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의 역사인식

  • 입력 2013.12.29 20:47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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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년이 갑오경장 120주년임을 상기시켰다고 한다. 비록 실패한 개혁이었지만 그런 정신으로 국무에 임해야 한다며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한 원칙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갑오경장이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에 실패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내년은 갑오농민전쟁이 일어난지 120년째 되는 해다. 갑오경장은 갑오농민전쟁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의 간섭과 정부의 무능력으로 시대와 민중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한 올바른 개혁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갑오경장을 본보기 한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뭘 본보기 한다는 것인지… 하긴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 인식은 유명하지 않은가. 유리하면 불러 세우고 불리하면 앞만 보자하고 제논에 물 끌어 대기식의 역사인식.

時來天地皆同力, 運去英雄不自謀, 愛人正義我無失, 愛國丹心誰有知
때가 됐을 때 하늘도 땅도 함께 했노라/ 운이 다 하니 영웅도 혼자서는 안돼는 일/ 민중을 사랑하고 정의를 세우는 일에 잃을 것이 무에냐/나라사랑 붉은 마음 누가 있어 알아주랴.

1894년 12월 2일 갑오농민전쟁을 이끌던 전봉준이 전라북도 순창 피노리에서 신임하던 김경천의 밀고로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었다. 1895년 2월 9일부터 3월 10일까지 법무아문권설재판소에서 5차에 걸쳐 재판을 받은 후, 3월 29일 사형을 언도받았고, 그날 손화중·최경선·김덕명·성두한과 함께 처형당했다.

심문 중에 일본 영사(領事) 우치다 사다츠지(內田定追)가 변호인을 선임하라고 하였으나 전봉준은 오히려 그를 꾸짖었다. “너희들은 나의 원수요, 나는 너희들의 원수니 너희들은 마땅히 나를 죽일 뿐이라, 여러 말 할 필요가 없다. 나는 죽음을 기다린 지 오래다.”

지금 농민들 심정이 또한 그렇다. 농업이 몰락하는 것이 국운이 몰락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외치고, 농성하고, 국회에 현수막을 펼치며 싸우고 있다.

농민들이 오죽 살기 힘들면 저러겠냐 라는 어설픈 동정은 바라지 않는다. 신자본주의 자본의 무차별적 농업침탈을 더 이상 진행시켜서는 안된다는 전봉준의 붉은 마음임을 알아주면 된다. 농업이 무너지면 나라의 곳간을 내어줘 식량식민지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된다. 정부가 농민들을 서서히 말려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된다. 그래서 ‘차라리 죽여라’고 외치는 것임을 알아주면 된다. 그렇게 120년 전 전봉준의 심정임을 말이다.

결코 타협하지 않고 외롭더라도 굳건하게 싸울 것이다. 역사에 오점이 남지 않도록….불통이든 소통이든 적당히 타협하지 않겠다는 박근혜 정권의 오만으로 새로운 갑오년을 맞는 일이 모두에게 괴로울 것이다. 대통령의 역사인식도 문제지만 일부농민단체 간부들의 역사 인식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실론에 안주하면 십리도 못 가 발병이 나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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