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씨앗 보전으로 희망을 만들어가자

  • 입력 2023.02.19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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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의 시작은 씨앗이다. 한 알의 씨앗에서부터 생명은 시작돼 열매를 맺고 대를 이어 다시 씨앗으로 돌아간다. 토종씨앗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 땅에서 자라고 농민들의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우리의 유산이다. 하지만 과거와 미래를 연결시킬 중요한 유산인 토종씨앗이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다.

이제는 종자기업으로 넘어간 씨앗에 대한 권리는 빼앗긴 농민의 권리이다. 종자회사에서 구입해서 심어야 하는 일회용이 돼 버린, 생명력이 제한돼 버린 씨앗에서 지속가능성을 찾을 수는 없다. 우리의 유전자원인 토종씨앗에서부터 잃어버린 것들을 되살려야 한다.

우리 땅에서 사라져가는 토종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은 토종씨앗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이어가고 있다. 토종씨앗을 수집하고 그 씨앗을 나누고 증식하며 토종씨앗을 지키고 있는 농민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과 토종씨드림 등과 같은 민간에서의 운동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토종씨앗의 가치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토종씨앗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쉬지 않고 농촌마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현지 보전에 애쓰고 있다.

해마다 전국 각지에서는 토종씨앗을 지키는 사람들과 여성농민들을 중심으로 토종씨앗축제가 열린다. 충남 논산, 경남 거창, 경북 상주, 전북 익산, 강원 횡성 등의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살아온 토종씨앗의 이야기, 그 토종씨앗으로 재배한 작물로 만든 음식의 이야기 등을 소개하는 뜻깊은 자리가 개최된다.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토종씨앗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하여 공감하고 다양한 토종씨앗을 더욱더 보존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식생활교육을 통해 토종먹거리에 대한 인식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토종씨앗 보전운동은 단지 씨앗만의 문제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씨앗이 사라짐으로 인해 이 땅에서 함께 사라지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되새겨보게 한다. 아무리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변화해도 지켜야 하는 가치에 대한 의미마저도 잊어서는 안 된다. 획일화된 먹거리가 아닌 사라져가는 지역의 전통음식, 각 지역마다 특색있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음식에 대한 가치도 그러하다.

신품종에 비해 수확량도 적지만 토종을 지키고자 하는 농민들은 토종농사를 이어가고 있다.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이들의 노고가 빛을 볼 수 있어야 토종씨앗의 보전도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급식, 공공급식 영역에서 토종작물이 설 자리가 아직까지는 마련되지 못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폭넓은 논의도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제정돼 있는 ‘토종농작물 보존 및 지원 조례’가 토종종자를 지킬 수 있는 힘이 되기 위해 더욱 실효성 제고 방안을 논의해 나가야 한다. 이는 토종씨앗 운동의 확산 장치가 될 수도 있다. 토종씨앗을 지키는 농민들, 민간단체의 운동은 씨앗을 지키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기후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살아가야 할, 실천해야 할 활동들을 함께 연계하고 있다. 아름다운 이들의 활동이 빛을 볼 수 있는 길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함께 연대하고, 토종의 가치, 농업의 가치를 알아주는 것이다. 이 땅의 토종씨앗을 보전하고 널리 확산시키는 것이 우리의 문화, 생물다양성과 지속성을 지키는 길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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