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 특성과 동떨어진 ‘떫은감 농작물재해보험’, 또 개정 목소리

영암 금정면 떫은감 농가, 서삼석 의원에 서명서 전달

기준 착과량‧일소피해‧과중 규정 품목 현실과 너무 달라

NH농협손보‧농금원, ‘개선 방안 강구하겠다’ 약속

  • 입력 2024.10.15 17:17
  • 수정 2024.10.17 13:27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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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품목과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농작물재해보험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또다시 나왔다.

전남 영암군 금정면 떫은감(대봉감) 농가 대표단이 15일 서삼석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전남 영암‧무안‧신안군)이 마련한 간담회를 찾아 촉구한 목소리다. 

이날 농민들은 기본 수확량 산출 방식, 일소피해 규정, 과중(과실의 무게) 상향 조정 등 재해보험(떫은감) 약관 개정을 재해보험 운영사인 NH농협손해보험(농협손보)과 관리‧감독 기관인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에 촉구했다. 아울러 서삼석 의원에게 관련 약관 개정을 요구하는 591명의 서명지를 전달했다.

서삼석 의원을 좌장으로 한 이날 간담회에는 농가 대표단으로 금정대봉감대책위원회(대책위) 신정옥 위원장(금정대봉감작목회장), 박춘홍 부위원장(금정면농민회장), 정철 집행위원(영암군농민회장)과 최병순 전 금정농협조합장, 나혁 한국후계농금정면협의회 상임부회장, 이한상 금정면청년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보험 당국에선 서재련 농협손보 농업보험부장, 손병철 농협손보 농업보험부 팀장, 백종철 농금원 농어업정책보험본부장, 김자영 농어업정책보험본부 보험1부장이 함께했다.

전남 영암군 금정면 떫은감(대봉감) 농가 대표단이 15일 서삼석 의원실이 마련한 간담회에서 떫은감 농작물재해보험 관련 약관 개정을 촉구했다. 
전남 영암군 금정면 떫은감(대봉감) 농가 대표단이 15일 서삼석 의원실이 마련한 간담회에서 떫은감 농작물재해보험 관련 약관 개정을 촉구했다. 

농가들이 시급히 개정을 요구하는 사항은 크게 3가지다.

먼저 보험 계약 때 적용되는 기준 착과량 산출 방식을 바꾸라는 것이다. 현재 기준 착과량은 5년 평균 착과량(최저‧최대치 모두 산입)을 기초로 매년 달리 정해지는데, 최근 잦은 냉해와 극심한 폭염으로 착과량이 감소하는 추세라 자연스럽게 기준 착과량이 줄고 결국 보장 가액까지 낮아져서다. 이에 농민들은 기준 착과량을 수령(나무의 나이)에 맞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음으론 일소피해(강한 햇볕에 데거나 타는 것)로 과실이 감소한 경우, 적과(열매솎기)후착과수의 6%를 초과할 때만 인정하는 현행 약관을 삭제하라는 것이다. 실제 착과량과 기준 착과량의 괴리가 큰 상태에서 실질적인 피해가 있어도 6%를 넘기 어려울뿐더러 떫은감의 생리적 특성상 피해조사도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떫은감은 단감과 달리 일소피해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지만, 나무에 매달려 있어도 대부분 내부는 괴사한 상태이며 낙과한 경우는 2~3일만 지나도 썩어 말라버려 재빨리 피해 조사를 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증하기 어렵다. 아울러 곶감이나 말랭이 등 가공용으로 쓸 수도 없어 전량 폐기해야 한다.

보험 가입 시 적용되는 평균 과중 기준도 문제다. 떫은감 최대 주산지인 금정면 농가  대부분이 1과당 320g짜리를 재배하는데, 현재 재해보험의 떫은감 평균 과중은 270g으로 적용된다. 과중은 보험 가입금액(보장한도)과 직결돼(보험가입금액=평년 착과량xkg당 표준가격) 농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다.

최병순 전 금정농협조합장은 “봄철 동상해를 겪은 다음 해엔 보통 정상 수확함에도 전년도 피해로 감소된 착과량이 반영되다 보니 보험 가입액이 크게 줄어 보상액이 미미해진다.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가입하지만 피해를 보게 되면 실질적인 보장은 안 된다”라며 “5년 치 평균 착과량은 실제 착과량과 전혀 맞지 않다”라고 전했다. 

농협손보 측은 평균 착과량은 농가별 착과량에 최대한 맞춘 제도로서 재해보험의 한정적 재원과 보험사업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제도 변경보단 "기준 연한을 7년이나 10년으로 늘려 가면 재해 빈도에 좀 더 대응할 수는 있겠지만 예산이 따르는 문제라 신중히 접근할 수밖에 없다"라며 "사업자로서 농가의 피해를 최대한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적과후착과량이 기준 수확량의 30% 밑으로 떨어져도 30%까지는 보전해 주는 안전장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춘홍 대책위 부위원장은 “30%가 아닌 60%로 해야 안정적으로 농사짓는다. 빚내서 보험을 넣었는데, 재해를 입어도 보험금이 쥐꼬리면 안 드는 게 낫다”라며 “2~3년 재해가 이어져 지금 보험금으론 약제값도 안 된다. 우린 착과량을 과도하게 책정해 달라는 게 아니다. 농사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착과량으로 설정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철 금정대봉감대책위원회 집행위원(왼쪽)이 실물 떫은감을 보여주며 농작물재해보험의 평균 과중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철 금정대봉감대책위원회 집행위원(왼쪽)이 실물 떫은감을 보여주며 농작물재해보험의 평균 과중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일소피해 약관 개정 필요성에 대해선 양측의 공감대가 큰 편이었다.

농협손보는 “예전엔 떫은감이 일소피해에 해당사항이 별로 없었으나 최근 폭염이 심각한 자연재해가 되고 있어 떫은감의 일소피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라며 떫은감의 생리적 특성을 고려해 신속한 피해조사와 충분한 피해 인정, 손해평가 기술의 고도화 및 농가 피해보전 제고를 위한 기준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6% 조항 삭제' 요구에 대해 농협손보 측은 "작은 손해까지 신고 접수될 경우 오히려 조사비용이 더 들어가는 등 문제가 있다"고 다소 우려했으나, 농민들은 "일소피해 신고 기준 자체가 폭염이 지속돼야만 가능하고, 농가들도 단지 몇 개 떨어졌다고 일일이 신고하진 않는다"며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농협손보 측은 ‘삭제 또는 합리적 조정’을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

과중에 대한 입장은 엇갈렸다. 이날 정철 집행위원은 채 익지 않은 떫은감을 중량별로 준비해 와 당국자들에게 보여주며, “보험에 적용되는 270g짜리를 따려고 한참을 찾아야 했다. 금정 지역의 표준 과중은 300~400g이며, 그중 320g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다. 농업기술원과 관련된 기관들만 270g을 고수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농협손보는 떫은감 재배지인 상주, 진주 등 다른 지역에선 딱히 제기하지 않는 문제라고 항변했으나, 농민들은 “진주‧상주‧청도 등 경상도 지역 떫은감은 지금 시장에 나가고 영암은 11월에야 나간다. 수확 시기 자체가 다르다(나혁 한국후계농 상임부회장)”, “270g은 공판장에 내봐야 작업비도 안 나온다. 320g도 우리에겐 중간 크기다(신정옥 대책위원장)”, “우리는 가지치기하며 일정한 고품질의 상품을 생산해 왔다(정철 집행위원)”라고 맞받아쳤다.

농협손보는 “금정이 워낙 떫은감에 특화된 지역이라 그런 것 같다. 이는 농협손보 내부 논의는 물론 농림축산식품부와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약관에는 전국의 평균값을 적용해야 해 300g으로 상향 조정하는 데 대한 의견을 모니터링 해보겠다”라고 답했다.

금정대봉감대책위원회가 서삼석 의원에게 농작물재해보험 약관 개정을 촉구하는 591명의 서명지를 전달했다. 
금정대봉감대책위원회가 서삼석 의원에게 농작물재해보험 약관 개정을 촉구하는 591명의 서명지를 전달했다. 

1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양측은 각자의 입장과 개선 방안을 조목조목 짚었으며, 추후 검토된 내용에 대해 다시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서삼석 의원은 “농민들이 자기만 먹으려고 농사짓는 게 아니다. 결국 농사는 농가소득과 연결돼야 하는 것이다. 보험사는 피해 농산물이 상품성이 있느냐 없느냐에 초점을 맞춰 조사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뒤떨어져서 약관만 바꾸는 형식이 돼선 안 된다”라며 “유사시를 위한 일반 보험과 달리 농작물재해보험은 농민의 생존권, 소득과 직결된 보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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