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1호, ‘양곡관리법’

정부 이송 닷새 만인 지난 4일 국무회의서 재의요구권 행사

역대 67번째 거부권 “국민 실생활과 연결된 법안은 없었다”

  • 입력 2023.04.09 18: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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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양곡관리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반대 쌀농가 기자회견'에서 (사)전국쌀생산자협회 김명기 회장을 비롯한 지역대표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반대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 이 자리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병훈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위원들도 함께 했다. 한승호 기자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양곡관리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반대 쌀농가 기자회견'에서 (사)전국쌀생산자협회 김명기 회장을 비롯한 지역대표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반대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 이 자리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병훈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위원들도 함께 했다. 한승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의 첫 거부권이 다름 아닌 쌀 수급에 대한 민생법안을 겨냥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그간 국민의 주식인 쌀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기조 아래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 운동의 맨 앞자리에 섰던 (사)전국쌀생산자협회(회장 김명기, 쌀협회)는 거부권 행사를 하루 앞둔 지난 3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한 반대를 강력히 천명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 목소리를 결국 외면했다.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심의·의결 절차를 진행하고 이를 재가했다.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달 31일 정부에 이송됐고, 정부 이송 닷새 만에 내려진 조치다.

윤석열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지난달 29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 내용을 반복해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비난했다.

대통령 거부권은 국회에서 이송된 법률안에 이의를 달아 국회로 되돌려 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헌법상(53조) 권한이다. 이는 정부와 국회 간 의견이 대립할 때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응 수단이며, 15일 이내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되돌려 보낸다.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이며 역대 67번째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이 행사한 첫 거부권이 ‘쌀수급’에 관한 민생법안이라는 것에 여론은 부정적이다.

국무회의 개최 하루 전인 지난 3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대통령의 거부권에 대한 강한 반감을 전하며 “법제처에 확인해보니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은 66건 행사됐다. 주목해야 할 점은 대부분 국회 권한 및 절차를 규정하는 국회관계법, 과거사 관련법 등 정치적 사항이 다수였다는 사실이다. 전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법안에 관한 대통령 거부권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날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따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상정 단계를 다시 밟아야 한다.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에 앞서 쌀협회는 전날 기자회견문을 내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면서 쌀에 대한 온갖 폄하와 거짓 연구 결과, 내부에서도 이견이 상당한 일부 농민단체의 주장을 그 근거로 내세웠다”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에 따른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쌀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할 것처럼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여의도 면적의 100배 가까운 농지가 사라지고, 농촌의 고령화로 지방소멸이 이야기되는데, 도대체 그 어떤 지표가 정부의 억지 주장대로 쌀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지 보여주나”라면서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듯 양곡관리법을 전면 개정해 공정한 쌀 가격·최소한의 생산비를 보장하고 농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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