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링 받고 너무 시려 죽겠어요!

  • 입력 2013.12.22 15:26
  • 기자명 박두남 안성의료생협 치과의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십 수 년 전 필자가 치과 대학을 다닐 때 였습니다. 본과 4학년이 되면 원내진료라는 것을 시작합니다. 즉 치과대학병원의 각 과를 돌아다니며 교수님과 선생님들(졸업하고 면허증이 있으신 분들)이 진료하는 것을 옆에서 직접 보고 배우며 실제 환자도 관리 감독 하에 진료하는 것입니다. 책으로만 보고 배우던 학생이 환자를 직접 대하니 얼마나 떨렸겠습니까?

치주과라는 곳에서 원내진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치주과란 잇몸치료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가 환자분께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잇몸치료라고 하지만, 이것은 틀린 표현이고 정확하게는 치주치료(치아주위조직의 치료)가 됩니다. 치아주위조직 중에서도 치아뿌리를 감싸고 있는 뼈(치조골)가 가장 중요한데, 이 뼈가 점점 없어지는 것이 치주염(치아주위 조직의 염증)입니다.

선배선생님들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한 환자를 진료하게 되었습니다. 대학병원 치주과까지 오게 되었으니 잇몸상태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떼어내 지길 기다리는 치석들을 보며 의욕을 불태웠습니다. 온 몸의 근육을 동원하여 팔이 저릴 때까지 치석 제거를 했습니다. 저에겐 오직 떼어내야 할 적, 치석만 보였습니다. 스스로 만족하며 환자분과 다음 약속을 정하고 귀가시켰습니다.

사단은 그 다음 내원하셨을 때 일어났습니다. 환자분은 지난번 스켈링을 받고 너무 시려 물도 마시지 못하고 조금만 음료를 마셔도 시려서 식사도 어렵다고 하시며 굉장히 화를 내셨습니다. 급기야 담당 교수님이 오셔서 환자분과 얘기를 나누시고 그 이후 진료는 교수님이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저의 미숙함을 고백하는 것도, 저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도 아닙니다. 스켈링를 포함한 잇몸치료(치주치료) 중이나 후에 실제 다양한 정도의 시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린 증상이 무서워 잇몸치료를 받지 않는 것은 단언컨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린 증상이 무서워 잇몸치료를 주저하시는 분들에게 저는 이런 비유를 합니다. 아주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외투는 군데군데 굉장히 더럽고 오염된 곳이 있고 이런 곳은 세균 투성입니다. 그래서 세균과 닿고 있는 몸이 점점 오염되어 상해가고 있습니다. 그대로 두면 세균으로 오염된 부분이 점점 늘어나 온 몸을 감싸게 되고 이렇게 되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세균으로 오염된 부분을 없애야 합니다.

오른쪽 팔 부분이 오염된 경우에 외투의 오른쪽 팔 부분을 없애면 오른쪽 팔이 추워질 것입니다. 상태가 더 나빠 팔과 다리 쪽이 오염되어 있어 이곳의 외투를 벗기면 오른쪽 팔만 오염된 분 보다 더 추울 것입니다. 잇몸치료도 이와 비슷하여 잇몸의 상태가 나쁠수록 시린 증상은 더 크고 오래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다행인 것은 시린 것을 느끼는 치아는 계속 시리기만 하지 않습니다. 치아도 살아있는 조직으로 치석을 제거하여 잇몸 환경을 개선해 주면 스스로 보호하는 능력을 발휘합니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시린 증상은 조금씩 개선됩니다. 시린 정도는 내 잇몸 상태를 나타내는 척도이고 잇몸 건강에 신경 쓰라는 치아의 신호라고 이해하면 스켈링 후 시린 것이 무서워 잇몸치료를 포기하여 더 큰 것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겠지요?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