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등쳐 누적적자 메우나” 구례군민들, 한국전력 규탄

한전 구례지사, 사전 안내 없이 저온저장고 단속해 ‘가공품’ 적발 시 과징금 부과

대책위, 공식 사과 및 과징금 취소·일방적으로 바꾼 요금 체계 재전환 등 촉구

  • 입력 2023.02.05 18:00
  • 수정 2023.02.05 20:3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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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30일 전남 구례군 한국전력공사 구례지사 정문 앞에서 열린 '농업용전기 문제 해결을 위한 구례군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농민을 비롯한 군민들이 '농사용 저온저장고 등 농업용전기 사용 농민에 대한 부당한 전기사용료 과징금 부과'에 대해 한전의 사과 및 과징금 취소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30일 전남 구례군 한국전력공사 구례지사 정문 앞에서 열린 '농업용전기 문제 해결을 위한 구례군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농민을 비롯한 군민들이 '농사용 저온저장고 등 농업용전기 사용 농민에 대한 부당한 전기사용료 과징금 부과'에 대해 한전의 사과 및 과징금 취소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들과 군민들이 지난달 30일 한국전력공사 구례지사 앞에 모여 농사용 전기 사용 저온저장고 불시 단속과 가공품 보관에 따른 과징금 부과 등에 부당함을 토로했다.

관내 농민단체 등이 꾸린 ‘농업용 전기 문제 해결을 위한 구례군 대책위원회(위원장 윤병술 구례군농민회장, 대책위)’는 한전 구례지사(지사장 심재봉)를 향해 강도 높은 규탄 발언을 쏟아내며 공식 사과와 과징금 부과 취소, 한전이 단속·적발 이후 일방적으로 농사용 전기를 일반용으로 바꾼 것에 대한 재전환 등을 촉구했다.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정영이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설 명절을 앞두고 60농가 이상이 한전의 저온저장고 단속에 적발돼 적지 않은 과징금 조치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며 “한전에서는 농사용 전기를 부당 사용하는 농민들로 인해 선량한 사용자가 피해를 보고 있어 저온저장고를 단속·적발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농민들은 농민 대부분을 잠재적 전기 불량 사용자로 매도하는 내용의 보도자료에 치가 떨리는 분노를 느꼈다. 전국의 농민들을 대신해 구례가 앞장서 투쟁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어 윤병술 대책위원장은 “대다수 농민들은 공익적 기능에 이바지하고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한다는 사명감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데, 한전 구례지사는 이러한 농민들의 사명감을 멍들게 했다. 정부는 대기업의 수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유무역협정(FTA)을 대거 체결했고, 이로 인한 농민의 피해를 조금이나마 완화시키기 위해 일반용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 농사용 전기의 시초인데 한전은 자신들의 30조원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농민들의 농사용 전기에 칼을 대고 있다”며 “군에서 보조받아 마련한 3평짜리 저장고 한 편에 김치 두 통 넣어둔 게 합법인지 불법인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너무 가혹하다. 농민들을 죄의식에 빠져들게 만든 한전은 반성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참석한 이갑성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의장은 “전국 어디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 김치는 가공품이기 때문에 농사용 전기를 사용하는 저온저장고에 보관할 수 없고, 저장고에 김치를 넣어 농사용 전기를 부당사용한 농민은 과징금을 내야 한다는 한전 구례지사의 태도는 말이 안 된다”라며 “관련 내용을 농가에 안내한 적도 없으면서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농민들을 희생양 삼은 것을 규탄하며, 다른 지역으로 해당 문제가 확산되지 않게 계속해서 함께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농민들의 현장 발언도 이어졌다. 갑자기 들이닥친 한전 직원에 의해 저온저장고에 보관 중인 김치 등의 가공품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는데, 정영이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주인 없는 집의 저장고 문을 열어 가공품 보관을 적발한 사례 △과징금에 불만을 제시한 몇몇은 과징금을 감해주거나 면해준 사례 △단속·적발한 저장고뿐만 아니라 지하수 관정 및 건조기에 사용하는 농사용 전기까지 일반용으로 전환한 사례 △고령의 여성농민에 위협적인 태도로 단속을 진행한 사례 등이 대책위 자체 조사 결과, 확인됐다.

이에 농민들과 구례군민들은 △절차 없는 단속과 기준 없는 과징금 부과가 누구 지시인지 밝힐 것 △구례군민과 피해농민에게 공식 사과할 것 △농민에게 부과된 과징금을 취소하고 즉각 환원할 것 △일반용으로 전환한 뒤 농가에서 인출해간 전기요금을 반환할 것 △농사용 전기의 적정 사용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마련할 것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한전 로고와 요구사항이 적힌 상자를 부수는 상징의식을 진행한 군민들은 지사장 면담을 기자회견 참석자 전체가 참관할 수 있는 형태로 확대할 것을 현장에서 요구했지만 한전 구례지사에서는 군민 참석을 비롯해 기자들의 취재 또한 허용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지사장이 “언론의 악의적인 편집으로 피해를 입었고, 기자가 배석한다면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겠다”고 끝끝내 버틴 까닭에 면담은 대표단만 참석한 형태로 진행됐다.

한편 대표단에 따르면 이번 저온저장고 단속은 심재봉 지사장의 단독 의사로 진행됐으며, 심 지사장은 부과된 과징금의 반환 가능 여부를 2월 중으로 답변하기로 약속했다. 또 직원이 불법 침입해 저온저장고를 단속했다는 것 등에 대해서는 구두로 사과했으나 사실 확인 후 공식 사과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고, 대책위가 요구한 공개 토론회는 추후 논의 후 진행하는 것으로 협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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