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정부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수습차원의 쌀수급 대책을 내놨으나 혁신안이 없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 80kg 쌀 한 가마의 값을 20만원이 유지되도록 관리하겠다는 계획인데, 2019년 확정된 쌀 목표가격이 21만4,000원임을 감안하면 되레 뒷걸음질 쳤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일부 농민단체(이학구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이은만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회장, 김삼주 전국한우협회 회장, 박대조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회장)와 ‘민·당·정’ 협의회를 개최했다. 협의회에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이후 쌀 산업 대책 및 농업·농촌 발전방안이 논의됐다.
농식품부는 올해 전략작물직불 등을 통해 벼 재배면적을 감축하고, 수확기엔 20만원(80kg) 수준의 쌀값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면적감축 대책에도 불구하고 작황호조 등 수확기 수급불안이 예상되면 ‘과감하고 선제적 시장격리’를 추진할 방침이다. 중장기 쌀 수급균형도 타작물 재배 확대, 소비확충 등을 제시했다.
직불제는 2024년엔 3조원 이상, 2027년에는 대통령 공약에서 밝힌 5조원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공익직불 중 기본직불은 2024년 개편안을 마련해 2025년부터 시행한다. 선택직불은 전략작물직불·탄소중립(저탄소 영농에 추가비용 보전)·친환경직불·경관보전직불 확대 등이 주요 개편 내용이다. 수입보장보험도 2025년에 시범사업을 거쳐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세대전환을 위한 직불제인 경영이양직불(고령농이 농지를 청년농에게 공급하는 경우 지급)은 올해 개편안을 마련해 2024년에 시행하며, 청년농민 영농정착지원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쌀수급대책에 대해 현장은 냉담한 반응이다.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새로울 것 없는 대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엄 정책위원장은 “타작물재배는 올해 목표 면적을 채우지 못해 감축협약한 단체들과 대책회의도 열었다. 쌀값 안정대책으로 시장격리만 제시했는데, 정부 스스로 시장격리론 가격안정이 안된다고 했던 말과 상반된다”고 꼬집었다. 또 “무엇보다 올해 수확기 쌀값을 20만원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 2019년산 쌀의 목표가격이 21만4,000원이었다. 그동안 생산비가 폭등한 것을 감안하면 마지막 쌀 목표가격보다 낮은 값을 정책목표로 제시한 것 자체가 쌀농가의 생존권을 외면하는 처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관계자도 “구체적인 재정투입계획은 전혀 내놓지 않고 쌀 수급안정 대책도 기존 대책과 별 차이가 없다”면서 “현재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계획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