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기본계획, 기후정의 실현 원칙에서 재수립해야

  • 입력 2023.04.16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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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최종 확정됐다. 이번 기본계획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20년을 계획 기간으로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첫 번째 계획이다. 산업부문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하향 조절한 계획으로 현 정부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대폭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첫 출발부터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와는 거리가 멀어지면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21년 9월 24일 제정한 탄소중립기본법에서 정의하는 ‘탄소중립’은 대기 중에 배출·방출 또는 누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에서 온실가스 흡수의 양을 상쇄한 순배출량이 영(零)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법에서 정의하는 탄소중립으로의 길은 국무총리가 언급한 대로 어렵다. 하지만 어려운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한 계획에서 가장 책임이 큰 산업계의 탄소배출량을 완화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어렵지만 전 지구적으로 반드시 탄소중립에 도달해야하기 때문에 더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결정은 그게 아니었다. 산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한 탄소 감축량 완화 방향이 과연 탄소중립의 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산업계에 편향된 위원들로 구성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률을 하향 조정한 채 확정한 것은 어찌보면 뻔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마하는 마음으로 혁신적인 수정안을 기다렸던 사람들에게 크나큰 실망감을 안겼다.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길은 크나큰 변화가 필요한 길이다. 쉽게 가기를 원했다면 탄소중립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애초에 세우지 말았어야 한다.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전 세계적인 흐름에 어쩔 수 없이 편승한 것이라면 제대로 실행력 있는 계획을 세워 전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했어야 한다.

경제성장 우선주의 사고로 가득 차 있는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길이 비단길일 리 없다. 지난 수십년간 수출과 기업 중심주의 국가정책에서 급격히 성장했던 산업계는 이번에도 정부의 보호막 안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다양한 의견수렴을 하겠다던 정부의 모습이 결국에는 요식행위였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기후재난을 막기 위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먼저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 이제는 일상이 된 이상기후로 누구보다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사람이 농민들이다. 농민들은 기후위기 최전선에 위치해 있으며 그 누구보다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농민들의 실천과 전환을 유도하지 않는다면 말뿐인 탄소중립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후적응을 위한 생산기술로 스마트팜, 푸드테크 를 찬양하며 녹색성장이라는 타이틀로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농민들의 의견을 귀담아 경청하고 수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농지가 갖는 무궁무진한 환경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농지보전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농지를 전용해 훼손해 버리는 것은 개발과 성장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며 탄소중립 실현을 망각한 것이다. 관점이 잘못되면 접근방법도 잘못될 수밖에 없다. 기본계획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는데 그 과정이 올바르게 펼쳐지기를 기대할 수가 있을까? 기후위기에 역행한 기본계획은 폐기하고 재수립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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