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온 양배추로 복쌈을 싼다

  • 입력 2013.12.29 21:21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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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쓰리고 아플 때면 사람들이 포장지 째로 입에 넣고 빨아먹던 흰색의 약을 기억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그 약의 재료가 양배추의 성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양배추에 들어있는 비타민U는 궤양이나 염증을 제거하고 상처를 봉합하는데 상당히 좋은 효과가 있어 위나 십이지장의 궤양에 가장 좋은 식품이 양배추임에 틀림없다. 동양의학에서도 양배추는 간(肝)과 장(腸), 위(胃)를 이롭게 하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 맛이 달고 성질도 평화로우니 늘 먹어도 좋은 양배추는 요즘은 농법이나 저장하는 기술이 좋아져서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어 다행이기는 하나 겨울이 제철이므로 요즘 먹어야 정말로 제 맛이 난다. 


유럽의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십자화과의 식물로 서양에서 들어온 배추라 붙여진 양배추의 한방 이름은 감람(甘藍)이니 겉껍질이 생쪽으로 염색하면 나오는 푸른색과 비슷하여 쪽빛을 뜻하는 람(藍)이라는 글자를 썼을 것이라 짐작이 된다. 이름 앞에 감초(甘草)처럼 달감(甘)이라는 글자를 쓸 만큼 양배추는 실제로 단맛을 많이 가지고 있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면서 사랑받고 있는 음식의 재료가 되었다. 

양배추는 로마시대부터 중요한 채소로 식용되어져 왔다고 하는데 라이신과 같은 필수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곡물이 주식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아주 가치 있는 채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주 후 콩나물국으로 해장을 하는 것처럼 서양 사람들은 술 마신 후 쓰린 속을 풀 때 양배추 피클을 많이 먹는다고 한다.

서양에서 양배추를 해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근거는 ‘양배추는 채소 중 으뜸이다. 요리해서 먹어도 좋고 날것으로 먹어도 된다. 생으로 먹을 때는 식초에 담갔다 먹는다. 놀라울 정도로 소화를 도우며 이뇨작용을 한다. 연회에서 술을 많이 마실 때는 가급적 많은 양의 양배추를 날로 먹는 것이 좋다. 식사 전 식초와 함께 양배추를 먹으면 된다. 아니면 식후에 5~6장의 양배추를 먹는다’라고 기록한 로마의 정치인이자 문인이었던 카토의    <농업(De Agricultura)>에 있다.

양배추는 위장을 보익하면서 여러 가지의 다양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지만 칼로리가 거의 없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아주 훌륭한 식재료이다. 양배추에 설탕과 식초를 넣고 볶아 먹으면 몸의 독을 없애고 위를 강건하게 하며 맺힌 것을 풀어주고 적체되어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에게 좋으며 눈과 귀가 밝아진다고 한다. 육류와 함께 볶아 먹으면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고 기를 북돋는 효과가 있으므로 권할 만하다.

며칠 전 제주에 살고 계시는 외삼촌으로부터 온 택배 한 상자를 받았다. 열어보니 귤과 함께 양배추 두 개가 들어 있었는데, 이웃 농원에서 귤 따는 일을 돕고 얻은 것을 나누어 보내니 맛있게 먹으라는 쪽지도 함께 있었다. 양배추된장쌈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하고 보내신 것일 게다. 바로 양배추를 꺼내 반으로 갈라 찌고 콩과 팥을 함께 둔 밥을 지었다. 양배추 한 잎에 새로 지은 밥 한 술 놓고 된장으로 간을 하여 쌈을 싸서 입이 미어져라 먹는다. 어머니도 정말 잘 드신다.

곧 새해다. 보름날 싸먹는 복쌈과는 조금 다른 의미지만 오늘 나는 많은 기원을 담아 양배추로 복쌈을 싼다. 나와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이고 이 추운 겨울 거리에서 촛불을 켜든 사람들의 기원까지도 담아 복쌈을 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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