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용 전력, 농업 현장에 맞게 개선해야

  • 입력 2023.03.05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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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에서 시작된 농사용 전력 문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비록 한국전력공사 전체의견은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한전 구례지사의 저온저장고 단속으로 전국 수많은 농민들이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기 때문이다. 단속으로 별안간 위약금이 부과된 것도 문제지만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은 농민들은 불합리한 조치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고 있다. 문제 개선과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달 27일 국회에 논의의 자리가 마련됐다.

농사용 전력은 영농에 없어선 안 되는 필수재이기 때문에 농업현장에 맞는 개선방안이 도출돼야 한다. 어떤 점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장 의견 청취가 가장 기본이며 이번 토론회는 이를 위한 자리였다.

토론회에선 한전이 귀담아들어야 할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먼저 농사용 전력에 대한 개념 문제였다. 농사용이라는 용어는 농업 분야 어디에서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다. 이를 한전에서 쓰고 있는 것은 정책의 운용면에서도 적합하지 않으므로 ‘농업용’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안됐다. 이는 개념정리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이다.

농사용 전력 적용대상은 한국표준산업 대분류 A산업 영위 고객 중 약관 제60조에 명시된 고객에 한해 적용된다. 약관 제60조에 따라 농사용(갑), (을)로 구분되는 것인데 이 약관은 만들어진 지가 무려 50년이나 돼 현재 농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 한전에서는 그때그때의 상황을 반영했다고는 하나 이번 구례지사 사태가 실제로는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농사용 전력을 재배업에만 국한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지나치게 협소한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다. 저온저장고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재배한 농작물이 전량 판매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않다. 수확한 농작물을 바로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작물의 특성상 오랜 기간 보관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아 가공을 하는 경우가 많다. 벼는 보관이 되지만 쌀은 안 되고, 배추는 되지만 배추김치는 안 된다는 기준은 납득하기 어렵다. 농업 현실에 맞지 않은 약관을 시급히 현실적으로 개정해야 마땅하다.

특히 무엇은 되고 무엇은 되지 않는다는 구분 자체가 쉽지 않고 너무나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보관할 수 있는 품목을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저온저장고를 사용하는 농민들은 저온저장고를 설치할 때 이미 농업경영체 등록 여부를 확인받고 농업용으로 사용하는 저장고임을 검증받는다. 무엇을 보관해야 하는지를 한전에서 규정하지 않아도 사전에 농업용임이 까다롭게 검증되기 때문에 이후 추가 조치는 불필요하다.

또한 농사용 위약 및 제도개선 TF 구성도 재논의가 필요하다. 한전 내부 구성원으로 이뤄진 TF라는 점은 이번 사태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농업 현장을 제대로 아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번 한전 구례지사 사태는 농업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해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농민들의 의견을 바탕에 두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의견수렴 TF에 농민이 반드시 참여해야 그나마 현실에 맞는 제도개선의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위약 관련 제도개선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농업분야 전력 사용량 증가에 대한 대책 마련의 기회로도 삼아야 한다. 하나의 방안은 재생에너지 사업과의 연계이다. 저온저장고 상단에 태양광발전 설비 설치를 지원해 그 에너지를 농가에서 사용하면서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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