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개정, 정부는 약속을 지켜라

  • 입력 2023.02.12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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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업계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양곡관리법 개정 문제다. 국회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소관위 전체회의를 거쳐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안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곧 있을 2월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처리될 예정이지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이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상황이라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듯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참으로 의문스럽다. 양곡관리법 개정 문제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여당이 두 손 두 발 들고 나서서 반대할 만큼의 사안인가라는 점이다. 그저 과거 정치권에서 한 약속을 법률에 명시하는 것인데 말이다. 정치적으로 쟁점을 시킬 만큼 큰 문제가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양곡관리법 개정을 물고 늘어지는 이유를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개정안 논쟁의 핵심은 쌀 ‘자동 시장격리’다. 이 부분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이미 과거 정부와 정치권에서 약속했던 바이다. 이 시점에서 2019년 쌀변동직불제를 폐지할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본다. 2019년 9월「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전부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지금까지 운영돼왔던 9개 직불제의 전면개편과 쌀변동직불금 폐지가 논의됐다. 당시 직불제 개편에서 가장 크게 우려됐던 부분이 바로 변동직불제의 폐지였다.

쌀이 무너질 경우 발생할 파급력을 우려했고, 그 당시에도 부족했던 유일한 가격안정 장치라 할 수 있는 변동직불제가 사라졌을 때 보완장치의 부재에 대한 부분을 걱정했다. 그 당시 정부는 변동직불제를 대체할 장치로 쌀 시장 자동격리제를 제안했다. 이는 농민단체가 아닌 정부가 먼저 제안한, 정부의 약속이었다. 공익직불제에 대한 취지에 공감했기에 가격안정장치 부재에 대한 불안감을 뒤로 하고 농민들은 정부를 믿어 본 것이다. 하지만 결국 정부는 또다시 농민들의 신뢰를 저버렸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을 뒤엎어 버렸다.

지금 와서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농민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쌀값이 하락했을 때 안전장치는 없었고 농민들의 상황은 위기에 직면해버렸다. 여기에 더해 정부와 정치권, 전문가는 입장을 바꿨다. 이러한 상황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쌀값 안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까를 논의해야 마땅하다.

쌀 시장 자동격리만으로 쌀값을 안정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이와 함께 더 두터운 가격안정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논의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쌀 생산이 과잉될지, 쌀 소비가 감소할지에 대해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쌀 생산과 쌀값을 안정시켜 농민과 국민의 생활을 안정시킬까이다. 쌀 시장 자동격리는 쌀값이 하락한 이후의 문제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마치 반드시 큰 문제가 일어날 것처럼 과장해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농민·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한 논의를 펼쳐야 할 시간이다. 정치권도 더이상 정쟁에 농민의 어려움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많은 전문가와 현장에서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논 타작물 지원사업의 정례화, 밀과 콩 등의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한 다양한 지원제도 마련 등 농민의 안정적인 삶을 위한 방안 마련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쌀이 무너지면 다른 작물에도 연쇄적으로 파장이 생기고 결국에는 우리나라 농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은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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