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산 고등어 먹는다

  • 입력 2013.12.22 19:49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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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부산에 어묵투어를 간 적이 있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부산까지 갔으니 다들 새벽의 공동어시장을 가보고 싶어 했다. 마침 안내를 자청하신 분도 있고 하여 꿀 같은 새벽잠을 반납하고 나갔더니 한 마디로 장관이라는 말 외에 어떤 더 좋은 표현을 찾아내기 어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등 푸른 생선이란 말은 영양학적으로 떠들 때나 들먹이던 어휘였는데 그 어마어마한 고등어들을 만나자 등 푸른 생선 고등어라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났다.

누구는 그런 싱싱한 고등어는 회로 먹으면 좋다고 한다. 또 누구는 그런 날이 선 고등어는 굵은 소금 뿌려 구우면 맛있다고 한다. 국을 끓여도 좋다고 하고, 조림을 하여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보니 실상 고등어는 잘 팔리지 않고 냉동 창고에 차곡차곡 쌓인다고 하니 그 어느 쪽이든 안타깝기 그지없다.

고등어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오메가3라 불리는 불포화지방산인 EPA와 DHA의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PA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어 동맥경화를 예방하거나 혈전을 막고 혈압을 내려주는 등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DHA는 뇌세포의 성장발달에 도움을 주므로 성장기 아동의 학습능력 향상이나 노인의 기억력 쇠퇴의 속도를 늦출 수 있으므로 좋은 식품이다. 이렇게 좋은 고등어를 방사능 오염의 위험 때문에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있으니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자산어보>에는 고등어를 푸른 옥돌무늬를 가진 물고기라 하여 벽문어(碧紋魚)라 부르면서 맛이 달아 국을 끓이거나 젓을 만들 수도 있으나 회나 어포는 만들지 못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아마 기름진 고등어가 성질이 급해 잡자마자 바로 죽어버릴 뿐 아니라 살아서도 상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상하기 쉬운 생선이므로 회로 먹거나 어포를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뜻으로 기록한 것 같다. 교통이 극도로 불편한 내륙지방에서는 고등어를 산간지방으로 옮기면서 상하기 직전 염장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기도 하였는데 그 방법이  상업화 되어 탄생한 것이 안동의 간고등어다.

허균은 <도문대작>을 통하여 동해산 고등어의 창자젓이 좋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으며 <공선정례>에도 고등어 창자젓이 진상되었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지만 고등어젓갈이 꽤나 맛있는 반찬이었나 보다.

오늘은 부산에서 고등어가 배달되었다. 평소에 비린 생선이라는 선입견을 가졌기로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바다로 다시 가도 될 것 같은 신선도를 보이는 고등어를 보자 마구 식욕이 생긴다. 한편으론 나도 사람인지라 말이 많은 생선인 고등어에 대해 다소 걱정이 되기는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보낸 이의 정성과 뜻을 읽을 수 있기에 맛있게 조리해서 먹기로 마음을 먹는다. 인삼보다 좋다는 가을 무 삐져서 깔고 양념장에 조려본다. 비리지 않고 달고 맛난 걸 보니 고등어의 비린내도 선도에서 오는 것이었나 보다. 고등어의 맛이 배어든 무는 고등어보다 더 달고 맛나다. 정부에서 우리 해역에서 잡히는 고등어에 문제없다고 하니 믿고 먹으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산 고등어 먹는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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