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수입쌀이라도 격리하라

  • 입력 2023.04.09 18:00
  • 수정 2023.04.10 09:28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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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자급률이 2021년 기준 84.6%고, 2022년 예상 쌀자급률은 82.5%에 불과하다. 정부는 식량자급률을 2022년 기준 44.4%에서 2027년엔 55.5%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식량자급률을 11.1%p나 올리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식량작물을 심는 면적이 늘어나야 한다. 벼를 심는 면적을 줄여서 콩·밀·가루쌀을 심는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지만 이는 경지면적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둘째, 같은 면적이라면 수확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이것도 불가능한 게 정부의 계획이 다수확보다 미질이 좋고 수량이 적은 고품질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셋째, 새로운 식량을 개발해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 역시 마땅한 방법을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식량자급률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잘못됐거나 수입을 통해 ‘공급률’을 올리는 방식이 자급률 제고라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미래의 계획은 현실에 반영돼 있다. 현재 윤석열정부가 제안하는 농정계획 중에 어떤 것도 지속가능하면서 식량작물 재배를 늘릴 방안이 없다. 확대가 어려운 국내 재배면적 여건에서 해외 공급을 끌어올리는 것이 자급률을 올리는 것이라고 국민을 기만하는 것 말고는 답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실제 윤석열정부는 외국산 쌀을 수입하기 위해 올해 예산을 전년 대비 25% 올렸고, 해외 곡물을 안정적으로 들여오는 것을 주요 사업에 포함했을 뿐 아니라 농지를 줄이기 위해 그린벨트를 풀거나 산업단지·공항·태양광 이격거리를 100m 이내로 축소하려 논의 중이다. 또 영농형 태양광을 추진하려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방향보다 낮추려는 방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결정했고, 모든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 대통령과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은 여론의 중심에 서고 이슈화시키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다툰 양곡관리법 개정안에는 농민들이 요구한 폭등한 생산비 보장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농민들은 생산 수단인 땅을 팔아 농협에 이자를 갚고 농사짓는 경비를 충당하며 버티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야당 간의 정쟁에 절박하고 절절한 농민의 심경은 전달이 됐을지 모르겠다.

정부는 반도체 회사들이 어렵다고 수십조원의 세금을 감면해 준다. 반면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쌀농사에는 왜 이렇게 법과 대책이 인색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한 쌀 자동시장격리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되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수십년째 시장기능에만 맡긴 우리나라 제2의 주식, 밀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30년 넘게 시장의 기능에 맡긴 밀은 자급률이 0.8%이고 2022년 기후위기·코로나19위기·전쟁위기 속에서 국제 밀값은 3배 이상 폭등했다. 수입 밀가루 값이 오르면서 빵·칼국수·라면·우동값도 올랐고 그 부담은 서민들이 져야 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공급과잉’이라는 쌀 자급률이 84.6%라는 점이다. 쌀은 남는 것이 아니고 부족하다. 정부·여당이 쌀이 남는다고 우기는 것은 매년 들여오는 40만8,700톤의 수입쌀이 원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쌀의 미래가 오늘날의 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부가 반박의 논리로 태국의 실패한 사례를 들었지만, 일본의 쌀 자급률은 10년째 99%에서 97%라는 사례도 기억해야 한다. 평년 가격 대비 5~8% 폭락하거나 수요량 대비 예상생산량이 3~5% 늘어났을 때 자동시장격리가 돼야 한다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은 남는 쌀을 무조건 사야 한다거나 매년 1조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된다는 전제로 거부했다. 전제 자체가 명백히 잘못됐다.

시장에 쌀이 넘쳐 가격이 폭락할 때에도 ‘자동시장격리’가 불가하다면, 윤석열정부는 수입쌀이라도 격리해야 마땅하다. 폭등한 밀 가격은 국민이 각자 부담하며 버티라 하고, 폭락한 쌀값은 농민들이 땅을 팔면서 버티라 한다면, 국가는 과연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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