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작성한 2023년 국가별 무역 장벽보고서를 보면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한층 강화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농업과 생명공학 관련 규제 완화를 언급하며 유전자조작체(GMO) 수입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또한 미국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미국산 농산물의 ‘해외접근 수단’을 늘리려고 한다. 위생·검역(SPS) 조치와 같은 비관세 장벽을 허물어 상대국을 공략하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럴 때 우리 정부의 역할은 통상전략을 확고히 세워
얼마 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최종 확정됐다. 이번 기본계획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20년을 계획 기간으로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첫 번째 계획이다. 산업부문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하향 조절한 계획으로 현 정부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대폭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첫 출발부터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와는 거리가 멀어지면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2021년 9월 24일 제정한 탄소중립기본법에서 정의하는 ‘탄소중립’은 대기
쌀자급률이 2021년 기준 84.6%고, 2022년 예상 쌀자급률은 82.5%에 불과하다. 정부는 식량자급률을 2022년 기준 44.4%에서 2027년엔 55.5%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그러나 식량자급률을 11.1%p나 올리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식량작물을 심는 면적이 늘어나야 한다. 벼를 심는 면적을 줄여서 콩·밀·가루쌀을 심는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지만 이는 경지면적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둘째, 같은 면적이라면 수확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이것도 불가능한 게 정부의 계획이 다수확보다 미질이
서울시가 자치구의 공공급식센터를 서울친환경유통센터로 통폐합하려던 계획을 올해 7월에서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의견 수렴 절차를 통해 개편안을 최종적으로 마련한다는 것인데 산지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로 잠시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다. 서울시가 개편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간다면 먹거리 양극화와 공공급식 사각지대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거꾸로 가려는 먹거리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학교급식에서 공공급식으로 먹거리 정의를 확대해 가는 방향은 지난 몇 년간 농업, 먹거리 진영의 중요한 흐름이었다. 도시민과 농촌의 상생으로 먹거리 체계
얼마 전 국내에서 GMO 쥬키니호박이 유통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무려 8년이란 시간 동안 승인도 받지 않은 종자가 불법적으로 유통된 것이다. 일명 돼지호박이라 불리는 쥬키니호박 종자가 그 긴 시간 국내에서 활개치고 다녔고, 정부가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먹거리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을 키웠다. 종자는 국가의 중요한 식물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협하는 수입 종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으로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됐다.피해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정부가 판매금지와 회수 조치를
농민들은 올해 1년 영농계획을 세우면서 희망은커녕 절망에 숨죽이고 있다. 농민들에게 쉽고 편한 시절이 딱히 있었던 건 아니지만 아무리 어렵다해도 요즘처럼 벼랑 끝에 놓인 듯 어려운 시기는 없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금 힘들어도 미래가 밝으면 버틸 수 있지만, 다가오는 시간이 더 암울하다는 점이다.참외 한 박스에 10만원이라는데, 농촌엔 수확할 참외가 없다. 청양고추 한 상자도 14만원에 거래되는데 농민들 손엔 남는 게 없다. 농촌의 서글픈 현실이다.지난달 25일, 1년 농사를 시작하는 농민들이 바쁜 일손을 잠시 내려놓고 서울행 버
정부가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합동단속에 나서 농가일손 부족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농민 파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법무부는 경찰청·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해양경찰청 등 5개 부처가 함께 ‘불법 체류 외국인’ 상습고용업체, 불법입국·취업알선자 등을 범정부 차원으로 합동단속한다고 밝혔다. 이번 단속은 분기별 1회, 즉 1년에 4번 정례적으로 실시한다. 특히 합동단속 시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적발된 불법 체류 외국인은 강제 퇴거·입국 금지하는 등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단속과정에서 외국
완연한 봄이 오면서 일년 농사를 준비하는 농민들의 손길도 더욱 분주해졌다. 이제 날이 갈수록 더욱 바빠지는 농번기가 시작됐고 제주지역에서는 조생양파 수확이 한창이다. 하지만 최근 평택세관에서 수입양파의 과적, 밀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양파 재배 농민들은 수확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정부대전청사 앞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지난해까지 낮았던 양파가격이 조금씩 오르면서 한동안 줄었던 양파 TRQ 물량도 2022년 급격히 증가했다. 국내 양파가격 상승을 억제시키기 위해 정부가 수입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간업자들의 불법 수
농촌을 생각하면 넓은 농지와 푸르른 산이 먼저 떠오른다.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맡았던 땔감을 태우던 시골 냄새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리운 냄새로 기억난다. 농촌이라는 공간이 주는 경관의 가치는 심미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휴양적 기능을 내포하며 도시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갖는다. 하지만 현재 농촌은 도시에서 떠넘겨진 유해·기피시설들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망가지고 있다. 농촌주민을 위한 사회서비스 구축과는 별개로 자연환경과 주민들의 주거공간을 훼손하는 개발사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때문이다. 난개발의 전형적인 모습을 전국 농촌지역 곳
김진표 국회의장이 또 한 번 양곡관리법 중재안을 내놨다. 자동시장격리 발동요건을 9% 초과생산이나 15% 가격하락으로 수정하고, ‘3~9% 초과생산 또는 5~15% 가격하락 시 국회가 정부에 매입을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3~5% 초과생산 또는 5~8% 가격하락을 발동요건으로 했던 첫 번째 중재안보다 더 후퇴한 내용이다.2021년산 쌀값은 통계작성 45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했다. 당시 전년 대비 초과생산량은 7.5%였고 늦은 시장격리, 역공매 최저가 입찰 방식까지 겹쳐 쌀값이 곤두박질쳤다.농민들은 생산비가 보장되는 방
올해 노지 햇양파 수확이 시작됐다. 전라남도 고흥군이 선두다. 전국 양파 재배 농민들의 시선도 햇양파 수확 지역에 쏠려있다. 시세를 가늠하는 중요한 출발선이기 때문이다.다행히 최근 양파의 도매시장 경매가는 평년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지난 2년 계속 폭락하던 양파값이 겨우 회복하고 있기에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한편에선 중국산 양파 수입 소식이 들려 향후 가격 전망을 흔들고 있다.지난해 이맘때 조생양파를 심은 농민들은 지난 1년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작황 부진에 수확량이 크게 줄었고, 가격이라도 좋아야 손해를 줄일 수 있
농민은 자신이 재배할 농작물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타인의 강요가 아니라 본인의 의지와 판단으로 농사짓는 땅에 가장 잘 맞는 품종과 품목을 선택한다. 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정책은 이러한 농민들의 기본 권리마저도 빼앗고 있다. 과거 벼 육종기술과 재배기술 등의 발달을 유인했던 다수확 품종이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버렸다. 우리 사회는 쌀부족 문제를 해결해 식량위기를 겪지 않고 있지만, 농민들이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땀을 흘리며 오랜 세월 공들여 왔는지는 잊어버린 듯하다.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쌀 적정생산
전남 구례에서 시작된 농사용 전력 문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비록 한국전력공사 전체의견은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한전 구례지사의 저온저장고 단속으로 전국 수많은 농민들이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기 때문이다. 단속으로 별안간 위약금이 부과된 것도 문제지만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은 농민들은 불합리한 조치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고 있다. 문제 개선과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달 27일 국회에 논의의 자리가 마련됐다.농사용 전력은 영농에 없어선 안 되는 필수재이기 때문에 농업현장에 맞는 개선방안이 도출돼야 한다. 어떤 점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지에
테러는 폭력을 써서 적이나 상대편을 위협하는 것 혹은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는 전 세계에 대한 테러 행위이고 그 피해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특히 반감기(방사선 물질의 양이 처음의 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를 고려하면 우리 세대만 피해를 보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수만 세대가 흘러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것은 인류가 망하고 나서도 존재할 만큼 위력적이다.우리 정부는 올해 봄과 여름 사이 일본이 핵오염수를 방류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제주도에서는
윤석열정부는 현행 양곡관리법의 ‘임의’시장격리를 ‘자동’시장격리로 개정하는 게 ‘공산화법’이라 우기더니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을 구속시키고 말았다.지난 2022년 농민들은 끝이 어딘지 모르고 추락하는 쌀가격에 시장격리를 빠르게 실행할 것을 요청했으나 시기도 적기를 놓치고 방식도 최저가 역공매 방식으로 처리하다 쌀값을 45년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뜨렸다. 농민들은 추가 대책도 요구했다. 쌀값의 반등이 있어야 다음 수확기 가격에 피해가 그나마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락하는 쌀값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이런 방식의 양곡관리법에선 쌀값
주요 식량작물 중에서 식량자급률이 가장 낮은 품목은 바로 밀이다. 밀은 주식인 쌀 다음으로 소비가 많은 제2의 주식이지만 99%를 수입하고 있는 작물이다. 값싼 수입밀의 공세 속에서 국산밀 생산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식량작물임에도 불구하고 밀을 자급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산밀의 소비처가 더 폭넓게 확대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2022년 사료용작물을 포함한 식량자급률은 20%대가 무너졌다. 식량주권 실현을 외침에도 불구하고 자급률 향상을 위한 실행이 적극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한 참혹한 결과다. 10년 전인 2013년
제주도가 한파와 냉해로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엿새동안 월동무 재배면적의 93.5% 거의 대부분의 밭에 심각한 냉해가 발생했다. ‘망한’ 월동무 밭은 지난 9일 기준 무려 3,413ha에 달한다.시장격리 규모는 600ha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시장격리에 참여하는 농가에겐 3.3㎡당 1,980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시장격리에 소요되는 재원은 제주도 40%, 자조금 40%, 농협 20%씩 분담해 마련키로 했다.농작물재해보험을 들었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손해평가사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동해를 입어 언 피해가 생긴
농사의 시작은 씨앗이다. 한 알의 씨앗에서부터 생명은 시작돼 열매를 맺고 대를 이어 다시 씨앗으로 돌아간다. 토종씨앗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 땅에서 자라고 농민들의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우리의 유산이다. 하지만 과거와 미래를 연결시킬 중요한 유산인 토종씨앗이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다.이제는 종자기업으로 넘어간 씨앗에 대한 권리는 빼앗긴 농민의 권리이다. 종자회사에서 구입해서 심어야 하는 일회용이 돼 버린, 생명력이 제한돼 버린 씨앗에서 지속가능성을 찾을 수는 없다. 우리의 유전자원인 토종씨앗에서부터 잃어버린 것들을
최근 농업계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양곡관리법 개정 문제다. 국회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소관위 전체회의를 거쳐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안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곧 있을 2월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처리될 예정이지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이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상황이라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듯 보인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참으로 의문스럽다. 양곡관리법 개정 문제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여당이 두 손 두 발 들고 나서서 반대할 만큼의 사안인가라는
농산물 가격. 생산비는 오르고 가격은 떨어진다면 누가 농사를 짓겠는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유류비·비료·농약·농기계·인건비·전기료 안 오르는 것이 없는데 양파·마늘 값만 흔들리고 있다.지난해 기상악화로 대다수 농산물의 수확량이 감소했다. 역대 겨울·봄 최저 강수와 저온으로 마늘 수확량은 전년 대비 7.1%, 평년 대비 12.8% 감소했고 자급률 또한 81%로 감소했다. 양파 역시 전년 대비 15.5%, 평년 대비 17.9% 감소했다. 줄곧 95% 수준을 유지해오던 양파 자급률도 91%로 떨어졌다.지금 수입 양파는 1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