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엔 최고의 건강식품 시래기로 지은 밥

  • 입력 2014.01.12 19:47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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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는 김장무의 잎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말려두었다가 긴긴 겨울 채소가 부족한 밥상에 올리는 귀한 음식의 재료이다. 어떻게 보면 자칫 쓰레기로 버려지기 쉬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들의 지혜에서 재탄생한 보물 같은 것이 시래기라고 말하고 싶다.

몇 년 전 어느 해 겨울, 여러 회에 걸쳐 진행되던 전통장류교육의 마지막인 메주 만들기를 끝으로 모든 교육생들과 헤어졌는데 그 교육생 중 40대의 한 가장교육생으로부터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집으로 찾아가니 주방으로 안내하여 구운 고구마와 차를 내주면서 잠시 기다리라 하고는 점심을 차려 주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밥상엔 그 동안 교육받으면서 담근 장으로 끓인 시래기된장지짐과 시래기간장볶음이 올라있었다. 감칠맛이 한껏 담긴 음식이 참 맛나다 하니 배운 대로 한 것뿐인데 장맛이 좋아 그렇다며 웃던 모습이 몇 해가 지났지만 잊히지 않고 있다.

또 며칠 전 나는 진안에 살고 있는 한 교육생의 초대를 받았다. 군에서 진행했던 약선음식 교육에서 만났던 분인데 꼭 집에서 밥 한 끼를 대접하고 싶다 하여 찾아갔는데 재미있게도 나는 거기서 또 시래기음식을 만나게 되었다. 산촌이라 풍부한 버섯을 시래기 크기로 썰어서 같이 넣고 지은 시래기밥이었는데 양념간장으로 비벼서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같이 내온 잘 익은 동치미가 있어 시래기밥의 맛이 배가되는 것 같았다.

시래기는 무를 재배하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아주 흔한 것이지만 현란하게 보도하는 매스컴 덕분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무를 포기하고 시래기를 얻기 위한 품종을 개발하여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흔하기도 하려니와 특별히 그렇게 재배를 하는 곳을 제외하면 시래기는 버려지던 것을 활용하여 만든 것이므로 그 가치를 모르는 젊은 사람들이나 도시인들에게서는 소홀한 대접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래기로 만들어지기 전의 무청은 비타민 A, C, B1, B2, 칼슘, 철분 등이 풍부한 채소이다. 특히 질이 좋은 식이섬유가 아주 풍성한 식재료라 장내의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하는 것은 물론 대장암을 예방하는 귀한 것이기도 하다. 무청이 간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고 혈액내의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무청의 본체인 무는 생식과 숙식이 모두 가능한 채소로 맵고 서늘한 성질을 가졌다. 소화를 돕는 것은 물론 식욕을 증가시키며 섬유질이 많아 위장유동을 촉진시켜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도 좋고, 담을 삭이고 기침을 그치게 하는 작용이 있으며 열을 내리고 갈증을 풀어주는 이뇨작용도 있다. 그러므로 복부가 더부룩하면서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이나 만성기관지염을 앓거나 오래된 가래기침이 있는 사람이 먹으면 아주 좋은 식품이다.

그러므로 시래기밥을 먹을 때 흔하게 국을 같이 내지 않고 동치미와 함께 내온 그녀의 지혜가 더 돋보인다. 무청과 무가 한 식구였으므로 무가 가지고 있는 효능과 무청의 효능을 함께 섭취하여 맛도 좋지만 소화를 잘 되게 하면서 영양도 함께 듬뿍 넣고 차리는 밥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눈꽃이 휘날리고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는 한겨울 저녁 나도 시래기밥 짓고 동치미 한 보시기로 밥상을 차려 어머니와 옛날이야기 하면서 웃음꽃 피워야겠다.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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