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 책임을 농민에게 돌리지 마라

  • 입력 2023.02.05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농민들은 비료값, 기름값 등 농자재값 인상으로 매우 힘든 한 해를 보냈다. 2023년이 시작되자마자 이번에는 전기료 문제가 터졌다. 최근 전남 구례에서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저온저장고에 김치를 보관했다는 이유로 농민에게 과징금 폭탄을 부과하는 일이 발생했다. 농사용 전기를 사용하는 저온저장고에 농산물이 아닌 김치를 보관한 것이 잘못됐다는 것인데 농촌에서 우리나라 전통음식인 김치 보관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 다소 당황스럽다. 여기에 명확한 기준도 없이 농민들을 단속하고 범죄자 취급을 한 것은 구례군민들뿐 아니라 전국의 농민들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했다.

불시검문으로 하루아침에 수백만원의 과징금을 납부하게 된 농민들에게는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사전에 고지도 없이 불쑥 들이닥쳐 농가 저온저장고를 검문한 것은 우리나라 대표 공기업이 한 행동이라 믿기지 않는다. 구례에서 발생한 이번 농사용 전기 과징금 부과 사건은 절차와 과정, 결과까지 모두 부당하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과징금을 부과하고 농민들의 활동에 제한을 주기 위한 것일 뿐이다. 여기에 더해 농사용 전기를 일방적으로 일반용으로 바꾼 것도 폭력적이며 과도한 조치다.

이번 한전 구례지사의 농사용 전기 단속 사건은 농사용 전기에 과중되고 있는 전반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도 다시금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 얼마 전 전남, 전북, 제주 등 전국에 많은 눈이 내려 월동채소에 큰 피해가 생겼다. 긴 가뭄에 이어 폭설과 한파까지 계속되면서 농작물 재해피해도 피해지만 여기에 인상된 전기요금도 한몫 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농촌 현실이다. 특히 시설채소 재배 농가는 난방비 부담에 시름하고 있다. 버섯, 딸기, 방울토마토 등 시설하우스에서는 살수장치, 지하수 펌프, 자동개폐기, 환풍기 등 어느 하나 연료가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유류비에 이어 전기요금까지 농민들의 고통은 하루하루 더해만 가고 있다.

지난해 도입한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제로 다른 품목에 비해서도 농사용의 인상률이 높았다. 그럼에도 단지 판매단가가 다른 용도에 비해 낮다는 이유만으로 농사용 전기를 사용하는 농민들이 공격받고 있는 것이다. 2021년 계약종별 판매전력량 현황을 보면 산업용이 54.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그 다음이 일반용 22.4%, 주택용 15.0%, 농사용 3.9% 순서다. 농사용 전기는 우리나라 전체 판매전력량 5,334만3,811MWh(메가와트시)의 3.9%에 불과할 뿐인데 농사용 전기가 마치 전부인 양 호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농사용 전기는 1962년 양곡생산을 위한 관개용 양배수 펌프에 전기료를 별도 부과하면서 시작돼 1981년부터 저온보관시설까지 적용대상이 확대됐다. 과거 농사용 전기요금 제도를 도입한 당시와 지금의 농업 현실을 비교해 봤을 때 농민들의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나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민들이 농사용 시설을 설치하고 또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왜 많은 생산비를 투입할 수밖에 없는지는 그 누구보다 정부가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6차산업, 스마트농업을 장려하며 각종 시설 투자를 장려했고 농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빚을 내어 투자했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농민들의 고통에는 눈을 감고 한전의 적자에 대한 책임을 농민에게 떠넘기려는 행위는 멈춰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