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농업전망대회가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해마다 열리는 농업전망대회는 관심 있는 농업계인사들로 북적댄다. 그러나 농업전망대회장에 진정으로 흙손흙발을 한 이들은 얼마나 될지 모른다. 농업관료와 학자들 농업단체 인사들 그리고 이를 보도하는 기자들이 자리를 채우기 마련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향해 발표되는 농업전망이 아니라 연구자들 간의 말잔치판이 벌어지는 것이다. 일찍이 한국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으로 불리는 임원경제지를 집필한 서유구(1764~1845)는 농학서인 행포지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세상을 경영하겠다고 부지런을 떨어보았자 기껏 흙국(土羹)을 끓이거나 종이떡(紙餠)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즉 아무리 이론을 들이대고 설파해도 결국은 먹지 못할 흙으로 만든 국일 뿐이고 종이로 만든 떡처럼
연말연시이겠다, 농한기이겠다, 요즘 술과 많이 친하시지요? 인류에게 술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큰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사람 사이를 훈훈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얼었던 마음을 녹여주기도 하며 술이 아니면 할 수 없었을 사랑의 고백을 하게도 해 줍니다. 술이 없는 축제는 생각할 수도 없지요. 그러나 모두 아시다시피 부작용이 있지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가정적·사회적인 문제들, 자동차 사고, 범죄 등등…. 또한 신체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위염, 식도염, 위궤양, 췌장염, 고혈압, 협심증, 부정맥, 간염, 간경화, 이상지질혈증, 남성호르몬 저하, 근육병, 신경염, 골다공증, 피부병 등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태아에도 영향을 미치지요.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저능아가 되고 기형아도 나오고…. 오늘은 알코올에
대박은 국어사전에서 큰 배(大舶)를 말하는 것으로 어떤 일이 크게 이루어지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풀이하고 있다. 여기에는 뜻하지 않게 횡재한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시쳇말로 대박이라고 하는 말은 말 그대로 큰 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 남녀노소 귀천을 가리지 않고 대박 타령들을 하는 것을 보면 흥부가 제비다리 고쳐주고 얻은 박 속의 은금보화로 팔자 고친 데서 대박이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이쯤이면 참 소박한 꿈의 표현일 텐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대박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가 언제였을까. ‘부자 되세요’하는 인사말이 1997년 IMF부터 시작된 말이다. 아마 대박도 이 시기와 같이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시기는 세상의 모든 가치가 돈으로 급속히 치환되던 시기였다. 빈
강진에 문상 갔다 이틀 만에 돌아온 남편이 몸보다 먼저 흰 상자를 불쑥 들이밀고 뒤따라 들어온다. 매생이 덩이가 족히 스무 개는 되나보다. 고향이 완도라는 걸 기억하고는 있지만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 살다보니 남편이 그렇게 좋아하는 갯가 음식을 미처 챙기지 못하고 계절을 넘기기 일쑤다. 그러니 아마도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매생이탕 한 번 제대로 먹지 못하고 겨울을 보낼 것이라 생각하고 사들고 온 것일 게다. 몸과 마음이 영 편치 않아 자리보전하고 눕게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던 터라 남편이 돌아오면 예전에 어머니가 하시던 방식대로 소금이라도 뿌리고 싶은 심정으로 있었는데 매생이 세례라니, 이 많은 매생이를 어쩌라는 것이냐고.매생이를 보는 순간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산골에서 지표수를 먹고 사는 사람들의 겨울
초저녁잠이 까무룩 깊었었나보다. 일어나 앉은 정선택이 고개를 돌려 눈으로 평촌댁을 찾았다. 저만큼 떨어져서 잠든 아내가 가볍게 코를 곤다. 정신이 든 정선택이 머리맡을 더듬어 자리끼를 찾았다. 몸에 좋은 거라며 애들이 사온 약재 서너 가지를 함께 우린 물이었다. 마른 입술과 목을 적시고 들창을 보니 희끄무레하게 날이 밝아오는 것 같다. 이미 양력으로 삼월이 다 찼으니 일찍 해가 뜰 때도 되었다. 물로 가신 듯이 잠이 달아나고 선택은 오랜만에 맑은 정신이 돌아온 것만 같았다. ‘대체 내가 왜 이러지? 어디가 잘못된 것 같긴 한데.’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선택은 이상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마치 먼 여행을 하고 온 것 같았다. 아내는 여전히 가늘게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 선택보다 늘 먼저 일어나는 아내였다. 선
그해의 대략 운세를 태세라고 한다. 해마다 운세가 다른 것은 천지간의 조화다. 지구의 움직임, 별들의 흐름, 태양의 변화들을 종합해 나타낸 것이다. 농경시대엔 이런 천지간의 조화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또한 농민들에게 태세를 미리 알림으로써 대비하고 정치적으로는 이데올로기화하여 근면한 생활을 유도했음이다. 임금이 신하에게 그해 새달력을 나누어주면 그것으로 태세를 점치고 아랫사람들에게 알렸다. 이것은 토정비결을 보는 개인의 행불행을 점치는 것보다 먼저였다. 세상이 변해 산업사회가 되다보니 태세는 간데없고 토정비결만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불확실성의 시대가 되어선지 곳곳에 점집이 늘어가는 추세다. 미신이라고 터부시하던 60년대를 능가하는 점집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다. 올해
시래기는 김장무의 잎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말려두었다가 긴긴 겨울 채소가 부족한 밥상에 올리는 귀한 음식의 재료이다. 어떻게 보면 자칫 쓰레기로 버려지기 쉬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들의 지혜에서 재탄생한 보물 같은 것이 시래기라고 말하고 싶다. 몇 년 전 어느 해 겨울, 여러 회에 걸쳐 진행되던 전통장류교육의 마지막인 메주 만들기를 끝으로 모든 교육생들과 헤어졌는데 그 교육생 중 40대의 한 가장교육생으로부터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집으로 찾아가니 주방으로 안내하여 구운 고구마와 차를 내주면서 잠시 기다리라 하고는 점심을 차려 주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밥상엔 그 동안 교육받으면서 담근 장으로 끓인 시래기된장지짐과 시래기간장볶음이 올라있었다. 감칠맛이 한껏 담긴 음식이 참 맛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준석이 평촌댁을 보며 물었다.“무슨 말씀이래유? 무슨 비라니? 형갑이는 누구고. 아는 거 있으셔유?”“아뉴. 저 냥반이 온전한 맴으루 허는 소리가 아니니께 귀에 담지 말어유. 영주 아부지, 고만 내려가 봐유. 누구헌테 말 내지는 말구.”병문안 삼아 정선택을 찾았다가 봉변 비슷한 꼴을 당하고 내려오다가 준석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벌써 십여 년이나 지난 일이라 까맣게 잊고 있던 일이었다. 정선택이 했던 송덕비 이야기, 그 이야기가 아주 잠깐 나온 적이 있었다. 세상 뜬 지 한참 된 임규남이 동계에서 정선택의 송덕비를 세우자는 공론을 내었던 것이다. 우선 당사자인 정선택이 손사래를 쳤고 다들 뜨뜻미지근하게 얼굴만 쳐다보는 바람에 흐지부지되고 말았던 일이었다. 임
며칠 전 오신 젊은 여자 분은 밖에 외출을 하면 손발이 차서 괴롭다고 했다. 심지어는 밖에 나다니기가 겁이 난다고 하는데, 날이 추워지면 손가락이 하얗게 되었다가 나중에는 파래지고, 이쯤에서 시리다가 손이 아픈 증상까지 있다는 것이다. 흔히 수족 냉증이라고 부르는 증상이었다. 추운 곳에 나가거나 찬물에 손을 담그면 우리 몸은 혈관을 수축시킨다. 몸의 열을 손실하지 않기 위한 반응인데, 수족 냉증이 있는 사람들은 이 혈관의 수축 반응이 과도하게 병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손발이나 코, 귀의 끝에서 혈관이 수축되며 혈액의 순환에 장애가 생긴다. 이런 것을 레이노병이라고 부른다. 레이노병은 다른 원인 없이 오는 경우도 있고, 다른 원인질환으로 따라 오는 경우도 있다. 다른 원인이 없는 경우를 일차성 레이노
속이 쓰리고 아플 때면 사람들이 포장지 째로 입에 넣고 빨아먹던 흰색의 약을 기억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그 약의 재료가 양배추의 성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양배추에 들어있는 비타민U는 궤양이나 염증을 제거하고 상처를 봉합하는데 상당히 좋은 효과가 있어 위나 십이지장의 궤양에 가장 좋은 식품이 양배추임에 틀림없다. 동양의학에서도 양배추는 간(肝)과 장(腸), 위(胃)를 이롭게 하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 맛이 달고 성질도 평화로우니 늘 먹어도 좋은 양배추는 요즘은 농법이나 저장하는 기술이 좋아져서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어 다행이기는 하나 겨울이 제철이므로 요즘 먹어야 정말로 제 맛이 난다. 유럽의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십자화과의 식물로 서양에서 들어온 배추라 붙여진 양배추의
준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정선택이 자신을 아버지인 필성으로 착각한 게 틀림없고 그렇다면 꽤나 진행된 치매가 틀림없을 터였다.“어뜨케 됐어? 내가 얘기했던 거. 엉? 내가 내 입으루 헐 수는 잖어. 필성이 자네가 해야지.”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성진 할아부지, 왜 이래요? 영주 아부지잖아요. 요새 우리 집 으른이 좀 몸이 좋지 않어서 총기가 흐려졌나뷰. 그런 줄 알구 남들헌텐 암말 말어유.”준석은 할 말을 찾지 못해 한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면서도 정선택이 무의식 중에 자신의 아버지 필성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했다. 평촌댁이 정선택을 다시 방안으로 들여놓으려고 끌다시피 했지만 그는 완강하게 문지방을 잡고 버티며 고함을 쳤다.“이 년아, 왜 날 잡구 지랄이여? 못 놔? 이 못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년이 갑오경장 120주년임을 상기시켰다고 한다. 비록 실패한 개혁이었지만 그런 정신으로 국무에 임해야 한다며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한 원칙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갑오경장이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에 실패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내년은 갑오농민전쟁이 일어난지 120년째 되는 해다. 갑오경장은 갑오농민전쟁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의 간섭과 정부의 무능력으로 시대와 민중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한 올바른 개혁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갑오경장을 본보기 한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뭘 본보기 한다는 것인지… 하긴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 인식은 유명하지 않은가. 유리하면 불러 세우고 불리하면 앞만 보자하고 제논에 물 끌어 대기식의 역사인식. 時來天地皆同力, 運去英雄不自謀,
매달 고혈압 때문에 진료실에 내원하는 환자분이 이번에 방문하셨을 때는 아주 괴롭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피부가 너무 가려워 잠을 못 잘 정도라고 호소하였습니다. 어디가 가장 가려우신지 물으니, 팔과 다리가 심하긴 한데, 전신이 다 가렵다고 하셔서 팔, 다리, 몸통의 피부를 살펴 보았습니다. 특별히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는데, 피부가 촉촉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건조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 가려우셨냐고 물으니, 일주일 전에 아들과 함께 목욕을 하고 난 이후로 가족중에 아들과 자신만 몸이 가렵다고 하십니다. 아! 그렇구나. 답을 듣는 순간 원인은 목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열심히 탕에서 때를 불리셔서 빡빡 미셨나요?”라고 물으니, “오랜만에 목욕탕에 갔는데, 밀어야죠.”라고 답을 하셨습
얼마 전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부산에 어묵투어를 간 적이 있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부산까지 갔으니 다들 새벽의 공동어시장을 가보고 싶어 했다. 마침 안내를 자청하신 분도 있고 하여 꿀 같은 새벽잠을 반납하고 나갔더니 한 마디로 장관이라는 말 외에 어떤 더 좋은 표현을 찾아내기 어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등 푸른 생선이란 말은 영양학적으로 떠들 때나 들먹이던 어휘였는데 그 어마어마한 고등어들을 만나자 등 푸른 생선 고등어라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났다. 누구는 그런 싱싱한 고등어는 회로 먹으면 좋다고 한다. 또 누구는 그런 날이 선 고등어는 굵은 소금 뿌려 구우면 맛있다고 한다. 국을 끓여도 좋다고 하고, 조림을 하여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누구도 믿을 수 없
정용이 들려준 말에 따르면 정선택이 두어 달 전부터 심각한 치매 증상을 보인다는 거였다. 준석도 정선택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여든이 가까운 나이다 보니 으레 총기가 떨어져서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거였다.“재길이 말로는 집 밖 출입도 어려운 지경이래요. 남들한테 쉬쉬 해서 그렇지, 지들 식구들끼리는 요양원까지 알아본 모양이더라고요. 뭐, 재산도 있고 자식들도 잘 사니까, 고급 요양원으로 가면 그게 나을 텐데, 재길이 엄마가 반대를 한대요. 아무래도 남들 눈이 있으니까 그렇겠지요.”정용이 가고난 후 준석은 정선택의 집에 가보기로 했다. 치매가 병 중에 고약한 병이고 마을 안에서도 모를 정도로 숨기는 심정도 모르지 않지만, 모르면 몰라도 알고 나서도 마냥 모른 척할 수도 없
2013년이 막 저물어 가고 있다. 한해를 차분히 마무리 하고 싶은게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일 게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니 안녕하지 못하다고들 여기저기서 대자보가 나붙는다.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 하나 변변히 갖지 못하게 되는 이 사회의 암울한 착취구조에 학생들의 심정을 드러낸 것이 발단이 됐다. 이제는 고등학생부터 기성세대까지 대자보 물결이다. 지난 12월 19일이 작년 대선일로부터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박근혜정권의 탄생은 복지확대라는 시대적 과제를 비교적 정확하게 그리고 빠르게 선점한데서 출발한다. 그것이 경제정의며 창조경제라고 해석했기에 국민들은 그에게 표를 줬다. 그러나 당선된 뒤부터 박정권의 입장은 달라졌다. 복지는 매번 후퇴를 거듭하고 있으며 경제정의는 사라지고 가난한 자들의 허리
십 수 년 전 필자가 치과 대학을 다닐 때 였습니다. 본과 4학년이 되면 원내진료라는 것을 시작합니다. 즉 치과대학병원의 각 과를 돌아다니며 교수님과 선생님들(졸업하고 면허증이 있으신 분들)이 진료하는 것을 옆에서 직접 보고 배우며 실제 환자도 관리 감독 하에 진료하는 것입니다. 책으로만 보고 배우던 학생이 환자를 직접 대하니 얼마나 떨렸겠습니까? 치주과라는 곳에서 원내진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치주과란 잇몸치료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가 환자분께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잇몸치료라고 하지만, 이것은 틀린 표현이고 정확하게는 치주치료(치아주위조직의 치료)가 됩니다. 치아주위조직 중에서도 치아뿌리를 감싸고 있는 뼈(치조골)가 가장 중요한데, 이 뼈가 점점 없어지는 것이 치주염(치아주위 조직의 염증)입
세상에 갓은 청갓과 붉은갓 두 가지 뿐인 줄 알던 나에게 갓에 대한 새로운 눈이 뜨인 날이 있었다. 결혼 초였는데 여수로 출장을 다녀온 남편이 선물이라며 내놓은 것은 평소에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굵고 큰 갓으로 담은 김치였기 때문이었다. 입에 넣자 코끝을 타고 정수리까지 뻗치는 톡 쏘는 매운 맛을 느끼게 해 준 그 갓김치는 나에게 전혀 새로운 맛의 세계를 알게 해주었다. 한 마디로 눈물이 쏙 빠지는 매운맛이었지만 혀만 자극하는 기분 나쁜 매운맛이 아니라 뭔가 속에 웅크리고 있던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었다. 항돌연변이의 효과가 있는 십자화과 식물 중의 하나인 갓은 따뜻한 성품을 가진 재료다. 갓이 가진 따뜻한 성질과 매운맛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여 기의 소통을 원활
황을 다 고아서 이십 리터짜리 통에 나누어 담는 일까지 끝내고나자 얼추 세 시가 넘었다. 해가 길어져서 아직 한낮인데, 이런저런 마무리를 하던 정용이 문득 정선택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다. “웃말에 정선택이라는 으르신이 사시죠?” 뜻밖이었다. 같은 면이라 해도 정용이 사는 동네와는 멀리 떨어져 있고 정선택이 팔십이 다된 노인인데 정용이 그 이름을 알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자네가 어찌 그 양반을 알어?” “재길이라고, 그 분 막내아들이 제 동기잖아요.” “아, 그렇게 되나? 재길이가 자네하고 친구여?” “그럼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내내 동기에다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사이죠.” “그럼, 정용이 자네도 중고를 나왔던가? 난 농고를 댕긴 줄 알었네. 워낙 젊어서버텀 농사를 지어서.” “저두 뭐, 첨부터 농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항상 삶이 어려워진 곳에 반드시 민란이 일어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민란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찬찬히 살펴보면 모두가 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대부분 주모자가 잡혀 처형당하고 무리는 흩어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후 사회는 드러난 폐단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 보통 역사에서 민란의 시대라 하면 조선 후기를 일컫는다. 명종시대부터 자연재해로 흉년이 겹치고 양반관료의 수탈이 심화되자 임꺽정이나 장길산 같은 도둑의 무리가 나타났다. 이후 관료의 탐학, 수탈, 부정부패에 외세와의 갈등까지 겹친 조선 말기는 민란이 싹트기 가장 좋은 환경이었다. 홍경래의 난(1811)은 최대의 민란이었다. 목적은 봉건제도 혁파에 있지만 발생원인은 양반관료들의 수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