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는다고 농민만 때려잡는 정부

  • 입력 2023.02.12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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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 생산비는 오르고 가격은 떨어진다면 누가 농사를 짓겠는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유류비·비료·농약·농기계·인건비·전기료 안 오르는 것이 없는데 양파·마늘 값만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기상악화로 대다수 농산물의 수확량이 감소했다. 역대 겨울·봄 최저 강수와 저온으로 마늘 수확량은 전년 대비 7.1%, 평년 대비 12.8% 감소했고 자급률 또한 81%로 감소했다. 양파 역시 전년 대비 15.5%, 평년 대비 17.9% 감소했다. 줄곧 95% 수준을 유지해오던 양파 자급률도 91%로 떨어졌다.

지금 수입 양파는 1kg 1,500원, 국내산 저장 양파는 1kg 1,450원이다. 저장 양파가 소비부진으로 창고비용도 나오지 않는 상황인데도 135% 관세를 10%로 낮추면서까지 7만톤이나 수입해 놓고 정부는 지난달 또다시 소비자 물가를 낮춘다며 4,000톤 수입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마늘값이 높았지만 1월·4월 가뭄과 1~2월 냉해로 생산량이 많이 줄어들어 농가소득은 감소했다. 지난해 7월, 11월, 12월 마늘관세 360%를 50%로 낮춰서 수입하더니 국산 깐마늘 시장가격만 오르면 언제든지 TRQ 수입을 한다.

정부는 마늘과 양파의 수급을 수입 농산물로 조절한다. 그 과정에 농민에 대한 배려는 없다. 지난 1년 가까이, 중국에서 열심히 실어 나른 양파·마늘은 국민들의 밥상물가를 조금도 안정시키지 못했지만 농민들의 삶은 확실히 짓밟았다. 단지 2022년산 양파·마늘뿐 아니라 올해 수확할 햇양파·마늘에까지 가격 하락의 그림자는 길게 드리워지고 있다.

마늘과 양파는 수확 후 그늘에서 가저장을 하고 저온저장고에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0개월을 보관한다. 수확하자마자 유통하는 대부분의 농산물에 비해 비용이 더 소요되는 작목들이고, 그만큼 비용 상승의 압박을 크게 받는다. 지난해 전기요금은 3차례에 걸쳐 19.3원/Kwh 인상됐고, 올해 다시 13.1원/Kwh이 인상됐다. 농민들이 저온저장고에 사용해야 할 전기요금이 62.8%나 인상돼버렸다.

전기요금 인상도 생산원가 상승이 이유이고 다른 공산품 가격 인상도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내세운다. 마늘과 양파 또한 모든 생산비가 올라서 가격이 오르지 않고는 수익을 낼 수가 없는데, 판매가격 인상은커녕 정부가 나서 가격을 억누른다. 언제까지 정부는 물가를 잡는다고 힘없는 농민만 때려잡을 것인가?

기후위기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생산비 폭등,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농민은 버겁다. 거기에 수입 양파와 수입 마늘까지 들여와서 늙은 농민들에게 감당하라는 정부는 양심이라는 것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1월 전기요금 414만8,720원, 2023년 1월 전기요금 706만2,250원. 경남에서 300평 시설하우스 네 동 농사를 짓는 농민이 보내온 전기 난방요금이다. 한 달에 도시 직장인 월급에 해당하는 돈이 고스란히 빠져나간다. 이래서야 농사를 짓고 살 수 있을까 걱정된다. 오죽 답답했으면 전기요금 내역을 공개했을까? 이제 정부는 답답한 농민들을 위해서 답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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