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미등록 외국인 단속에 일손부족 심각

  • 입력 2023.03.26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합동단속에 나서 농가일손 부족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농민 파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법무부는 경찰청·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해양경찰청 등 5개 부처가 함께 ‘불법 체류 외국인’ 상습고용업체, 불법입국·취업알선자 등을 범정부 차원으로 합동단속한다고 밝혔다. 이번 단속은 분기별 1회, 즉 1년에 4번 정례적으로 실시한다. 특히 합동단속 시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적발된 불법 체류 외국인은 강제 퇴거·입국 금지하는 등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단속과정에서 외국인 인권 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올해가 불법 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추진하는 첫해인 만큼 집중적으로 단속해 체류 질서를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무부의 이번 조치로 농촌지역은 몸살을 앓고 있다. 가뜩이나 일손부족 문제가 일상이 된 농촌에선 코로나19 이후 외국인노동자 품귀현상까지 생겼다. 1인당 7~8만원 하던 일당이 11~15만원까지 치솟았다. 농사는 때를 놓치면 망하는 일이라, 일손경쟁은 일손전쟁으로 치열해졌다. 많은 지자체와 지역농협이 다른 나라 지자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3개월, 6개월 계절근로자제를 통해 입국을 주선하고 있고 점차 자리도 잡아가는 추세다.

농업의 노동강도가 워낙 세고 작업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농촌에서 내국인을 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평생 농사일에 몸을 써온 연로하신 어른들이 부족한 일손을 채우거나 이도 저도 힘든 농민들은 농사 규모를 줄여 일손전쟁의 고비를 버티고 있다. 논농사나 밀, 콩 등은 기계작업이 가능해 소수 인원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으나 엽채류, 과채류, 과일 꽃 솎기, 열매 솎기, 수확 등은 사람 손이 아니고는 해결할 수 없다. 양파·마늘도 대표적으로 일손이 많이 필요한 농사다. 이들 농사는 일손도 일손이지만 기술과 힘이 동시에 필요하기에 지금의 농촌인력 가지고는 생산의 한계가 명확하다.

법무부의 대대적인 미등록 외국인 합동단속으로 미등록 외국인을 고용한 농민들은 범칙금을 부과받게 된다. 그러나 농민들은 답답하다고 하소연한다. 짧은 기간 많은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서는 미등록 외국인을 고용하는 게 불법인 줄 알지만 대체 방법이 도무지 없는 탓이다. 이번 단속에 많은 외국인노동자가 적발됐다. 농민들이 내야 할 범칙금도 수천만원 규모라는 뜻이다. 일손을 맞춰둔 농가 입장에서 단속에 걸리면 농사일정이 모두 중단된다. 결국 파산 신청을 하고 영농을 포기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이번주는 날이 푸근해 감자 파종 적기였다. 두렁을 만들어 멀칭까지 했는데 합동단속에 걸려 발만 동동 구르는 농민 심정은 어떨까? 고구마 순을 잘라 놓고 심지 못해 썩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는 농민들은 또 어쩌란 말인가? 지금 당장 농작업을 중단한 농민들의 피해만이 아니다. 3월 들녘에서 감자와 고구마를 심는 인력들은 4월엔 사과밭, 5월엔 마늘·양파밭으로 갈 것이다. 그 인력은 어떻게 구하고 수확을 해야 할지 아득하다. 아직 심지 않은 상추는 재배를 아예 포기하고 올여름 토마토는 농사 규모를 3분의 1로, 올가을 배추·무·딸기는 반으로 줄이면 답이 될까?

법무부는 단속과 범칙금 부과보다 경고를 통해 합법을 유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단속을 강화하고 범칙금으로 농민을 옭아매면 극단적 선택에 몰릴 수밖에 없다. 농업인력 부족의 문제는 국민 먹거리 자급의 문제이며 수입에 의존도를 높이게 될 뿐 아니라 채소류의 가격 상승을 동반하게 될 것이다. 농촌인력 문제는 1~2년에 나타난 문제가 아니며 10여 년에 걸쳐 진행돼왔다. 그 해법 또한 다양하게 시도했지만 뾰족한 답도 없었다.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농업소득이 받쳐줘 농민이 늘어나는 길이다. 그러나 농업소득 1,100만원 시대, 과연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을까.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