일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의 마늘밭에서 한 여성농민이 수확한 씨마늘을 광목천에 펼쳐 햇볕에 건조시키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1일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의 마늘밭에서 한 여성농민이 수확한 씨마늘을 광목천에 펼쳐 햇볕에 건조시키고 있다. 한승호 기자

가의도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씨마늘을 재배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걸림돌은 판로였다. 품질이 좋은 만큼 거래되는 물량엔 적지 않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지만, 생산한 씨마늘 전량을 처분하기가 수월찮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가의도 씨마늘을 전량 약정수매하기 시작한 게 태안유황마늘영농조합법인(대표 이을래, 유황마늘)이다.

애당초 가의도 씨마늘의 가치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구입하기 시작한 게 바로 유황마늘 회원들이었다. 개별구매 시절에도 가장 많은 물량을 구입해온 이들이지만, 2010년을 전후해 가의도 씨마늘을 전량 약정구매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공생 관계가 시작됐다. 매년 유황마늘 회원을 중심으로 한 500명 내외의 농민들에게 총 1만접가량의 가의도산 씨마늘이 공급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분업 모델이 만들어지자 태안군도 손길을 보탰다. 2010년대 중반부터 가의도에 퇴비·승용관리기 등 농자재를 지원하는 한편, 씨마늘 수매가의 50%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수매가 지원 예산만 1억2,600만원. 생산비와 운송비가 높아 거래가 부담되는 가의도 마늘에 태안군이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 것이다.

마늘 수확기가 되면 뭍에서 수확 작업을 위한 인부들이 들어온다. 밭 주인인 주만성씨와 인부들이 모여앉아 수박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마늘 수확기가 되면 뭍에서 수확 작업을 위한 인력들이 들어온다. 밭 주인인 주만성씨와 고용된 여성농민들이 모여앉아 수박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사람과 사람이 맞닿는 일이라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최대 쟁점은 당연히 거래가격. 끊임없는 가격 줄다리기에 태안군까지 중재에 나서 2018년 5년 고정가격으로 접당 2만9,500원(굵기 3cm 이상 기준)을 결정했는데 양쪽 모두 불만을 품고 있다. 유황마늘 측은 거래에 소요되는 제반비용을 고려해 단가를 낮추고 싶어하지만 가의도 주민들은 지금 가격도 너무 낮다는 입장이다. 가의도 주민 A씨는 “개별판매할 땐 작은 것도 3만원대를 받았는데 계약물량은 큰 것도 2만9,500원이다. 큰 건 4만원은 받아야 타산이 맞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올해로 5년 고정가격 기간이 끝난 만큼, 내년엔 가격책정으로 다시 한바탕 진통이 예상된다.

하지만 가의도와 유황마늘이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될 파트너인 건 분명하다. 가의도 주민들은 안정적인 씨마늘 판매로 생활수준이 대폭 향상됐음을 인정하고 있고, 유황마늘 회원들도 가의도 씨마늘의 우수한 품질에 십분 만족하고 있다. 이는 전국적으로도 드물고 귀한 지역 농업의 분업·상생 사례다.

최근 중국산 씨마늘의 무분별한 국내 유포로 마늘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저렴한 수입 씨마늘 사용은 당장은 생산비를 낮출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산 마늘산업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생산성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육지와 섬이 토종 종자를 매개로 손을 맞잡은 태안은, 최근의 마늘업계 상황에 비춰서도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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