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대박?

  • 입력 2014.01.19 21:05
  • 기자명 한도숙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박은 국어사전에서 큰 배(大舶)를 말하는 것으로 어떤 일이 크게 이루어지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풀이하고 있다. 여기에는 뜻하지 않게 횡재한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시쳇말로 대박이라고 하는 말은 말 그대로 큰 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 남녀노소 귀천을 가리지 않고 대박 타령들을 하는 것을 보면 흥부가 제비다리 고쳐주고 얻은 박 속의 은금보화로 팔자 고친 데서 대박이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이쯤이면 참 소박한 꿈의 표현일 텐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대박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가 언제였을까. ‘부자 되세요’하는 인사말이 1997년 IMF부터 시작된 말이다. 아마 대박도 이 시기와 같이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시기는 세상의 모든 가치가 돈으로 급속히 치환되던 시기였다.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던 새로운 시기였다. 사람들은 그간의 가치 즉 부지런히 일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뭔가 한방으로의 인생역전을 기대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대박 터진다였고 대박을 말끝에 달고 살게 되었다. 결국 신자유주의 경쟁체제의 산물인 셈이다.

박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했다는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들의 안녕과 행복을 위한 통일보다는 이해 타산적으로 마치 로또라도 맞을 것처럼 경박한 느낌은 비단 필자뿐인가. 그러니까 조선일보가 보도한 것처럼 통일 비용이 30년 동안 1,000조원 들고 통일 효과는 6,000조원 이상으로 5,000조원을 벌 수 있다는 단순 경제원리로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히 대박이라고 하는 시쳇말로 국민들과 소통했다고 생각하면 더군다나 오산이다.

이렇게 대통령은 2014년을 오산으로 시작했다. 왜냐하면 통일은 그렇게 따끈한 꿀떡을 먹는 것처럼 마냥 달콤한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 관계에서 우리나라의 통일을 바라는 세력이 있는가. 단언컨대 없다. 우리나라를 갈라 세운 국제사회는 그 단물만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북의 경제봉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통일은 국제적 국내적으로 준비하고 실천해야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상대를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어떤 통일을 하고자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닷없는 통일대박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이북에 가서 “여기는 소 한마리에 얼마나 합니까?” 하고 물으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대답을 못한다. 소에 가격표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이해수준은 여기에 머무르고 있다. 통일은 서로를 알아야 가능하다. 서로를 속속 알아야 이해를 하고 그를 바탕으로 화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은 장사꾼의 논리다. 북측을 향해 장사해서 밑질 것 없다. 그것도 대박이 날것이니 통일을 준비하자는 해괴한 논리는 신자유주의의 연속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은 케케묵은 지배 이데올로기에 불과할 뿐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