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의도 씨마늘, 왜 좋을까?

  • 입력 2022.07.03 18:00
  • 수정 2022.07.04 08:5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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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의도 씨마늘이 우수한 형질을 갖는 이유에 대해 명쾌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워낙 지엽적인 사례다 보니 학자들의 연구가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하나, 전용달 태안군농업기술센터 지도기획팀장이 2004년에 작성한 공주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 <해안지역의 토양 및 기후환경이 마늘생육에 미치는 영향>이 그나마 가의도 씨마늘을 깊이 있게 연구한 자료다.

논문에 따르면 가의도의 토양은 육지보다 확연히 강산성을 띠며 유기물 함량이 매우 불균형하다. 마늘이 양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없어 구가 제대로 굵기 힘든 환경이다. 경사가 가파른 탓에 설령 비료를 줘도 유실률이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반면 겨울에 온난하고 봄에 서늘한 해양성 기후는 마늘 재배에 유리한 조건이다. 육지보다 생육기간이 더 길어지고 생육 후기 고온장해를 덜 받기 때문이다. 더불어 높은 습도는 영양분 흡수에 유리하고, 긴 일조시간은 구 형성 촉진 및 2차생장 억제에 기여한다.

전 팀장은 씨마늘 생산에 있어 토양환경보다 기후환경의 작용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실제 마늘 같은 백합과 작물의 종자는 해양성 기후가 중요해 해안지역에서 재배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의도는 그보다 더 직접적으로 해양성 기후를 받는 섬지역이라는 것이다.

수확 후 밭에서 건조 중인 가의도 씨마늘. 한승호 기자
수확 후 밭에서 건조 중인 가의도 씨마늘. 한승호 기자

한편으론 척박한 토양환경도 ‘씨마늘’에 한해선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가의도의 성공 이후 인근의 다른 섬들에서도 씨마늘 재배단지 조성에 나섰다 실패했는데, 다른 섬들과 구분되는 가의도의 특징이 ‘유난히 척박한 토양’이기 때문이다. “척박한 땅에서 비옥한 땅으로 옮겨심으면 생육이 잘 된다”는 속설을 마냥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전 팀장도 가의도의 토양이 큰 장애요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씨마늘은 굳이 크게 키울 이유가 없다. 씨마늘이 너무 크면 2차생장 가능성이 커져 중소 크기 정도가 적당하다”며 “최근 들어 가의도에서도 비료를 많이 주고 비닐포장을 하는 등 영농기술이 발달했는데, 이러면 오히려 씨마늘로서 형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 측면을 살펴보면, 논문에선 가의도-육지의 유의미한 이병률 차이를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가의도 마늘의 건강함은 현장 농민과 학자들 모두 육안으로 확인하는 바로, 전 팀장 역시 “연구 시점 당시가 이례적인 상황이었던 것 아닌가”하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생각하자면, 바이러스의 매개가 되는 진딧물의 활동 시작 시기가 육지는 4월, 해안은 5월, 가의도는 그 이후다. 수확에 임박해 진딧물이 창궐하는 만큼 섬 내에서의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이 낮고, 애당초 육지와는 바다로 격리돼 있어 외부 유입 차단에도 강점이 있다.

서두에 밝혔듯 가의도 씨마늘이 왜 좋은지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연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에선 “바다를 건너면 종자가 강해진다”,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면 강해진다”, “잦은 해무로 인한 음이온이 작용한 것”이라는 속설들도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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