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재배 농민들, 수확 기쁨보다 수입 걱정 높아

  • 입력 2023.03.12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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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지 햇양파 수확이 시작됐다. 전라남도 고흥군이 선두다. 전국 양파 재배 농민들의 시선도 햇양파 수확 지역에 쏠려있다. 시세를 가늠하는 중요한 출발선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양파의 도매시장 경매가는 평년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지난 2년 계속 폭락하던 양파값이 겨우 회복하고 있기에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한편에선 중국산 양파 수입 소식이 들려 향후 가격 전망을 흔들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조생양파를 심은 농민들은 지난 1년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작황 부진에 수확량이 크게 줄었고, 가격이라도 좋아야 손해를 줄일 수 있는데 수입 양파에 떠밀려 가격까지 폭락했다. 정부에는 양파농가들이 안심할 만한 대책이 미흡한데다 생산비까지 폭등한 상황에 2중 3중의 피해를 돌파할 여력이 전혀 없었다. 힘겨운 1년을 보내고 다시 수확기를 맞게 된 농민들이 희망을 걸어보는 게 그나마 평년 수준으로 회복한 가격인데, 이마저도 양파 수입 문제를 걱정해야 할 처지라는 것이다.

정부가 농산물 품목별로 적절한 수급정책을 펴고 수입물량을 조절하면서 시장상황을 관리하는 일은 드물다. 가격이 폭등하면 물가관리 차원에서 수입을 적극 추진하고, 가격이 폭락하면 미봉책으로 일관하니, 농민들로선 농산물을 심는 순간부터 걱정을 일구는 격이다.

한국양파연합회와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도 햇양파 수확을 기점으로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양파 할당관세 기한이 종료된 이후 135% 고율의 관세가 붙게 돼 수입업자들 사이에서 마진을 남기기 위한 각종 편법이 횡행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불법과 편법이 세관 신고물량보다 초과해서 수입을 하는 문제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 컨테이너당 최소 3톤씩은 양파를 더 실어야 마진을 남긴다고 한다. 세금없이 들어온 수입양파가 국내 시장에 풀리면서 생기는 피해는 중층적이다. 수입업자한테만 이득이 될뿐 생산자 소비자 모두 득이 되지 않는다.

수천 평의 농사를 짓기 위해 수천 만원의 비용을 들였지만 토지 임차료와 수확하는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한다면 내년 농사는 무엇으로 준비하고 또 무엇으로 1년을 살 수 있을까? 부부가 한 사람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또 한 사람은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빠듯한 살림을 꾸려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예측해 본다.

많이 생산해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보다 국가에 필요한 적정량을 생산해서 농민은 적정가격을 받고 소비자는 안정된 가격에 사먹는 정책과 제도는 과연 불가능한 것인가.

조생종 햇양파는 바닷가 따뜻한 지역에서 재배해 바다 냄새를 품고 있다. 대부분은요리의 재료가 되지만 생으로 먹는 양파는 아삭함과 달콤함이 봄처럼 싱그럽다.

2023년 햇양파 출하를 기점으로 올봄에는 농민들이 판로 걱정, 가격 걱정, 생산비 걱정 없이 수확하고 다음 농사를 준비했으면 좋겠다. 국내 농산물부터 시장에서 판매하고 수입 농산물은 부족분만 들여오는 상생의 정책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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