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발전 이격거리 축소 법안, 폐기해야

  • 입력 2023.03.19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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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을 생각하면 넓은 농지와 푸르른 산이 먼저 떠오른다.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맡았던 땔감을 태우던 시골 냄새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리운 냄새로 기억난다. 농촌이라는 공간이 주는 경관의 가치는 심미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휴양적 기능을 내포하며 도시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갖는다. 하지만 현재 농촌은 도시에서 떠넘겨진 유해·기피시설들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망가지고 있다. 농촌주민을 위한 사회서비스 구축과는 별개로 자연환경과 주민들의 주거공간을 훼손하는 개발사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때문이다. 난개발의 전형적인 모습을 전국 농촌지역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농촌지역은 수많은 개발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해당 지역주민들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지난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그저 우리 동네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애써 모른 척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을 대표하고 전 사회적인 문제에 긴밀히 대응해야 하는 정치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다. 얼마 전 국회에서 양이원영 의원이 대표발의한「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농촌주민의 주거환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개정안이다.

해당 법률 개정안의 내용은 농촌주민의 울분을 사기에 충분한 법안이었다. 양이원영 의원은 지자체 조례에 따른 규제로 재생에너지 설치 공간이 협소해진다며 태양광 이격거리 설정을 문제 삼았다. 이격거리 규제가 무분별하게 규정돼 있다는 문구도 농촌지역 주민의 아픔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표현이라 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숫자를 맞추기 위해 무분별하게 생겨난 것은 태양광 설비이지 주거권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한 이격거리가 무분별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은 많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1년 건물에너지 사용량 통계’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역이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하지만 농촌은 땅값이 싸다는 이유로, 인구가 적다는 이유 등으로 손쉽게 개발업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농촌주민의 삶을 파괴하는 형태로는 안 된다. 그들이 설비를 설치하고자 하는 그곳은 누구에게는 고향이고, 삶의 터전이고, 생계를 책임지는 일터이다. 한평생을 살아온 곳에 갑자기 나타난 개발업자가 땅을 파헤치고, 조용하고 여유로운 삶을 위해 귀농·귀촌한 사람들에게 날벼락 같은 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농촌의 쾌적한 주거환경 보장은 당연히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기 때문에 지역의 상황에 맞게 조례로서 적절한 조치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를 무분별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지방자치제를 얕잡아 보고 자치권을 무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지속가능함을 위함이며,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위함이다. 하지만 대의적인 명분만을 앞세워 현실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다른 이의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태양광 이격거리 축소·폐지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지자체의 자치권을 무시하고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일률화시키려는 시도도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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