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상생 공공급식, 퇴보해서는 안 된다

  • 입력 2023.04.09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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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자치구의 공공급식센터를 서울친환경유통센터로 통폐합하려던 계획을 올해 7월에서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의견 수렴 절차를 통해 개편안을 최종적으로 마련한다는 것인데 산지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로 잠시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다. 서울시가 개편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간다면 먹거리 양극화와 공공급식 사각지대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거꾸로 가려는 먹거리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

학교급식에서 공공급식으로 먹거리 정의를 확대해 가는 방향은 지난 몇 년간 농업, 먹거리 진영의 중요한 흐름이었다. 도시민과 농촌의 상생으로 먹거리 체계를 바꾸고자 했던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도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탄생했고 많은 호응과 기대를 받았다. 2017년부터 시작한 서울시와 농촌지역 지자체와의 도농상생 협약은 서울시민과 농민 모두를 위한 실천이었는데 서울시 정치권력의 변화 이후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증으로 학교급식이 중단됐던 지난 시간 동안에는 급식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기도 했다. 균형 잡힌 급식을 통한 아이들의 건강과 식습관을 챙기는 문제는 교육의 한 과정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도 그러하듯 어른들에게도 공공급식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학교급식과 공공급식은 특히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판로이기도 하다.

도농상생 공공급식에 대한 서울시의 태도 변화는 일방적이고 무책임하다. 또한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이에 맞춰 농사짓고 있는 농촌지역 농민들에게 날벼락과 같은 소식이다. 서울은 최대 농산물 소비처로서 농촌지역과의 상생은 생산지가 없는 서울시민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도시와 농촌의 상생은 말 그대로 서로를 위하는 정책이지 농촌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서울시의 삐뚤어진 인식으로 도농상생이 마치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촌지역의 편의에만 맞춰진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도농상생 공공급식이 서울시 혈세를 낭비하는 듯한 주장은 공공급식의 가치확산을 위해 노력해 온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과 같다. 또한 이 사업은 단순히 도시지역에 식재료를 납품하자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수요자, 공급자로 편 가르기를 조장하는 것이 통하지 않는다.

도농상생 공공급식은 초·중·고교생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유치원의 아동들과 더 나아가 서울시민들에게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다. 서울시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실현하는 데 목적이 있는 사업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는 안정적 공급처인 농촌지역과의 협약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먹거리기본권 예산은 전액 삭감되고 도농상생을 외쳤던 서울 공공급식 사업은 존폐의 위기에 내몰렸다. 지금까지 농업, 먹거리진영의 시민사회단체가 일궈 온 노력들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서울시민의 먹거리 가치 실현과 공적조달체계 확립은 한발 한발 앞으로 전진해야 하며 먹거리 의제는 더욱 확장돼 나가야 한다. 먹거리 정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흐름이 여기에서 후퇴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의 일방통행을 저지하고 도농상생 공공급식이 퇴보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지 않도록 지금의 위기를 농업, 먹거리진영이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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