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품종 선택의 권리 보장돼야

  • 입력 2023.03.12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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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은 자신이 재배할 농작물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타인의 강요가 아니라 본인의 의지와 판단으로 농사짓는 땅에 가장 잘 맞는 품종과 품목을 선택한다. 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정책은 이러한 농민들의 기본 권리마저도 빼앗고 있다. 과거 벼 육종기술과 재배기술 등의 발달을 유인했던 다수확 품종이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버렸다. 우리 사회는 쌀부족 문제를 해결해 식량위기를 겪지 않고 있지만, 농민들이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땀을 흘리며 오랜 세월 공들여 왔는지는 잊어버린 듯하다.

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쌀 적정생산 추진계획에는 쌀을 재배하는 농민의 의향보다는 정부의 일방적인 방침이 주를 이뤘다. 2022년 72만7,000ha에서 3만7,000ha를 감축한 69만ha를 쌀 적정 재배면적으로 발표하면서 면적 조절방안으로 공공비축 제한, 다수확 보급종 공급 중단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다수확 품종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인 신동진도 이에 포함됐고 이에 따라 2027년부터는 보급종 공급이 중단될 예정이다. 물론 유예기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시행한다는 입장 전환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신동진을 재배해왔던 농민에게는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 보급종의 생산과 공급은 국립종자원에서 담당하고 있다. 국립종자원 자료에 따르면 정부 보급종 벼 품종은 조생종 7종, 중생종 4종, 중만생종 16종으로 총 27종 정도다. 일품벼, 신동진벼, 삼광벼, 새청무 등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2022년을 기준으로 가장 많이 농가에 공급된 보급종 품종은 신동진벼 15.8%, 삼광벼 15.7%, 새청무 14.0%, 일품벼 10.8% 순이었다. 4개 품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벼 품종의 절반을 넘는다.

신동진벼의 지역별 공급현황을 살펴보면 전북 63.6%, 전남 34.8%로 전북지역 비중이 압도적이다. 이번 다수확 보급종 공급 중단 조치가 전북지역 쌀 재배 농민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벼 품종마다 쓰러짐, 벼알 떨어짐, 수발아 견딜성 등의 특성이 다르고 재배적응지역도 다르다. 전북지역에 적합한 품종이었던 신동진이 정부 보급종에서 퇴출되면 농민들은 어떤 품종이 자신에게 맞는지 다시 찾아야 한다. 정부가 새롭게 장려하고자 하는 고품질 품종이 그 지역에서 재배하기에 적합한지부터 농가소득 측면에서도 적합한지 등 따져봐야 할 것이 많다. 대부분 고령화된 쌀 재배 농민들이 새로운 품종을 받아들이기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품을 들여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려되지 않은 듯하다.

정부의 근시안적 접근방식 또한 변화가 필요하다. 소비에 맞춰 쌀 공급량을 줄이려고 한다면 수입쌀의 공급부터 줄여야 마땅하다. 현장에서 가장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TRQ 수입쌀 문제는 전혀 손대지 않고 국내 생산량만을 감축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행동을 농민들이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나. 불필요한 TRQ 쌀이 수입되지 않는다면 국내 쌀 생산량은 안정적으로 소비되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계속 외면한다면 결코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또한 정책 설계 접근방식도 짚어봐야 한다. 정책을 기획할 때 쌀을 재배하는 농민의 의향이 최우선 고려대상이 돼야 한다. 실제 작물을 재배하는 당사자인 농민 입장에서 정책이 논의되지 않고 정부가 결정한 후 그 결정에 따르라는 하향식 접근방식은 바꿔야 한다. 정책당사자인 농민의 의향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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