떫은감 농가, 재해보험 우롱에 격분

“NH손보 제도 개선안, 말장난에 불과” 상경 투쟁 예고

  • 입력 2021.11.21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내년 1월 판매를 앞둔 과수 4종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한 NH농협손해보험(대표이사 최창수, NH손보)의 제도 개선안 내용 일부가 최근 지역농협을 통해 알려지자 농민들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다. 떫은감 주산지인 전남 영암군 금정면에서는 그간 숱하게 요구했던 부분이 개선안에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당장 상경 투쟁 준비에 돌입할 정도다.

금정대봉감작목회와 영암군농민회 금정면지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금정면협의회 등 지역 내 3개 단체가 꾸린 금정면대봉감대책위원회는 지난 8월 2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업정책보험금융원, NH손보 관계자 등에 농작물재해보험 개선 요구안을 전달한 바 있다. 대책위가 마련한 개선 요구안에는 △가입수확량 산출방법 평균수확량 바탕으로 변경 △낙엽피해율 산정 시 경과일수 항목 삭제 △봄동상해 인정률 50→80% 원상회복 △떫은감 일소 피해율 6% 단서 기준 삭제 △표준가격 및 평균과중 변경 △미보상 적용 조건 완화 등의 내용과 함께 금정면에서 떫은감을 재배하는 농민 930명의 서명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지난 17일 대책위가 지역농협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NH손보가 현재 계획 중인 농작물재해보험 개선안은 당초 농민들의 요구안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그저 말장난에 불과하다. 지난 8월 요구안 전달 이후 답변이 없길래 국정감사 일정 맞춰 국회 앞에서 시위하겠다고 하니 그저 잠깐 달래려는 목적으로 금방 개선안 마련해 주겠다고 해놓고 지난해, 이전과 마찬가지로 별 것 아닌 내용만 채워놓은 꼴이다”라며 “지역농협에서 지금 물밑 논의되는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농민들은 또 우롱당하고 기만당할 뻔했다. 지난해 보험 가입 당사자인 농민만 쏙 빼놓고 보험 운영에 유리한 방향으로, 보험사 손해 최대한 안 보는 쪽으로 제도 바꿔놓더니 올해도 또 그러다간 걸리겠다고 생각했는지 되도 않는 개선안을 내놓고 생색을 내고 있다”고 분개했다.

실제 NH손보가 마련한 개선안은 △과수 4종 적과 전 종합위험 보장 가입 여부에 따른 이력 분리 △떫은감 낙엽률에 따른 인정피해율 개선 등이다. 이력 분리의 경우 가입수확량 산출 시 종합위험보장과 한정보장 등 상품 유형별 가입 이력을 분리 적용하겠다는 내용인데, 이는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낮은 보장상품 가입 후 과소 적과(과다 착과)로 이듬해 가입수확량을 늘리려는 시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다. 거대 재해 이후 급감하는 가입수확량을 평균수확량으로 보장해달라는 농민들의 요구와 전혀 상관없는 개선안으로, 농민들은 보험 운영에 있어 높은 손해율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 단언했다.

낙엽률에 따른 인정피해율 산식 변경 건 또한 농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 NH손보 관계자는 “기존 산식에서 경과일수 항목만 뺄 경우 100% 낙엽 발생 시 피해율이 100%를 넘게 된다. 통계자료를 활용한 회귀분석으로 산식을 도출했고, 결과적으로 경과일수 조항도 삭제하고 전과 비교해 낙엽 발생 시 인정되는 피해율 또한 높아진 게 사실이다”라며 “농민들의 요구안을 한 번에 전부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이번 개선안 역시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향후 농민들과 논의의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책위 관계자는 “긴급히 농민들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해 의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더이상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다며 길길이 화를 내는 농민이 한둘이 아니다”라면서 “NH손보와 농금원, 농식품부 모두 정신 차릴 때까지 언제까지고 건물 앞에서 상경투쟁을 바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