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저장고에 ‘쌀’ 보관도 안 돼!" ... 농민들, 한전 단속 재개 소식에 분개

6일 전남 나주 한국전력공사 본사서 기자회견 개최

농민 100여명 참석, 집회 방불케 할 만큼 규모 커져

농사용 전기 단속 중단 및 과징금 부과 취소 등 요구

  • 입력 2023.02.06 17:21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6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열린 ‘한전은 농업용 저온저장고에 대한 농사용 전기 단속 당장 중단하라!’ 내용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광주전남 지역 농민 100여명이 최근 한전의 농업용 저온저장고에 대한 부당한 단속을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열린 ‘한전은 농업용 저온저장고에 대한 농사용 전기 단속 당장 중단하라!’ 내용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광주전남 지역 농민 100여명이 최근 한전의 농업용 저온저장고에 대한 부당한 단속을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열린 ‘한전은 농업용 저온저장고에 대한 농사용 전기 단속 당장 중단하라!’ 내용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광주전남 지역 농민 100여명이 최근 한전의 농업용 저온저장고에 대한 부당한 단속을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열린 ‘한전은 농업용 저온저장고에 대한 농사용 전기 단속 당장 중단하라!’ 내용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광주전남 지역 농민 100여명이 최근 한전의 농업용 저온저장고에 대한 부당한 단속을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전남 나주 혁신도시 내 한국전력공사(한전) 본사로 분노한 농민들이 구름처럼 모였다. 6일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의장 이갑성, 광전연맹)은 ‘한전은 농업용 저온저장고에 대한 농사용 전기 단속 당장 중단하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개최했고, 이 자리엔 농민 100여명 이상이 참석했다.

지난달 설 명절 전 불거진 한전 구례지사의 저온저장고 단속 이후 농촌에는 최근 농사용 전기 사용 단속과 과징금에 대한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구례군 사태 이후 지역마다 저온저장고 불시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와 함께 과징금이 부과됐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어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갑성 전농 광전연맹 의장은 “농민에겐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고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실함이 모여 오늘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됐다. 지역에서 많은 회원들이 이 자리에 함께했는데, 이것이야 말로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증거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의장은 “한전은 다른 것도 아니고 저온저장고에 김치와 쌀을 보관했다는 이유로 농민에게 농사용 전기를 불법 사용했다는 프레임을 씌웠다. 쌀과 김치, 꿀, 고춧가루 등이 안 된다면 저온저장고에 도대체 무엇을 보관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며 “더 큰 문제는 단속 시 사전 안내나 고지도 없었고 계도기간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전은 농사용 전기 단속을 즉각 중단하고 농민들이 이미 부과한 과징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정영이 농업용 전기 문제 해결을 위한 구례군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그 어떤 기준이나 절차, 사전예고도 없었다. 주인 없는 집안에 위치한 저온저장고 사진을 찍어 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몇십에서 몇백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전기요금 자동이체 통장에서 이를 맘대로 빼가기까지 했다”라며 “항의하는 주민에겐 과징금을 깎아주는 등 과징금 부과기준도 고무줄 잣대가 따로 없었다. 2020년 수해의 상처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군민과 농민에게 철퇴와 다름없는 단속을 자행한 한전의 작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만큼 전국의 농민들과 연대해 과징금 반환과 더불어 올바른 농사용 전기 사용 기준 확립에 힘을 보태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다.

6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열린 ‘한전은 농업용 저온저장고에 대한 농사용 전기 단속 당장 중단하라!’ 내용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광주전남 지역 농민 100여명이 최근 한전의 농업용 저온저장고에 대한 부당한 단속을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열린 ‘한전은 농업용 저온저장고에 대한 농사용 전기 단속 당장 중단하라!’ 내용의 기자회견에서 이갑성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의장이 한전을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열린 ‘한전은 농업용 저온저장고에 대한 농사용 전기 단속 당장 중단하라!’ 내용의 기자회견에서 박형대 전남도의원(진보당)이 "선량한 농민을 계약 위반자로 만든 한전의 전기 기본공급약관의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6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열린 ‘한전은 농업용 저온저장고에 대한 농사용 전기 단속 당장 중단하라!’ 내용의 기자회견에서 박형대 전남도의원(진보당)이 "선량한 농민을 계약 위반자로 만든 한전의 전기 기본공급약관의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아울러 박형대 전남도의원은 “선량한 농민을 계약 위반자로 만든 현재의 잘못된 제도, 한전의 전기 기본공급약관을 고치는 것부터 해야 한다. 한전은 ‘법대로, 규정대로 단속한 것이다’라고 하는데 50년 전 만든 약관은 현실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면서 “현행 한전 약관은 농업용이 아닌 농사용으로 전기 사용 범위를 협소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농산물 저온보관시설도 농업용 저온저장고로 개념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50년 동안 유지해온 악법은 한전 사장의 개정 요청과 산자부 장관의 인가 또는 산자부 장관의 명령 등으로 쉽게 고칠 수 있으며, 관련 제도가 개정되기 전까진 부당한 단속을 진행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의원은 오는 10일 전남도의회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농업용 저온저장고 사용에 대한 농사용 전력 적용 확대 촉구 결의안’을 의결할 예정이라 밝혔다.

지역 농민을 대표해 노병남 영광군농민회장은 “한전의 적자는 농사용 전기 때문이 아닌 한전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한전이 가진 구조적 비효율성을 개선하지 않고 얼마 되지 않는 농민을 괴롭혀 적자를 해소하려는 알량한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 국내 가장 악질적인 국영기업임을 증명한 한전은 스스로의 운영구조와 전기활용방식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수그러들 줄 알았던 전기 단속이 일파만파 전남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전 구례지사만의 일탈인 줄 알았던 전기 단속이 한전의 조직적 개입이라 의심될 만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라며 “부당한 전기 단속으로 여태껏 농민에게 농업용 저온저장고를 지원하며 정부와 지자체가 권장한 6차산업이 무색하게 됐다. 한전은 정확한 기준과 예고 없이 농민을 불안하게 하는 단속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과징금 반환 및 농사용 전기 적정 사용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길 바란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국 농민들이 나서 한전 심판 투쟁을 가열차게 전개하겠다”고 선포했다.

기자회견 이후 대표자들은 한전 본사 관계자와 면담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한전은 △새로운 규정 확립 전 저온저장고 및 건조기에 대한 농사용 전기 사용 단속을 일체 진행하지 않을 것 △구례지역에 부과된 과징금에 대해 이의신청을 받은 후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 반환 가능 여부를 확정 지을 것 △농사용 전기 사용 기준 재정립 시 농민들 의견을 최대한 수렴할 것 등을 약속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